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1) 살가죽 캔버스
철수의 아버지는 작년 겨울 인도를 여행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여행에서 사온 그림을 철수가 자는 2층 방 옆 복도에 걸어놓았다.
어느 날 철수가 막 잠이 들려고 하는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죽으면 누가 슬퍼할까?”
철수는 복도로 나가보았다. 그러나 아무도 없었다. 며칠 밤 계속해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
그러던 어느 날 철수는 그 이상한 소리가 그림에서 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기도하는 한 인도 사람의 입이 움직이며 말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무도 놀란 철수는 아래층으로 뛰어내려가 그 사실을 아버지에게 알렸다. 그러나 아버지는 그의 말을 믿으려 하지 않았다.
철수는 날이 갈수록 야위고 헛소리까지 하게 되었다. 마침내 그는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철수의 어머니는 그 그림 때문이라며 남편을 원망했다.
철수 아버지도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그림을 판 사람에게 국제전화를 걸어 그림에 대해 물었다. 그림을 판 사람에 의하면 그 그림을 그린 사람은 아주 부자고 그림에 천부적인 소질을 타고났는데 성질이 괴팍하여 하인을 벌레 죽이듯 했다는 것이다.
그날 밤 철수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자기로 했다. 막 잠이 들 무렵 아들이 말한 대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철수 아버지는 복도로 나가 그림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순간 그림과 닿은 손에 그림이 들러붙었다.
“윽! 이게 뭐야?”
이상하게 생각한 그들은 그림을 물걸레로 깨끗이 지웠다. 그런데 이것이 웬일인가. 물감이 지워진 캔버스는 땀구멍, 털구멍이 뚜렷한 사람의 살갗이었던 것이다.
다음날 철수와 아버지는 그 그림을 정성껏 땅에 묻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4031898789
5-(22) 붉은 눈의 처녀
경북 안동에 과거를 준비하는 정윤상이라는 선비가 있었다. 그는 대과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그날로 짐을 꾸려 한양으로 올라갔다.
그러나 도중이 날이 어두워 어쩔 수 없이 하룻밤 묵을 곳을 찾게 되었다. 마침 산등성이에 집 한 채가 보였다.
그 집에는 한 노인이 살고 있었다. 그는 노인에게 간청하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노인은 윗방에 자리를 펴주었다. 막 잠이 들 무렵 어디선가 여인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처음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점점 더 크게 들려와 도저히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그는 그 소리가 어디서 나는지 귀를 기울였다. 분명 아랫방에서 나는 소리였다.
‘누굴까?’
마침 윗방과 아랫방 사이에는 작은 구멍이 하나 있었다. 그는 그 구멍으로 아랫방을 훔쳐보았다. 그러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만 붉은 빛만이 보일 뿐이었다. 그는 다시 자리에 누워 잠을 청했다. 막 잠이 들 무렵 또다시 여자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러나 구멍으로 본 아랫방은 아까와 마찬가지일 뿐 별다른 것이 없었다. 결국 몇 번을 그러다가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날 아침 그는 노인에게 어젯밤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노인은 눈물을 흘리며 자기 딸의 영혼이라고 말했다.
노인의 딸은 태어날 때 잘못되어 눈이 붉게 되었다고 했다. 그래서 아랫마을 총각을 좋아했는데도 청혼조차 할 수 없어 결국 이를 비관한 나머지 목을 맸다는 것이다. 그 이후 총각만 나타나면 그 영혼이 나타나 슬피 운다는 것이다.
그는 그 길로 정신없이 집으로 돌아왔다. 그가 구멍으로 아랫방을 훔쳐보았을 때 처녀 역시 그 붉은 눈으로 자신을 훔쳐보고 있었던 것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40376952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