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⑺ 사랑하는 손주
어느 마을에 할머니와 아들 내외, 그리고 손자가 함께 살고 있었다. 할머니는 손자를 아주 귀여워해 잠시도 곁에서 떼어놓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정정하던 할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자식 내외와 손자의 슬픔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할머니의 장례가 끝난 뒤 며칠이 지났다. 그런데 밤마다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손자의 방에서 손자를 찾는 할머니의 간절한 울음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손자는 밤마다 이 소리에 시달려 한잠도 자지 못했다. 그리고 나날이 여위어갔다. 아들 내외는 어찌할 방도를 몰라 쩔쩔 맸다.
어느 날 한 시주승이 그 집 앞을 지나게 되었다. 그는 그 집에 서린 차가운 기운을 보고 주인에게 말했다.
“어허, 얼마 전에 죽은 영혼이 이승의 인연에 너무 집착한 나머지 떠나지 못하고 급기야 손자를 데리고 가려 하는구먼.”
“네? 지금 뭐라고 하셨어요, 스님?”
아들 내외는 깜짝 놀라 스님에게 되물었다. 그리고 스님을 붙잡고 어찌해야 하는지 방도를 물었다.
“보름달이 뜨면 영혼의 그림자가 그 모습을 드러낼 것이오. 그러면 그 그림자의 심장부에 칼을 꽂으시오.”
“네? 칼을요?”
스님은 다만 이 말 한마디만을 남기고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아들 내외는 보름달이 뜨기만을 기다렸다. 그동안에도 역시 손자는 밤마다 악몽에 시달려야 했다.
드디어 보름날 밤이 되었다. 아들 내외는 보름달이 밝자 아들의 방 근처에 몸을 숨기고 영혼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자정이 지나자 보름달이 구름 뒤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스님이 말한 대로 아들 방 주위에 영혼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아들 내외는 그 그림자의 심장부에 칼을 꽂았다.
“으윽! 저승을 어찌 혼자 간단 말인가. 내 사랑하는 손자와 함께 가려 했는데……. 너희들이 방해를 하는구나. ”
이 말을 남기고 영혼의 그림자는 서서히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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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⑻ 아들 찾는 할머니
6·25의 상처가 아직 아물지 않고 굶주림과 고통에 시달리던 때에 있었던 일이다. 전쟁 당시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 산 전체가 묘지가 되어버린 어느 산골에 다 쓰러
져가는 움막이 있었다. 그 움막에는 부모가 멀리 돈벌이를 나가 언제나 딸아이 혼자 남아 고양이와 함께 집을 지키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비오는 날이었다. 그날도 소녀는 산비탈만 쳐다보며 어머니와 아버지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눈앞에 웬 머리가 하얀 할머니가 서 있었다.
“얘야, 혹시 여기서 중간 키에 얼굴이 가무잡잡하고 서울 말씨를 쓰는 총각 하나 못 봤니?”
할머니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이렇게 물었다. 소녀는 매우 가슴이 아팠다.
“아뇨, 할머니 못 봤어요.”
할머니는 기운 없이 몇 번 고개를 끄덕이고는 가버렸다. 그런데 옆에서 고양이가 떨고 있었다.
그날 밤 소녀는 잠결에 하얀 물체가 방구석에 있는 것을 보았다. 깜짝 놀라 눈을 떠보니 낮에 보았던 그 할머니였다. 할머니는 구석에 쪼그리고 앉아 또 물었다.
“얘야, 내 아들 못 봤니?”
소녀는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다음날 아침 정신을 차린 소녀는 어머니와 아버지에게 어제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이 곳에 원귀들이 많아 그러나보다.”
어머니는 즉시 비방을 했다. 그 후 할머니는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소녀의 베개 밑에 부엌칼을 넣어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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