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⑶ 수위와 여학생들
한 여자고등학교에 성질이 고약한 수위가 있었다. 그는 등교하는 여학생들에게 괜히 집적거리고 아무나 붙잡고 시비를 걸곤 했다. 게다가 아이들이 선생님에게 야단을 맞고 있으면 이때가 기회다 싶어 선생님 이상으로 참견을 하고 핀잔을 주어 학생들에게는 눈에 가시였다.
그러던 어느 날 여학생들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 수위를 골탕 먹일 모의를 했다. 밤에 귀신 분장을 하고 나타나 수위를 깜짝 놀래주자는 것이었다. 그야말로 유치한 계획이었다.
드디어 계획한 날이 왔다. 여학생들은 밤이 이슥해지자 음악실에 모여 작전을 개시했다. 각자 집에서 가져온 화장 도구와 케첩 등으로 한 여학생을 무시무시하게 분장시켰다. 분장을 한 여학생은 음악실에 있는 커다란 거울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 보았다.
“으아악!”
그 여학생은 그만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됐어, 성공이야.”
“그래, 우리가 봐도 속을 정도야.”
여학생들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귀신 분장을 한 여학생은 숙직실로 가서 노크를 했다.
“똑똑똑!”
수위는 잠을 자다가 나온 듯 부스스한 얼굴이었다.
“누구야, 한밤중에…… 우왁!”
수위는 그 여학생을 보는 순간 이상한 말을 주절대더니 입에 개거품을 물고 쓰러졌다.
“아, 성공이다.”
“어때, 기분이? 하하하!”
“악의 최후다!”
여학생들은 매우 만족하며 각자 한마디씩 했다. 그러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그런데 귀신 분장을 한 여학생은 마음이 여렸다. 친구들이 귀신 분장이 잘 어울리겠다고 해서 응했을 뿐 전혀 악의는 없었다. 그녀는 수위의 창백한 얼굴이 계속 떠올라 몹시 괴로워했다.
결국 그녀는 다음날 아침 수위를 찾아갔다. 다행히 수위는 아무 이상 없었다.
“아저씨, 죄송해요.”
“아니, 무엇이?”
“어제 몹시 놀라셨죠?”
“어, 네가 그것을 어떻게?”
“죄송해요. 바로 저였어요.”
“그래, 괜찮다. 지난 일인데 뭐.”
어제 큰 충격을 받아서인지 수위는 예전과 달랐다. 그녀는 크게 혼날 줄로 알고 갔는데 뜻밖에 수위는 아주 부드러웠다. 그녀는 마음 놓고 어제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분장을 하고 음악실에서 거울을 보는데 저 자신도 어찌나 놀랐는지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어요.”
그러자 갑자기 수위의 얼굴이 굳어졌다.
“뭐? 음악실에는 거울이 없는데…….”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701118343
5-⑷ 손자국
중간고사 시험기간이었다. 4교시 시험이 끝난 후 곧장 집으로 돌아온 나는 수박을 먹고 한숨 자려다가 학교 도서실에서 열심히 공부하고 있을 친구들이 떠올랐다.
‘그래, 잠이 다 뭐야. 나도 도서실에 가서 공부해야지.’
이렇게 마음을 먹고 나는 학교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학교 도서실은 학생들로 가득 차 빈자리 하나 없었다. 그렇다고 그냥 돌아갈 수도 없었다. 나는 교실에서 공부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혼자 공부하려고 생각하니 왠지 을씨년스러웠다. 게다가 밖은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다. 나는 도서실로 가서 친구들을 설득했다
“야, 수위 아저씨의 허락도 받았어. 교실에서 우리 함께 공부하자.”
도서실의 숨막힐 듯한 공기가 싫었는지 친구들이 우르르 교실로 몰려왔다. 우리는 열심히 공부했다.
그런데 9시가 조금 지났을 때였다. 창가에 앉아 있던 한 친구가 두려움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야, 저것 좀 봐.”
우리는 모두 창가로 달려갔다. 맞은편 건물에서 희미하지만 붉은 것이 흔들리고 있었다.
“음? 저게 뭐지?”
“야, 왠지 으스스하다.”
“우리 한번 가보자.”
“하지만 우리 10시까지만 공부하다가 가기로 했잖아.”
“에이 자식들, 무슨 겁이 그렇게 많니? 그러지 말고 우리 음악실 탐험이나 하자.”
결국 우리는 불이 꺼져 있는 맞은편 건물로 갔다. 그러나 그 누구도 들어갈 엄두를 내지 못했다. 그때 담력 좋은 한 친구가 말했다.
“내가 들어가보고 올게.”
“야, 조심해.”
자신만만하게 들어갔던 그 친구는 15분쯤 뒤에 헐레벌떡 뛰어나왔다. 그러고는 교실로 달음박질치기 시작했다.
“우와!”
“엄마─”
우리도 덩달아 도망쳤다. 뛰면서 우리는 그에게 물었다.
“야, 그 붉은 것의 정체가 뭐니?”
“그래, 귀신은 없었어?”
“귀신은 무슨 귀신……. 그냥 1층에서 4층까지 한번 둘러보고만 왔어. 아무것도 없던데? 히히 내가 장난친 거야.”
우리는 숨이 턱에 닿도록 교실로 뛰어온 뒤에야 그 친구가 장난친 것을 알게 되었다. 그때 그 친구 뒤에 섰던 한 명이 몹시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야, 너…… 그런데…… 거기서 누구와 마주치지 않았니?”
“아무도 없었다니깐.”
“그럼 너 등 뒤에 그 붉은 손바닥 자국은…….”
우리는 일제히 그 친구의 등을 쳐다보았다 그의 등에는 그냥 얼룩이 묻었다고 하기엔 너무도 뚜렷한 손바닥 자국이 찍혀 있었다. 그것도 마치 해골이 찍어 누른 듯한, 손가락 마디마디가 뚝뚝 끊어지는 것이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snow_music/22370784656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