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아들이 아닌 네가 못마땅했고 나는 아들 아니라고 엄마 시집살이 시키는 할머니가 못마땅했거든.
할머니가 아프실적에도 살갑게 손 발 주물러드리거나 말 붙이는 손녀가 아니라서 그닥 가깝지 않았고, 나는 할머니가 오면 할머니 본단 핑계로 우리 집 와서 평소 신경도 안쓰면서 티비가 크네 작네 하는 고모랑 왕래가 없다가도 좁은 집에 오셔선 작은집이랑 고모 불러들이는 할머니라고 별로 안좋아했었어. 이것때문에 할머니한테 불편하다고 불평도 했었고.
근데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 꿈에 나오셨어. 장례 치르면서 이 얘길 하니깐 할머니가 손주들 중에 날 좋게 생각하셨다고 그러시더라고? 할머니는 말기암이셨는데 향년 80세셔서 남들은 증손주 보시는데 뭐가 급하시다고 먼저 가시냐고, 첫 손주가 결혼할 때 까지만 버티시라고 그랬는데 그 말이 할머니한테 고마우셨나봐. 정작 나는 일해야해서 할머니 돌아가실 때 까지 명절이든 언제든 할머니 계신 시골은 가지도 못했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기 몇 주 전에 할머니가 못버티실 것 같다고 마지막으로 할머니를 보러갔는데 할머니가 내가 아는 모습이 아니셨어. 살이 홀쭉 빠지시고 어지럼증에 일어나지도 못하셨는데 나 왔다고 하니깐 손 뻗어서 악수를 해주셨는데 그 때 와줘서 고맙다고 했던 게 기억나. 할머니가 자존심이 세셔서 치료 포기하고 나서 주변 사람들이 들여다 보는 것도 죽었는 지 구경하러 왔냐고 하실 정도로 예민하셨는데 그 때는 그냥 와줘서 고맙다고 하시더라고.
그리고 할머니 돌아가시고, 다른 사람들은 치료 포기 맘 먹었을 때부터 죽기 전에 하고싶은 거 다해라. 맘편하게 살아라 하는데 나만 더 살라고 해서 고마웠다고 하시고, 한 번 보러 가지도 못했는데 힘들게 일한다고 걱정하시고... 그래선가, 돌아가시기 전에 나랑 사촌동생 꿈에만 나오셨다더라고.. 그런데 그 뒤에 가끔 꿈에 나와. 49일 즈음에 한번 하얀 소복입고(얼굴은 안보이는데) 나오셔서 내가 뛰다가 넘어져서 네 발로 뛰다시피 기면서 치맛자락 붙잡고 엉엉 울었던 꿈부터, 어제 꿈에 나오셨던 거 까지...
머리론 그냥 좋은 곳 가셨겠거니 하는데 맘은 싱숭생숭해. 할머니 살아생전에 사이가 좋았던 적이 없어서 그런가, 돌아가시고 나서 산소를 간 적이 없어서 그런가. 꿈에 한 번 씩 나오실 때마다 맘이 안좋은 ㅋㅋㅋㅋㅋ 내가 할머니한테 죄송해서 꿈에 나오는지, 어떤질 모르겠어. 꿈 꾸고 나서 내 기분이 어땟냐는데 그냥, 그냥 싱숭생숭해.. 내가 할머니를 못보내고 있는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