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③ 수서행 막차
H기업 금속영업과 과장인 P씨는 손님 접대로 술을 많이 마시고 늦게 귀가길에 올랐다. 외국 바이어를 호텔까지 안내해 준 다음 부랴부랴 전철역으로 향했다.
원래 P씨는 자가용이 있었지만, 2년 전 사고를 낸 후로 택시나 승용차는 잘 타지 않게 되었다. 2년 전 그날도 음주운전 때문이었다. 신호만 제대로 지켰어도 피해 갈 수 있는 사고였다.
피해자 역시 술에 취한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신사였다. 다행히 늦은 밤이고 주변도 한적해, P씨는 그 시체를 한쪽으로 밀쳐 놓은 채 뺑소니쳐 버렸다. 그 다음날부터 P씨는 자가용을 팔아 버리고 전철로 출퇴근하게 되었다.
수서행 3호선 막차는 11시 30분에 떠난다는 사실을 알고 그는 헉헉거리며 전철 타는 데까지 뛰어왔다. 그런데 다행히 바로 열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막차를 놓치는 줄 알았는데 탈 수 있어 P씨는 너무도 기뻤다. 타고 시계를 보니 11시 40분이었다.
항상 막차엔 취한 사람들이 많은 편인데 오늘은 이상하게 텅 비어 있었다. 건너편 한쪽 구석에 고개를 푹 수그리고 앉은 취객을 빼고는.
P씨는 기분이 이상하여 고개를 숙이고 앉은 신사에게 한마디 건넸다.
“오늘은 막차가 좀 늦었네요.”
그 신사는 고개를 천천히 들더니 희끗희끗한 머리를 쓸어올리며 말했다.
“막차는 이미 10분 전에 떠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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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④ 넌 아니야
구름 낀 하늘이 낮아지며 예사롭지 않은 바람이 불었다. 금세 비라도 쏟아질 것 같은 음산한 날씨였다.
박과장은 차를 몰고 고속도로를 이용해 거래처 공장에 가는 중이었다. 궂은 날씨 탓인지 괜히 울적해지는 기분을 떨치려고 박과장은 휘파람을 불었다. 고개를 흔들며 신나게 휘파람을 불던 박과장은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고개를 돌렸다.
고속도로 위에 두 다리가 없는 여자가 손으로 몸통을 질질 끌며 기어가고 있었다. 놀랍게도 여자는 차와 같은 속도로 기는 것이었다. 여자는 박과장의 차 옆으로 바싹 다가오더니 산발한 머리를 휙 돌려 박 과장을 노려봤다. 여자의 얼굴엔 금이 가 있었다.
“넌 아니야.”
그리고 여자는 몸통을 끌며 사라져 버렸다.
혼비백산한 박과장은 비몽사몽간에 차를 끌고 거래처에 도착했다. 부축을 받고 차에서 내린 박과장이 눈물까지 흘리며 그 이야기를 했더니, 그곳은 사고 다발지역으로 뺑소니 차에 치여 죽은 여자 귀신이 출몰한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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