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5 집을 찾는 할머니
밤늦은 시간, 준기는 자기 방 책상에 앉아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그 때,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창문을 열어보니 웬 할머니 한 분이 서계셨다.
“누구세요? 이 밤중에 웬일이세요?”
“얘야, 말 좀 묻겠는데, 너 혹시 원일이네 집을 알고 있니?”
원일이와 같은 반인 준기는 할머니에게 원일이의 집을 가르쳐 주었다.
다음 날 학교에 와보니 원일이가 보이지 않았다. 어젯밤 갑작스런 사고로 죽었다는 것이다.
그 날 밤, 준기는 또다시 그 할머니를 만났다. 창 밖에 서서 할머니가 물었다.
“얘, 자꾸 미안한데, 수경이네 집 좀 가르쳐주겠니?”
준기는 친절하게 수경이의 집을 가르쳐드렸다. 역시 다음 날 수경이는 결석을 했고, 원일이처럼 사고로 죽었다고 했다.
집에 돌아온 준기는 자꾸 할머니의 일이 마음에 걸렸다. 죽은 친구들이 자기 때문에 죽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준기는 결심했다.
‘오늘은 절대로 가르쳐드리지 말아야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역시 그 할머니였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자기 방은 2층에 있었다. 너무 놀란 준기는 할머니에게 큰 소리로 말했다.
“빨리 가세요. 전 이제 아무것도 몰라요.”
할머니는 웃음을 띠면서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다. 오늘은 너희 집에 온 거니까~”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495885122
EP.6 친구의 아파트
민숙은 날아갈 듯한 기분이었다. 넓은 거실에는 TV, 냉장고, 컴퓨터, 비디오, 오디오 등이 쓰던 그대로 있었고 안방에는 고급 장롱과 침대가 놓여 있었다. 비좁고 답답한 학교 근처의 자취방을 생각하니 갑자기 다른 세계로 이동한 느낌이었다.
그 아파트는 대학 동창생인 희정의 아파트였다. 희정은 대학 재학 시절 민숙의 단짝이었다. 졸업 후 민숙은 대학원에 진학하고 희정은 잡지사의 자유기고가로 활동하게 되면서 만남이 뜸하게 되었고 민숙이 박사과정을 시작한 후로는 연락이 끊기다시피 했다.
며칠 전 민숙이 학교에서 돌아왔을 때 자취방의 책상 위에 낯선 열쇠꾸러미가 놓여 있었다.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던 중에 희정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었다. 급한 일로 갑자기 멀리 떠나게 되었으니 자기가 돌아올 때까지 자신의 아파트에서 살라는 얘기였다. 이것저것 물을 틈도 없이 또 연락하겠다며 희정은 전화를 끊었다. 얼떨떨하기는 했으나 원래 자유분방한 문학도인 희정이었기에 그러려니 했었다.
민숙은 트렁크를 열고 가지고 온 옷들을 장롱에 걸었다. 장롱은 한동안 쓰지 않아서인지 싸늘한 기운이 서려 있었다. 장롱은 모두 세 칸이었는데 두 칸은 텅 비어 있었고 나머지 한 칸은 잠겨 있었다. 아마 중요한 물건을 넣어 두었나보다라고 민숙은 생각했다.
다음 날이었다. 지도교수의 연구실에서 수업을 받고 나오는데 동료가 그녀에게 말했다.
“민숙씨, 옷에 핏자국 같은 게 묻어 있어요.”
화장실에 가서 거울에 비추어 보니 원피스의 목 뒤 언저리 부분에 핏자국이 있었다. 어디선가 머리를 부딪혔나 생각해 보았지만 그런 기억이 없었다. 등교길 차 안에서 묻었나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그냥 넘겨 버렸다.
그 다음 날 동기생들과 저녁을 먹는데 친구가 말했다.
“민숙아, 이거 핏자국 아니니?”
거울을 꺼내 살펴보니 흰 블라우스의 목 뒤 언저리에 핏자국이 묻어 있는 것이 보였다. 누군가가 장난을 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며
그 날도 대수롭지 않게 넘겨 버렸다.
그 다음 날도 핏자국이 묻어 있게 되자 민숙은 신경이 곤두서며 영 좋지 않은 기분이었지만 공부하랴 강의하랴 바쁜 가운데 잊기도 하면서 지냈다.
그 날 밤, 늦게 귀가한 민숙은 여느 날처럼 아파트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면서 TV를 켰다. TV에서는 마감뉴스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엽기적 살인 사건~ S아파트에서 모기업 과장으로 근무하는 장래가 촉망되는 미혼의 남자가 목이 반쯤 잘려 사망~”
카메라가 비추는 피살자의 사진을 보고 민숙은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는 민숙도 잘 아는 대학 시절부터 희정의 애인인 남자였다.
“죽은 남자의 일기장에 의하면 그는 애인의 아파트에서 변심을 추궁하며 결혼을 요구하는 애인을 살해하여 서울 근교의 야산에 묻었다고 합니다. 경찰은 죽은 남자가 적어 놓은 장소에서 시신을 발견했는데 시체의 머리 부분은 찾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 때 전화 벨이 울렸다.
“민숙아, 안녕... 네 옷 잘 입었어.”
희정이었다.
“여보세요! 여보세요!”
그러나 전화는 끊어지고 말았다. 내 옷을 잘 입었다니? 희정이가 여기 오기라도 했단 말인가?
순간 민숙은 망치를 찾아 들고 안방으로 내달랐다. 잠겨진 세번째 장롱의 열쇠구멍을 미친듯이 부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민숙은 비명도 지르지 못하고 얼어붙고 말았다.
거기에는 희정의 잘려진 머리가 머리카락을 풀어헤치고 허연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이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5035824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