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1 과부의 비밀
단 둘뿐인 어머니와 딸이 아주 싼 값에 시내 중심의 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너무 싸서 찜찜하기는 했지만, 지긋지긋한 셋방살이에 질린 가난한 모녀로서는 내 집 마련의 황금 같은 기회라 싼맛에 아예 사버렸던 것이다. 이사한 지 일주일쯤 지난 후, 딸이 엄마한테 밤마다 이상한 소리가 들려 무섭다는 얘기를 했다. 그러나 엄마는 환경이 바뀌어 예민해진 신경 때문에 그러려니 하고 무심코 지나쳐 버렸다.
그렇지만 딸 아이가 밤마다 식은 땀을 죽죽 흘리면서 엄마방으로 뛰어들어오자 하루는 아이방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한밤중이 지나자 머리쪽에서 한기가 훅 느껴져 눈을 살짝 떠보니, 하얀 옷을 입은 백발의 여자가 딸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고 있는 것이었다. 엄마는 벌떡 일어나 그 여자를 잡으려했지만 이미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엄마는 꿈이거나 아니면 헛것을 봤겠지 하고 스스로 위안하며 계속 잤다. 한 10분쯤 지나자 어디선가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하는 어린아이 소리가 들려 다시 일어나 보니, 벽장에서는 하얀 손이 흔들흔들 움직였고 벽장 옆에는 아까 그 여자가 붉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식칼을 든 채 흐흐흐 웃고 있었다. 이 광경을 본 엄마는 그만 기절해 버리고 말았다.
다음 날 아침 엄마는 깨어나자마자 총알같이 복덕방으로 달려갔다. 집을 소개한 복덕방 할아버지한테 어젯밤 이야기를 샅샅이 하고선 도대체 그 집에서 무슨 일이 있었느냐고 다그쳤다. 그러자 머뭇머뭇 망설이던 할아버지가 마침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원래 그 아파트에는 과부가 딸과 함께 사이좋게 잘 살았는데 어느 날 갑자기 과부가 미쳐서 딸아이를 칼로 찔러 죽인 후 벽장 속에 넣고 자신도 그 칼로 자살했다는 얘기였다. 이 얘기를 들은 엄마는 당장 이사가려고 짐을 꾸리기 시작했다.
그날 밤, 한밤중이 지나자 칼을 든 엄마가 아이가 자는 방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그 날 밤은 전에 살던 과부가 딸을 죽인 날이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462035826
EP.2 엘리베이터 속의 여자
술이라면 사족을 못 쓰는 30대의 은행원이 한 사람 있었다. 그런데 그는 술만 마셨다 하면 꼭 엘리베이터 안에서 다리를 절룩거리는 여자를 만나게 되었다. 이상한 생각이 들어 한 번은 일부러 술을 마시지 않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거나하게 취해 유행가를 흥얼거리는 옆집 아저씨밖에 없었다.
너무 궁금해 미아리의 유명한 점쟁이를 찾아가 점을 쳤더니 앞으로는 절대로 술을 마시지 말라고 했다. 한 번만 더 마시면 예쁜 저승사자가 데려간다는 것이었다. 저승사자라는 말에 소름이 오싹 돋은 은행원은 그 이후로는 한 잔도 입에 대지 않았다.
몇 년 후 그 은행원은 결혼을 했다. 직장 동료들이 노총각 신세 면했다며 축하주를 샀다. 그는 계속 거절했지만 한 잔 정도야 약 복용이나 마찬가지라는 동료들의 유혹에 솔깃해져 입에 톡 털어 넣었다.
집으로 올 때는 그래도 옛날 점쟁이 말이 떠올라 가슴을 덜덜 떨면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다행히 그 여자는 보이지 않았다. 은행원은 휴,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가 열쇠로 자기 아파트 문을 열고 아내를 부르자, 거실에 있던 아내가 천천히 다리를 절며 다가오고 있었다.
※출처: https://blog.naver.com/2ndsnow/2224715838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