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주택집에 살았는데, 1층에 3가구가 세들어 사는 구조였어.
우리집이 첫번째였고, 젤 안쪽 끝집에 나랑 동갑인 여자애가 살았어. 친구 본명을 쓰기 좀 그래서 그냥 혜진이라고 할게.
혜진이랑은 초등학교 3학년 때 만났고, 서로 다니는 학교는 달랐어.
그 당시 유일한 동네친구였는데, 하얗고, 예쁘고, 공부도 잘하고 정말이지 엄친딸 같은 그런친구...ㅎㅎ;;
4학년이 되면서 혜진이는 이사 겸 전학을 갔고, 그렇게 연락은 끊어졌어.
그러고 한 반년쯤 지났을까? 그 날은 지각을 하게 된거야. 좀 많이 늦었던거 같아 등교길에 학생이 나 밖에 없었어.
아, 나는 초등학교 때 교복 입는 학교를 다녔거든? 지하철 내려서 학교 정문까지 가는동안 교복 입은 초딩은 나 밖에 없더라구.
늦어서 막 허둥지둥 가다가 정문을 보니까 좀 안심이 되던 차였어.
정문 앞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학교안에서 교복 입은 애들 3명이 나오고 있더라?
너무 이상한거지. 이제 곧 수업인데? 쟤들은 왜 나오지? 뭐하는 애들이지? 엄청 궁금한거야 그렇게 3명이 횡단보도까지 왔는데, 난 너무 놀라고 기뻤어.
가운데 있는 친구가 혜진이인거야??? 신호 기다리는 동안 아무리 봐도 정말 혜진이랑 똑.같.이 생겼더라
얘가 전학을 우리학교로 온건가? 어떻게? 나한테 왜 말을 안했지? 혼자 오만 생각을 다 했지.
근데 사람이 분위기라는게 있잖아? 생긴건 똑같아 정말로. 근데 묘하게 혜진이가 아닌거야;; 키가 혜진이보다 조금 더 컸고, 머리도 노랗게 염색 했더라구
그 당시 난 너무 소심해서 먼저 인사는 못하겠고, 쟤가 혜진이가 맞다면 날보고 인사 하겠지 싶어서 계속 쳐다봤다?
횡단보도 신호는 바뀌고 서로 지나가면서 아주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모르는 사람 보듯하더라구
뭐지..아닌가 하던 차에 그 친구 뺨을 본거지.
혜진이가 엄청 하얘서 뺨 위에 핏줄이 드러나던 애였는데
지나가면서 보니까 뺨위에 그 핏줄이 보이는거야!! 그래서 아, 혜진이가 맞고, 날 모른척 장난치는거라고 생각했어
우리학교 전학왔나보다 나중에 몇반인지 찾아봐야겠다 생각하고, 난 늦었던터라 그 길로 학교로 들어갔어
그치만 우리 학년에 전학 온 친구는 없었고. 저 날 이후로 학교에서 혜진이는 본적이 없어
지금도 궁금해 누구였을지 정체가 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