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괴담/미스테리 혐오스러운 방관자
2,187 0
2021.06.04 23:24
2,187 0
1







시멘트로 된 바닥은 매우 차가웠다. 여러 번 깨지고 고쳐 울퉁불퉁했고, 누구한명 넘어졌다가는 맨들한 살구색 무릎이 까져 피투성이가 될 것 같았다. 유난히 오래되어 낡고 낡아 피폐한 삶의 내음이 녹아 든 골목 안 풍경은 을씨년스러웠다. 자주 내려오는 검푸른 안개도 그런 역할을 톡톡히 해내었다.







그 구석에서 오래 자리잡아온 터줏대감으로 불리는 해임빌라는 검붉은 타일들이 여러 군데 떨어져 회색속살을 내비치고 있었다. 빌라 현관 앞에는 선미의 이삿짐을 옮겨준 낡은 파란색 용달차가 검은 매연을 내뿜으며 골목을 빠져나갔다.







빌라의 현관은 낡고 부식되었다. 앞에는 대출, 분양, 다단계 홍보 전단지 스티커가 붙어 있었고, 그것마저 오래되어 색이 바래었다. 문을 여는 이음부분이 붉게 녹이 슬어 열고 닫지 못 한 지 오래되어 한쪽 문만이 겨우 반 틈만 열렸다. 삶에 지친 사람들은 고쳐 볼 생각도 않고 그 틈을 헤집고 지나다녔다.







처음부터 그렇게 만들어 졌다는 듯이.







비가 내렸다. 푸른 안개는 비에 씻겨 내려갔고, 그 뒤로 차가운 밤이 내려앉았다. 선미는 낡은 현관문 앞에 서서 멍하니 내리는 비만을 응시하였다. 그러고는 뒤로 돌아 계단을 올랐다.







쾌쾌하고 눅눅한 곰팡이 냄새가 온 빌라 내부를 감쌌다. 선미는 이젠 자신의 인생은 이처럼 더욱더 암울하고 습해질 거라 확신하며, 꼭대기 층인 5층으로 올라갔다. 오래되어 무너져 내릴 듯하다.







엘리베이터는 없었다. 1층 현관에는 오래되어 작동될지 의문인 먼지가 말라 붙어있는 CCTV 한대만이 덩그러니 매달려있을 뿐이었으니깐.







오래된 나무 난간을 손으로 짚으며 5층으로 걸어 올라왔다. 그리고 집 현관 비밀번호를 누르려는 찰나 등 뒤로 현관문이 열렸다. 그리고 여자 한명이 나왔다.







두 명은 눈이 마주쳤다. 선미와 영주는 서로를 바라보며 어색하게 목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간단한 인사만 남기고 선미는 집으로 그리고 영주는 계단으로 내려갔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익숙함을 느꼈다. 옛날 어디선가 만났던 사람이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가졌다.







그것은 약간의 오묘한 감정이었다. 반가움이 아닌 만나고 싶지 않은 사람에게 느끼는 불쾌한 감정이었기 때문이었다.



2







주황색 불빛이 흘러나오는 열린 창문에서 차가운 하얀 연기가 가느다랗게 흐른다. 붉은 립스틱 바른 입술에 얇은 종이로 감싼 담배를 물고 있는 선미는 이미 어둠이 내려앉은 골목을 바라본다. 띄엄띄엄 켜진 전등들 사이로 어둠에 물든 검은 인간들이 간간히 지나갔고, 노란 전등 아래에는 작은 밤벌레들이 정신없이 쏘다닌다.







고된 이사를 마치고 모든 세상이 끝나 듯 깊게 빨아들이는 담배는 죽음보다 달콤하다. 모든 것이 끝났으면 좋겠다. 여기서 바로 죽음이 당도하였으면 여한이 없겠다. 내일도 당연히 올 것을 알기에 선미는 어느 때보다 깊게 담배 연기를 폐로 끌어들인다.







그녀는 5층에서 아래로 내려 본다. 창문에서 바라보면 반대편에 빈 공터가 있다. 그곳에서는 홀로 서 있는 볼록거울이 보인다. 차가 오는 지, 오지 않는 지 확인 할 수 있는 거울. 사각지대를 볼 수 있다. 그 거울을 통해 그녀는 다른 골목을 볼 수 있다. 지금 선미는 빌라 옆에 뚫려있는 골목을 바라본다.







