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x03. 단짝
중3인 미경이, 영옥이, 명희 셋은 단짝이었다. 어느 날 야간 자율학습을 마치고 셋이 가장 늦게 귀가하게 되었는데, 교문을 나섰다가 미경이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
“어머, 집에 가서 공부할 책을 놓고 왔어.”
친구들이 그냥 가자고 했으나 미경이는 한사코 책을 가져와야 한다고 떼를 썼다. 때가 때인지라 친구들도 어쩔 수 없이 그러라고 했다.
“잠깐만 기다려.”
미경이는 학교로 뛰어들어갔다.
복도에 들어서서 보니까 미경이네 교실엔 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일까? 영옥이와 명희가 책상 위를 뛰어다니며 놀고 있는 게 아닌가.
‘얘들이 언제 들어왔지?’
교실로 들어서려다가 미경이는 하얗게 질렸다. 책상 위를 뛰어다니며 노는 친구들의 발이 보이지 않는 것이었다.
‘귀신이다!’
도망치는 미경이는 너무 무서워 제정신이 아니었다. 누가 뒤에서 잡아당기는 것만 같았다. 평소보다 더 길어져 버린 복도를 막 벗어나려는데 수위 아저씨와 마주쳤다.
“아저씨! 아저씨! 저 안에요. 발 없는 귀신들이 놀고 있어요.”
수위 아저씨가 앞장 서서 쓰윽 걸어 나가며 말했다.
“나처럼 말이니?”
미경이는 정신을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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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x04. 인형
자기 키만한 인형을 끌어안은 소녀가 엄마 손을 잡고 전철을 타고 있었다. 인형은 새까만 머리에 빨간 리본이 달린 머리띠를 하고 분홍색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그리고 깊고 푸른 눈을 가지고 있어 전철 안 사람들은 모두 그 매혹적인 인형을 한 번씩 쳐다보았다
전철이 흔들리거나 소녀의 팔이 움직일 때마다 그 인형은 깊고 그윽한 눈을 천천히 움직이면서 좌우를 살펴보는 듯했는데 그것은 마치 살아 있는 느낌이었다.
약수역이 되자 인형을 끌어안은 소녀는 엄마를 따라 내리게 되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쏟아져 들어오는 바람에 인형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앙! 내 인형.”
모든 게 순간이었다. 출발하는 전동차에 인형은 산산이 찢겨졌다. 팔, 다리, 머리, 모두 뿔뿔이 흩어졌고 소녀는 인형을 잃은 슬픔에 계속 큰소리로 울면서 엄마 손에 끌려갔다.
역에서 전철을 기다리던 한 아저씨가 안타까운 듯 철로 위에 나동그라진 인형의 머리를 들여다보았다. 파란 구슬 같은 눈이 끔벅거리며 눈동자가 아까처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살아 있는 듯한 인형의 얼굴에 그 아저씨는 넋을 잃은 듯했다. 좌우로 움직이던 눈동자가 아저씨의 얼굴에 고정되는 순간, 인형의 얼굴엔 점점 웃음이 번졌다.
어느 새 들어온 전동차가 아저씨를 덮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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