나덬 고3 때.
늘 그렇듯 빡세게 야자에 치이고 그날 따라 좀 늦게 귀가를 하게 됐음.
이유는 기억이 안나고.
우리집은 엘리베이터가 없고 계단으로만 갈 수 있는 구조라서 열심히 계단을 타고 있었음.
통로 조명이 센서등인데 하필이면 우리집 밑 층 센서등만 나가있었어.
그러니까 밑에 층 현관문 지날 때는 조명이 안켜지다가 계단타고
우리집 올라가려는 계단에 가까워지면 조명이 켜지는 구조.
근데 그 날따라 엄청 깜깜하고 내가 그 앞에 섰는데도 불이 안켜짐. 되게 싸했음.
다만 달빛이 조금 은은하게 비치는 정도.
그래서 얼른 집에 가려고 우리집 쪽에 붙어 있는 계단을 타려고 하는데
그 순간.
검은 머리를 늘어뜨리고 우리 집 앞에서 덜렁덜렁이는 물체를 목격함.
진짜 그 시간에 소리 지르고 싶었는데 너무 놀래면 소리가 안나온다는 걸 체감하고.
다리가 떨려서 덜덜 하고 있는데 갑자기 달빛이 쫙 비치면서 우리집 현관문을 비춰줌.
그리고 그건 허공에 떠다니는 검정색 비닐봉지였던 것.
그거 보자마자 미친듯이 계단 뛰어 올라가서 집에 들어가서 한참을 멍때림.
그러다가 깨달은 건.
바람 한 점 없던 날이었어. 그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