그쪽에서는 나를 볼 수 없지만, 나는 그 골목을 볼 수 있다. 이사 온 지 첫날이지만 그녀에게는 커다란 즐거움 한 가지가 생긴 것이다.







그 골목은 유난히 전등이 짧은 간격으로 세워져 있어서 밝았다. 출근을 마치고 자신의 대문을 열고 들어가는 아저씨. 큰 수레에 폐지를 주워 이동하는 할머니가 보인다.







할머니가 볼록거울에서 사라졌고, 선미의 빌라 앞을 지나간다. 유난히 밝은 그 골목은 선미 자신의 인생과는 많이 상반되어 보였다. 그녀는 침이 묻어 누렇게 변색되어버린 다 피운 담배꽁초를 밖으로 던져버리고 창문을 닫았다.







탁자 위에 놓은 흰색 A4 전단지 뭉치를 들었다. 이사는 끝났지만 선미의 생계는 시작이다. 그 종이에는 이렇게 적혀있었다.







[속눈썹 연장, 필러, 보톡스 이젠 제가 해드립니다. 병원에서 비싼 돈 드리고 하지마세요.]







촌스러운 전화벨 소리가 조용한 집안에 울렸다. 그녀는 변색되어 빛바랜 검은색 악어가죽 가방에서 조그마한 폴더 폰 한 개를 꺼냈다. 그러고는 으레 사회 안에서 질러대는 인위적인 콧소리를 내었다.







“네네 언니, 어머 어떡해요.. 저 이사 왔잖아요. 이제 저한테 못 받으실 거 같아요. 멀리 이사 왔거든요. 아 그 일은 아니에요. 에이 언니. 별말씀을 다 해요. 여튼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우리 동네 오면 연락해요. 제가 언니 피부 관리 한번 시원하게 해드릴게. 네 그래요 잘 지내세요.”







휴대폰을 탁 소리 나게 닫았다. 그리고 다시 가방 안으로 넣었다. 그녀는 재킷을 대충 걸치고 매트릭스 위에 놓인 비교적 최신의 스마트폰을 들고 현관문을 나섰다.















3







선미는 동네의 역사와 함께 각종 전단지들이 붙여지고 떼어져 하나의 퇴적물이 되어버린 전봇대들에 새로운 전단지를 여기저기 붙였다. 힘들면 구석진 곳으로 몸을 꾸겨 들어가 미지근한 밤공기로 인해 건조해진 입으로 담배를 폈다. 그리고 한 번씩 걸려오는 전화를 받았다. 최신 휴대폰을 들고 한쪽에는 싸구려 전단지 뭉치를 들고 다니는 그녀는 많이 역설적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게.”







어머니와 가족들의 걱정 어린 안부가 귀찮은 잔소리로 들린다. 어느덧 겨울이 가고 뜨거운 봄과 여름의 중간 즈음에 온 듯 그녀의 등에는 땀이 흐른다. 그리고 보라색 면 티를 입은 그녀였기에 등 뒤에는 땀이 타고 흘러내린 자국이 남겨졌다. 보라보다 더 진한 보라색으로.







그녀는 이만하고 들어가기로 했다. 주택가 집집마다 내놓은 초록색 뚜껑의 음식물 쓰레기와 각종 생활쓰레기가 열기에 더해 부패의 냄새를 내뿜는다. 그녀는 힘없는 발걸음을 집으로 옮겼다. 반대편에서 앞집 여자가 한손에 비닐봉지를 들고 오고 있었다.







몸에 달라붙는 싸구려 원단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었다. 다리 한쪽은 미세하게 절었고, 화장은 촌스럽게 화려했다. 그리고 쫀득한 분냄새가 풍겼다. 소주와 맥주 그리고 각종 안주들이 담긴 불투명한 하얀 봉투에는 동네마트의 로고가 크게 박혀 있었다. 영주와 참으로 어울렸다.







선미는 5층까지 같이 올라가기에 많이 어색한 것을 알았다. 그래서 먼저 계단을 올라가려 서두르다 그만 붙이다 남은 전단지를 지저분한 바닥에 쏟았다. 그녀는 오히려 늦게 올라가게 되어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불법시술하시네요?”







영주의 호기심어린 말을 듣기 까지는 그랬다. 그녀는 흩어진 전단지 몇 장을 주워 선미에게 건냈다.







“불법은 아니에요. 전 자격증도 있고, 웬만한 병원보다 괜찮게 하거든요.”







