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얘기는 예전에 한 번 올린 적 있었는데
내가 너무 두서없이 쓴 거 같기도 하고
나 혼자 겪은 일도 아니라 마음이 좀 그래서
지워버렸거든
이번에는 잘 정리해서 글 써볼게
이 일은 제목에도 적었듯이
내가 초등학생 때 있었던 일이야
친구A와 친구B, 그리고 나까지 3명은
하교 후에 B의 집 앞 놀이터에서 놀기로 했어
(이제부터 A는 미자, B는 말자라고 적을게)
왜 말자네 집앞에서 놀기로 했냐면
나랑 미자는 같은 동네, 같은 건물에 살고 있어서
혼자 다른 동네에 살고 있는 말자네 동네에서 놀기로 한거였어
아무튼,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고 있는데
말자가 바닥에 던져놓은 가방이 신경쓰였는지
집에 가방을 두고 온다고 하길래 그러라고 했지
그렇게 말자가 집에 가고 시간이 꽤 흘러
하늘도 어둑해지고 우리도 집에 갈 때가 되었는데도
말자는 돌아오지 않았어
전에 말자네 집에 놀러간 적 있던 미자가
어디에 사는지 아니까 집에 가보자고 제안했어
말자가 살던 아파트는 위에 사진처럼
계단을 올라가면 필로티 구조로 되어있고
거기에 엘베가 있었어
아무튼 엘베를 타는데 우리 뒤에
고등학생에서 이십대초반 사이로 보이는 남자가 뒤따라 탔어
남자는 컵라면을 들고 있었는데
그냥 들고 있는 게 아니라 품에 꼭 안고있었어
그게 인상적이라서 아직도 기억이 나
엘베문이 닫히고 미자가 층수를 누르는데
하필 그 층수가 고장이 난 거야
그래서 그 아랫층인 @층에 내려서
계단으로 올라가기로 했어
우리가 그 얘기를 하는 와중에도
남자는 층수 버튼을 누르지 않고 있었는데
우리가 @층에 내려서 올라가자고 하자마자
@층을 누르는 거야
너무너무 수상하잖아
심지어 그때 나는
공개수배25시 같은 프로그램을 보면서
사람불신에 걸린 꼬맹이었는데
그 사람이 오죽 이상했겠어
나는 미자한테 귓속말로
'엘베 문 열리면 빨리 뛰어서 올라가자'고 했어
엘베문이 열리고
있는 힘껏 뛰어 계단으로 향했는데
뒤에서 철푸덕 소리가 나는 거야
뒤를 돌아보니
그 수상한 남자는 역시나 우리를 따라 내렸고
미자를 잡아채서 바닥에서 목을 조르고 있었어
그 모습을 보니까 나도 너무 무서워서
얼어버리고 말았는데 그래도 멈추게 해야한다는 생각에
미친놈아!! (아니면 미친새끼야!! 라고 했을거야)
하고 소리를 질렀어
그랬더니 남자가 그래 나 미쳤다 하고
흐흐흐 웃으면서 계단으로 내려가는거야
우리는 울면서 말자네 집으로 갔어 ㅠ
그때 말자 부모님 두분도 집에 계셨는데
우리가 울면서 횡설수설하니까
말자보고 1층까지 우리 바래다 주라고 했거든
근데 지금 생각하면 이 모든 게 너무 신기한게
우리도 경찰에 전화할 생각 못했지만
말자네 부모님도 전화할 생각을 못한 걸 넘어서
말자한테 우리 바래다 주고 오라고 했던 게
지금도 너무 신기한 거 같아 ㅋㅋㅋㅋㅋㅋ
아무튼 말자랑 같이 1층으로 내려갔는데
소름돋게 그 남자가 컵라면을 안고있는 모습으로
아파트 현관 계단을 올라오고 있는거야
저 사람이야! 저 사람이 그랬어!
하면서 난리가 나니까
말자가 자기 동네에 유명한 또라이라고 그러더라고
그 당시 이 이야기를 친구들한테도 부모님한테도
얘기해봤는데 심각하게 생각을 안 하더라고
그냥 시비 걸린 정도인데 부풀려서 말하는 거라고 생각했나?
그래서 어느순간 주변에 얘기를 안 하게 되었어
그래서 후일담은 없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