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7) 잃어버린 육체
영희는 초등학교에 갓 입학한 소녀다. 그런데 그녀는 주위가 산만하여 학교에서 매일 한 가지씩을 잃어버리고 왔다. 지우개, 책, 연필, 공책, 심지어는 가방까지. 생각다 못한 그녀의 어머니는 영희가 아침에 들고 가는 물건들을 적어 목에 걸러주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영희는 물건의 목록이 적힌 목걸이를 걸고 학교에 갔다. 그런데 평소 집에 돌아올 시간이 되어도 그녀는 오지 않았다. 그녀의 어머니는 몹시 걱정을 하고 있었다. 그때 영희가 왔다. 그러나 그녀는 기운이 없고 희미하게 보였다.
영희의 어머니는 조금 이상한 생각이 들었지만 반갑게 맞이하며 간식을 내놓았다. 그러나 영희는 고개만 흔들 뿐 2층 자기 방으로 올라가버렸다. 아이가 피곤해서 그러려니 하고 어머니는 하던 일을 계속 했다. 얼마 후 두 명의 경찰관이 찾아왔다.
“저, 여기가 이영희 학생 집인가요?”
“네, 그런데 무슨 일이세요? 그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났나요?”
경찰관은 잠시 머뭇거렸다.
“저, 참으로 안됐습니다. 영희가 학교 앞 횡단보도를 건너다 그만 트럭에 치여 죽었습니다.”
영희의 어머니는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영문을 몰랐다.
“잘못 아셨어요. 영희는 벌써 와서 지금 제 방에 있는데요. 제 딸이 아닐 겁니다.”
경찰관들은 어리둥절했다.
“네? 분명히 주위의 학생들이 영희라고 하던데요?”
“그럼 잠시만요. 영희를 불러올게요. 영희야, 영희야!”
그렇지만 아무리 불러도 영희는 나오지 않았다. 이상하게 생각한 어머니와 경찰관들은 2층으로 올라갔다. 영희는 보이지 않고 그녀의 침대 위에는 아침에 걸고 간 물품 목록이 적힌 목걸이만이 피가 묻은 채 놓여 있었다.
이번에는 영희 자신의 육체를 잃어버린 것이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906373433
5-(18) 과실치사
한 부부가 아들 하나를 데리고 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가족은 피서를 가게 되었다. 그곳에는 아름다운 절벽이 있었다. 부부는 그 절벽 끝에 서서 아름다운 경관을 바라보며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그런데 이야기가 사소한 말다툼으로 번지더니 끝내는 싸움으로까지 발전했다. 한참을 다투다가 남편은 피서지까지 와서 싸운다는 생각을 하니 자신이 우스워졌다. 그래서 아내에게 미안하다고 사과하며 어깨를 살짝 건드렸다.
“어어어!”
그 바람에 부인이 절벽에서 떨어져 목숨을 잃고 말았다. 고의가 아닌 뜻밖의 사고였다.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다행이라고 생각한 그는 절벽을 내려와 호텔로 갔다. 그러고는 경찰에 신고했다.
한두 달 후 그 사건은 별다른 증거를 찾지 못해 실족사로 처리되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록 아들은 한 번도 어머니를 찾지 않았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한 아버지는 어느 날 아들에게 물었다.
“너 엄마 보고 싶지 않니?”
“아니요, 엄마는 매일 보는데요, 뭐.”
“뭐, 뭐라구?”
“지금도 아빠가 등에 업고 계시잖아요. 엄마 맞지요?”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91473858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