영주는 전단지 한 개를 세나마트 봉지에 구깃하게 접어 넣었다.







“불법 아니긴. 언니, 그럼 내가 첫 번째 손님할게. 내일 저녁 즈음 가도되지?”







선미는 털털하게 말하는 그녀에게 오래 전 본 듯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피하고 싶은 슬퍼지려는 감정이 가슴을 타고 눈과 코 그리고 입으로 쏟아지려고 한다는 사실을 지각했다. 본능적으로.







“저기, 우리 본 적 있나요?”







영주도 느꼈다. 선미와는 또 다른 감정. 하지만 그것이 뭔지 몰랐지만 기분이 나빴다. 가만히 선미를 쳐다보던 그녀는 짙게 그은 눈썹을 위로 치켜 올렸다.







“착각하신 거 아닌가?”







영주 그녀는 선 굵은 외모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걸걸했다. 그리고 어두운 빌라 내부로 들어갔다. 현관 초입구에 달린 CCTV는 가만히 그녀를 주시했다. 계단을 오를 때마다 종아리를 뚫고 나올 듯 한 근육은 투박하고 무거웠다.







선미는 영주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멍하니 서 있다가 집으로 올라왔다. 처음 본 사람한테 느끼는 죄책감 같은 슬픔은 어색했다.







그녀의 대포폰에서 촌스러운 벨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선미는 전화를 받았다. 운 좋게도 이사를 오자마자 손님 한 명이 맞이하게 되었다. 얼른 돈을 벌 준비를 해야 한다.











4







선미는 현관으로 들어오면 길쭉한 부엌 그리고 거실 옆에 조그마하게 달려있는 작은방을 가진 집에서 산다. 오래된 집답게 장판과 벽지는 누렇게 변색 되어있다. 그녀는 작은 방으로 들어와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간이 수술대 위에 얇은 갈색 체크무늬 천을 깔았다.







그 옆 선반 위에 수술용 은색 쟁반, 가느다란 얇은 주사기. 선미는 액체가 담겨진 유리용기 검정고무 대가리에 주사바늘을 깊게 찔러 넣는다. 그리고 주사 손잡이를 당겨 액체를 주입한다. 밀어낸다. 뾰족한 바늘에서 투명한 물줄기가 허공에 뿜어져 내린다.







그녀의 익숙한 준비가 끝났다. 다급하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분명히 초인종이 있는데 불친절한 손님이 선미의 신경을 긁는다.







잠금장치를 열고 문을 여는 순간 나이 살이 많이 붙은 중년의 여성이 호들갑을 떨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화장실 좀 쓸게. 아니 이게 무슨 일이야 정말.”







제 집 안방인 듯 자연스럽게 화장실로 들어갔다. 가슴보다 튀어나온 배. 자기 딴에는 꾸며보겠다고 노력하였지만 촌스러움만 더 한 흰색 바탕에 퍼런색 물방울이 들어간 원피스. 잠시 스쳐간 그녀에게서 김치 젓갈 냄새가 스쳤다.



얼마간 화장실에서는 첨벙거리는 물소리와 짜증 섞인 궁시렁거리는 옹알이가 들렸다.







“아니 글쎄 어떤 미친놈이 내 옷에 김치 국물을 쏟고 도망쳤다니깐. 씻어도 물도 안 빠지는데 어쩌면 좋아 정말.”







화장실에서 나온 중년의 여성은 얼굴이 붉게 상기되어 호들갑을 떨었다. 가슴 쪽에 주황색 물이 들었고 간간히 씻겨 내려가지 않은 고춧가루 알갱이들이 보였다. 축축하게 젖은 그녀의 가슴은 더욱 더 볼품없었다.







선미는 휴대폰 속의 시간을 들여다보았다.







“에휴, 이 나이에 얼굴 좀 펴 보겠다고 오다가 무슨 봉변인지, 아니 근데 아가씨 어디서 많이 봤는데?”







중년의 여성은 하던 말을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유심히 쳐다보았다.







“어머 저기 저 동네 성형외과에서 간호사 하던 선생님이시네. 어쩜 여기서 이렇게 봐? 아니 직장은 어쩌고? 아하 개인 사업하기로 했어? 아님 혹시 그 소문이 진짜였는가 보네. 어머 어머.”







늘어진 주름. 침이 고여 만든 입 주위에 맺힌 흰색 이물질. 흔들리는 볼 살. 누군가에게 당했다고 하는 김치 국물에서 나오는 역겨운 짠 내가 선미의 신경을 긁었다. 하지만 첫 손님이니깐.







