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검은 점
그 일은 내 방에서 갑자기 일어났다.
가족 중에서 제일 늦게 자는 나는 집 전체의 조명을 끄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그날도 1층 거실 불을 끄고 2층의 내 방으로 올라가려 했다. 그때 계단 아래에 머리가 긴 여자가 서 있었다.
영감이 있는 나는 저런 것들을 무시로 일관하고 있다. 모른 척 지나가려고 앞을 통과하려던 순간.
“사실은 다 보이지?…”
귓가에서 그렇게 속삭이는 것이다.
위험하다고 생각해 여자 쪽을 보니 이미 그곳에는 없었다.
이제까지 뭔가 행동을 보이는 유령은 없었기에 이번에는 좋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으로 들어와, 문을 잘 닫고 그쪽을 보며 가볍게 경을 외웠다.
그대로 텔레비전도 켜지 않고 자려고 침대에 누웠다. 안경을 벗고 잠을 청했지만 마음처럼 되지는 않았다.
몇 번쯤 몸을 뒤척이다 보니 문에서 기분 나쁜 기척이 느껴졌다.
뭘까 하고 시선을 옮기니 그쪽에 검고 둥근 점이 하나 있었다.
안경이 없어 흐릿하기는 했지만, 그 둥근 흑점은 조금씩 커지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생각하면서도 잠자코 보고 있자니, 흑점은 주위에 스며들듯 조금씩 커졌다. 직경 20센티미터 정도가 되자 그 이상 커지지는 않았다.
이해할 수 없는 검은 원, 그것은 마치 위에서 똑바로 내려다본 머리 같았다.
믿기 힘든 일이지만, 정수리부터 문을 통해 여기로 침입하려는 자가 있다는 뜻이다.
나는 분명 계단 아래에 있던 여자일 거라고 판단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검은 원 가장자리부터 긴 머리카락이 축 늘어뜨려지기 시작했다. 꼭 숙이고 있던 얼굴을 천천히 들어 올리는 듯했다.
닭살이 돋았다. 기분 나쁜 땀이 등을 타고 흘렀다.
이윽고 여자의 얼굴이 이쪽을 보았다. 본 적도 없고 나이도 알 수 없는 여자. 여위고 초췌한, 무표정한 흙빛 얼굴로 이쪽을 보더니….
“들여보내 줘…”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포에 질린 나는 눈을 꼭 감고 계속해서 경을 외웠다.
하지만 그러는 동안에도 반복해서, 끊임없이,
“들여보내 줘…. 들여보내 줘…”
여자의 소름 돋는 목소리는 이어졌다.
무한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시간이 흘렀다. 한순간도 쉬지 않고 경을 외웠다.
문득 깨닫고 보니 여자의 목소리는 어느새 들리지 않게 되었다.
조심스럽게 실눈을 떠보니 이미 문에서 여자의 얼굴은 사라졌다. 그저 평소와 똑같은 문만 있었다.
다음 날 아침, 그것이 나타났던 문을 꼼꼼하게 점검했다.
하지만 문에 구멍이 나거나 깨지는 등의 이상은 없었다. 매일 보는 익숙한 나무 문이었다.
가슴을 쓸어내리며 시선을 바닥으로 떨어뜨린 순간, 나는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다.
검고 긴 머리카락이… 몇 가닥이나 떨어져 있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4132856799
Ep.2 심야의 공원묘지
오사카 교외, M시 산속에 공원묘지가 있다.
어느 날, 나는 밤나들이라고 허세를 부리며 목적지도 없이 혼자 드라이브를 나섰다. 아무 생각 없이 운전한 탓인지 어느새 이 O공원묘지까지 흘러들어오게 된 것이다.
공원 입구에는 광장이 있고 주위에는 나무가 울창했다. 덩그러니 선 가로등의 파르스름한 빛만이 주위를 어렴풋하게 밝혀주었다.
이상하게도 나는 그쪽으로 이끌리듯 차를 몰았다.
공원 입구 근처까지 가니 떠들썩한 풍경이 기다리고 있었다. 유치원생이나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는 수많은 아이들이, 꺄꺄 환성을 지르며 재미있게 놀고 있었다.
‘뭐지, 이 아이들은… 소풍이라도 나온 건가’라고 생각했다.
그 정도로 자연스럽게 떠들고 있었다. 하지만 금세 정상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었다.
강렬한 위화감에 곧바로 손목시계를 확인하니 시각은 이미 자정을 지났다.
‘아니, 이게 뭐야. 한밤중이잖아!’
이런 시간에 애들이 잔뜩 모여서 놀고 있다니, 어떻게 생각해도 이상하다. 잘 보니 그 무리에는 아이들만 있고 교사나 학부형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거… 오면 안 되는 곳에 침입한 건….’
그렇게 생각한 순간,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마음껏 떠들던 아이들이 움직임을 딱 멈추었다.
무수히 앳된 눈이 일제히 나라는 이질적인 존재를 노려보았다.
몸을 이쪽으로 돌려 깜빡이지도 않는 눈으로 노려보면서, 천천히 간격을 좁혔다.
마치 누구의 눈에도 띄지 않도록 비밀리에 모여 있던 아이들이 ‘들켰잖아… ’라는 생각에, 성역에 침입한 자를 처리하려 포위하는 모습처럼 무시무시했다.
일제히 노려보는 그 눈은 이미 아이의 것이 아니었다.
이 세상의 것이 아닌, 밤보다 어둡고 차가운 빛을 품고 있었다.
심야의 드라이브가 순식간에 예상치 못한 공포로 돌변했다.
핸들을 꺾으면서 덜덜 떨리는 다리로 필사적으로 액셀을 밟았다. 타이어가 마찰에 끼긱거리는 비명을 질렀다.
그들의 눈앞에서 급선회해서 그 자리에서 맹렬한 속도로 도망쳤다.
쫓아오지 않기를 빌면서, 핸들을 움켜쥐고 백미러로 공원 입구를 흘끔 확인했다.
백미러에 비친 그것은….
봤구나, 가만 안 놔두겠어….
그런 기세로 여전히 노려보는 아이들의 무리였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41414643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