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⑦ 다리를 저는 개
1970년대에 짐을 실어 나르던 말이 주인이 싸움이 붙자 상대의 어깨를 물어 버린 일이 있었다. 평소에 그 주인은 말을 지극히 아꼈다 한다. 고등동물은 심리가 있고, 사람의 애정에 반응하는 것이다. 이 이야기는 개를 마음대로 풀어 놓고 키우던 시절의 이야기이다.
서울 논현동에 소영이라는 독신녀가 살았다. 소영은 심각했던 첫사랑의 좌절 이후 혼기가 훨씬 지날 때까지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고 혼자 살았다.
소영은 다리를 저는 콜리 한 마리를 키웠다. 콜리는 원래 충성심이 강한 품종이지만 유별나게 그녀를 따랐다. 소영이도 첫사랑의 남자에게 배신을 당하고 이어 믿었던 친구마저 은혜를 원수로 갚자 사람에게 정 주는 것을 두려워하게 되어 콜리에게 정을 쏟고 의지하며 살았다.
10년 세월을 소영과 콜리는 서로 의지하며 살았는데, 그들의 의존 관계는 결국 콜리의 죽음으로 끝나게 되었다. 콜리가 죽자 소영은 매우 슬퍼하며 며칠 동안 먹을 것을 입에 대지도 않았다. 충격과 슬픔으로 멍한 상태에서 소영은 콜리를 산기슭 양지바른 곳에 묻었다.
그 후 소영은 다리를 절지만 믿음직스럽고 충직했던 콜리를 못잊어 콜리의 사진 앞에 항상 싱싱한 꽃을 놓아 주며 쓸쓸하게 살았다.
어느 여름날 오후 혼자 사는 소영의 집에 강도가 들었다. 스타킹을 뒤집어쓰고 칼을 든 두 명의 강도는 금품을 빼앗은 뒤 소영이마저 해치려 했다. 입에 수건이 물려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꼼짝없이 당하게 된 위급한 순간, 갑자기 창문과 현관으로 개들이 뛰어들었다.
예닐곱 마리에 이르는 개들은 으르릉거리며 두 명의 강도에게 사납게 달려들었고, 상처를 입은 강도들은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강도가 도망친 후 개들도 바람처럼 사라졌다. 그 개들은 모두 모르는 개였는데, 딱 한 마리만은 이웃 미장원 주인이 기르는 개임을 알 수 있었다.
놀라운 일은 원래 멀쩡하던 그 개가 다리를 절며 소영이에게 다가와 콜리식으로 킁킁거리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정신을 차린 소영이가 바로 미장원을 찾아갔을 때, 미장원 개의 다리는 멀쩡하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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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⑧ 뺑소니 운전
여의도의 한 아파트에 사는 최대리는 늘 마포대교로 출퇴근했다. 장맛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그날도 최대리는 만리동 고개를 넘어 마포대교 입구로 들어섰다. 거래처 사람들과 마신 술이 얼큰하게 올라왔다. 그런 상태에서 운전을 한 게 문제였다.
시간은 새벽 1시를 넘어 다리 위는 한산했다. 최대리는 엑셀러레이터를 밟았다. 순간 차가 빗길에 쭈욱 미끄러지면서 앞차의 옆구리를 들이받아 버리는 것이었다. 백발의 노인이 운전하던 앞차는 다리 난간을 부수면서 한강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당황한 최대리는 사방을 훑어보고는 그대로 뺑소니쳐 버렸다.
이튿날 최대리는 신문을 통해 그 차의 백발 신사가 모 대학교수라는 사실을 알았다. 보도는 한강으로 추락한 뒤 동승한 부인의 시신은 건졌으나 교수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고 했다.
사고 다음 날부터 최대리는 양화대교를 이용하여 출퇴근하면서 악몽 같은 밤을 조금씩 잊기 시작했다.
그 후 1년이 지났다. 장맛비가 부슬부슬 뿌리는 여름 밤, 낚시광인 최대리는 강변에 텐트를 치고 우의를 입은 채 낚시를 하고 있었다. 두어 시간 동안 입질조차 없었던 찌가 갑자기 쑥 들어갔다. 경험 많은 최대리의 온몸을 짜릿한 흥분이 달려갔다. 손에 묵직한 진동이 왔다. 그런데 고기가 얼마나 큰지 최대리를 그만 물 속으로 첨벙 빠져 버렸다.
한참 씨름 끝에 팽팽하던 낚싯줄에 갑자기 긴장이 풀리면서 고기가 쑤욱 딸려 왔다. 드디어 고기가 수면 가까이 부상했다. 순간 최대리는 손에서 낚싯대를 놓고 말았다. 수면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고기가 아니라 머리부터 거꾸로 딸려온, 눈을 치켜 뜬 백발의 노인이었다. 그날은 바로 1년 전에 그가 뺑소니 사고를 낸 날이었다.
이튿날 최대리는 텐트와 장비를 그대로 남겨 둔 채 실종되고 말았다. 익사로 추정한 경찰은 잠수부를 동원하여 수색했지만, 최대리의 흔적은 영영 찾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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