“아 안녕하세요. 오랜만이에요 정말. 언니도 이 동네로 이사 오셨구나? 어쩐지 안 보인다고 했어요. 일단 방으로 들어가요. 제가 잘 해드릴게요.”







선미는 그녀의 입에서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은 지난날들의 기억이 튀어나올까 방으로 이끌었다.







흠집이 가득한 문을 열고 백열등 조명 아래 누운 중년 여성은 시술 내내 말을 끊이지 않고 했다.







“정말 그 성형병원 원장이 환자들 전신 마취 시킨 뒤에 영상 찍고 음란한 말하고 한 거 맞아?”







얇고 뾰족한 쇠바늘이 쳐진 가죽을 뚫고 들어갔다. 선미의 손은 조금의 미동도 없었다.







“전 잘 모르겠네요.”







백색 마스크에 가려진 그녀의 얼굴. 선미의 눈은 아무 감정이 없었다.







“아니 글쎄 그쪽이 옆에서 수술 보조도 했을 텐데 그것도 몰라?”







선미가 쥔 주사바늘이 중년여성 입가에 깊게 박힌 팔자주름 골 사이로 파고든다.







“아프세요?”







선미의 역겨웠던 과거를 들춰대는 중년의 여성 덕에 그녀는 떠올랐다. 성형외과. 가족들과 함께 살던 집과 가까웠던 그 병원에서 일을 했다. 동네에서 꽤 잘 나갔던 곳이었기에 만족스러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평탄할 것 같던 일상. 하지만 그 안으로 가만히 들여다보면 원장은 정상이 아니었다. 침대 위에 누여져 있던 여성 환자들을 품평하고 음란한 이야기를 하며 촬영을 했다. 나체였던 여성들은 그렇게 밀폐 된 영상 속에 남겨졌다.







그것을 보조하던 것은 바로 선미 자신이었다. 하지만 괜찮았다. 의식이 없던 그들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원장에게 잘 보일 기회였으니깐. 방관. 그렇게 방관을 하며 자신의 일상을 평범하다고 자위했다. 방관에 대한 대가는 선미의 일상적 평화였다.







무척 순조로웠다. 자신과 같이 일하던 간호조무사 한 명이 그 사실을 다른 곳에 퍼다 나르며 양심고백을 하기 전까지는.







폐쇄되었다. 의사면허 정지와 함께 그와 함께 일했던 모든 사람들이 죄인으로 낙인찍혔다. 공익 제보를 했던 사람마저 왜 일찍이 말하지 않았냐며 질책을 받았다.







선미는 증오스러웠다. 가만히 눈을 감으며 평범한 일상의 한 부분으로 남겨졌을 텐데. 이렇게 의학용품을 몰래 훔쳐 불법 시술소를 운영하지 않아도 되었을 텐데.







그녀는 중년의 여성의 피부에 바늘을 일부러 더욱 더 깊게 쑤셔 박아 넣었다. 주사 몸통 안에 담긴 투명한 액체에 붉은 피가 차올랐다.







“아야, 아파. 좀 살살해요. 사람 죽일 거예요?”







한참이나 떠들던 그녀는 인상을 찌푸렸다.







“죄송해요 언니. 끝났어요.”







한 바탕 시술이 끝나고, 중년 여성은 떠났다. 뒷정리를 끝낸 선미는 창가에 기대어 긴 담배를 마른 입술에 물었다. 그리고 더욱 더 어두워진 하늘 아래 홀로 서 있는 볼록거울을 바라보며 연기를 뱉었다. 깊어진 밤공기는 담배연기를 더욱 더 선명하게 보이게 해준다.







연기가 머리로 치고 올라가 몽환의 숲으로 당도하려는 순간 선미는 보았다.







여성의 옷에 무엇인가를 던지고 도망치는 모자 쓴 남자. 골목에는 짜증서린 고함소리가 들렸다. 그 남자는 볼록거울에서 더 이상 보이지 않았고, 선미가 살고 있는 빌딩 앞을 빠른 속도로 달려 지나갔다.







순간 쓰고 있던 모자가 벗겨지고 땅으로 떨어졌다. 허둥지둥 모자를 손으로 잡은 그 남자는 위로 올려다 보았다. 깜짝 놀란 선미는 피우고 있던 담배를 놓쳤다. 방 안으로 급히 몸을 숨긴 그녀는 순간 가로등 불빛에 비친 매서운 남자의 눈빛이 무서워졌다.







