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x21. 내 아이를 돌려줘서 고맙습니다 (실화)
봉천동 변두리에서 포장마차를 하는 신혼부부가 있었다. 가난한 이 신혼부부에게는 세상의 그 어떤 보물보다도 더 소중한 아기가 하나 있었다. 1980년 2월 7일 자정 어느 산부인과 병원에서 태어난 이 아이의 백일을 하루 앞둔 날 밤이었다. 아기가 태어난 자정이었는데 이 때 누가 이 집 대문을 두드리는 것이었다. 아기 엄마는 이 야심한 밤에 누굴까 하고 밖으로 나가보았다.
“누구세요?”
“잠시 드릴 말씀이 있어 실례인 줄 알면서도 이렇게 밤늦게 찾아왔습니다.”
대문을 열고 보니 웬 낯선 젊은 부부가 서 있었다.
“무슨…… 일이세요?”
“이거…… 죄송합니다.”
그 부부 중 남편이 다시 한 번 정중하게 인사를 하더니 말했다.
“저…… 아이가 잘못 전해졌습니다. 지금 아주머니가 키우시는 아이는 우리 아이입니다.”
이 낯선 불청객의 말에 아기 엄마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이 무슨 아닌 밤의 홍두깨냐며 아기 엄마는 대문을 쾅 닫아 버렸다. 그래도 미심쩍어 대문 틈새로 내다보니 불과 1초도 안 지났는데 그 낯선 부부는 감쪽같이 사라져 버렸다.
아이는 가난한 환경에서도 무럭무럭 자랐다. 그런데 이 아이가 말을 배우자마자 처음 했던 말에 이 가난한 부부는 깜짝 놀랐다.
“빨리 커서 엄마한테 돈 벌어다 줘야지.”
특별한 아이라고 생각했다. 어느덧 초등학교를 들어가 받아쓰기를 해도 꼭 “빨리 커서 엄마한테 돈 벌어다 줘야지.” 라고 썼던 것이다.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으로 올라가던 날 자정에 아이 엄마가 불길한 꿈을 꾸었다.
다음 날 아침에 아이에게 말했다.
“오늘은 혼자 오지 마. 엄마가 데리러 갈께. 응?”
“알았어, 엄마.”
그러나 아이는 혼자 집으로 오다 횡단보도에서 화물 트럭에 치여 그 자리에서 죽었다. 물론 보상금이 나왔지만 아이를 잃은 슬픔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이 죽은 아이를 조그만 야산에 묻은 날 밤이었다. 아이가 태어난 시간인 자정에 옛날의 그 낯선 부부가 다시 찾아와 대문을 두드렸다. 아이 엄마가 대문을 열기도 전에 말하는 것이었다.
“뒤늦게나마 아이를 돌려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아이 엄마는 재빨리 대문을 열었지만 문 밖에는 아무도 없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2ndsnow/222787688079
2x22. 사당행 막차
무더위가 계속되던 1992년 여름이었다. 정확하게는 8월 첫째 주의 금요일 밤이었다. 이 날은 아침부터 저녁까지 마른번개만 치더니 밤이 이슥해서야 소나기도 아닌 보슬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밤 12시가 가까워 올 무렵이 돼서야 겨우 지하철 4호선인 사당행 막차를 탄 옆집 아저씨는 사람들 틈에 끼어 집으로 오고 있었다. 한 정거장이 지날 때마다 안내방송이 나왔다. 사당동에 사는 아저씨는 방송이 나올 때마다 귀를 쫑긋 세웠다.
“이번 역은 총신대, 총신대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오른쪽입니다. 다음 역은 사당역입니다.”
총신대역에 열차가 서고 문이 다시 닫혔을 때 열차 안에는 옆집 아저씨 한 사람밖에 없었다. 열차는 다시 사당역을 향해 힘차게 달리고 밖에서는 계속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다.
이윽고 스피커에서 ‘찌직 찌지직’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가냘픈 여자 목소리의 안내방송이 나왔다. 아저씨는 내리려고 문 앞으로 다가섰다.
“이번 역은 사당, 이 열차의 종착역입니다. 내리실 문은 없습니다.”
📓출처 ☞ https://blog.naver.com/2ndsnow/2228540025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