그렇게 나이가 들지 않았던 그 남자는 오른쪽 눈 밑에 진한 점이 있었다. 순간 보았던 그의 모습이었지만 선미가 깊이 각인될 정도로 진했다.







그녀는 갑작스러운 불안이 목구멍으로 차올랐다. 조심스럽게 다시 밖을 쳐다보았지만 그 남자는 떠나고 난 후였다.







선미는 어차피 그 남자는 선미가 자신이 한 행동을 봤다는 의심을 하지 않을 거라 자위했다.







갑작스럽게 혼란스러워진 머리를 정리할 겸 불법시술 현장을 정리하던 와중에 현관문 벨소리가 울렸다. 조그마하게 뚫린 구멍으로 밖을 바라보니 중년의 남성과 교복 위가 붉게 물들어 있는 소녀 한 명이 서 있었다.







선미 그녀가 떨어뜨린 담배꽁초는 아직도 붉게 빛나고 있었다.







5







그녀는 잠시 머뭇거리며 현관문 앞에 서 있었다. 오래된 현관문 너머에 서 있는 두 명의 남녀는 심각한 표정이었다. 선미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집안으로 돌아가려고 몸을 돌렸다.







순간 벨소리가 아닌 거칠게 문을 두드리는 소리와 늙은 할머니의 목소리가 빌라를 울렸다.







“거기 안에 사람 있는 거 다 알고 왔으니깐, 문 좀 열어요.”







쇠 긁는 듯 한 목소리가 그녀의 쇠약한 신경을 끊어 버릴 듯 했다. 선미는 할 수 없이 문고리를 돌렸다.







“어떻게 오셨어요?”







선미는 잔뜩 신경을 곤두세워 말을 내뱉었다. 중년의 남성은 불안이 반쯤 섞인 분노를 얼굴 한가득 머금고 있었다. 그 옆에 딸인 듯 보이는 여자는 공포에 질려 기가 다 빨려 나가 있었다. 현관문 작은 구멍으로는 안 보이는 곳에 서 있던 머리를 한껏 세게 당겨 묶은 여성노파는 흥미로운 구경거리가 생겼다는 듯 한껏 들떠있었다.







“저기 밤 늦게 죄송한데, 딸아이에게 몹쓸 짓을 하고 도망간 남자를 그쪽에서 봤다는 소리를 들어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어떻게 생겼는지 저에게 말씀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남성은 딸 상의에 묻은 붉은색 틴트액을 바라보며 선미에게 부탁을 했다.







“경찰에 신고하시는 게 빠를거 같은데요? 그리고 전 그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요.”







남성은 딸 어깨에 손을 살포시 얹혔다.







“압니다. 저라고 경찰에 신고하고 싶지 않아서 안 한 줄 아세요? 이런 일이 이 골목에 비일비재해서 경찰에 신고한 게 몇 번이라고요. cctv도 없지, 있는 거라고는 다른 골목보다 많은 전봇대뿐이라고요. 정도가 심해져서 걱정이에요. 이때까지 목격자가 없어서 손 놓고 있었는데, 이번에야 말로 그쪽이 봤다고하니 이렇게 부탁드리는 거예요. 이러다가 더 큰 사고라도 일어나면 큰일이잖아요.”







언성이 점점 커져갔다.







“아니 아저씨. 사정은 안타까운 거 알아요. 그런데 제가 본 게 없다니까요.”







선미의 머리에 날카로운 눈매와 그 옆에 찍혀있던 진한 점이 스쳤다. 하지만 봤다고 했다가는 귀찮은 일이 생길 게 분명했다. 그래서 계속 아니라고 우기며 문을 닫으려고 하였으나, 옆에 있던 노파가 끼어들었다.







“아니 새댁, 내가 분명히 그쪽이 뛰어가는 남자를 보고 있는 거 다 봤는데 무슨 소리야. 그쪽이 담배피고 있을 때 비명소리가 들렸잖아. 그러고 나서 모자 쓴 남자가 우리 빌라 앞을 달려가는데 모자가 벗겨지는 거야. 그러고는 그쪽하고 잠시 눈 마주치는 걸 내가 다 봤는데 무슨 소리야. 놀라서 담배 떨어뜨리고 집으로 쑤욱 하고 들어 가더만. 어디서 거짓말이야.”







“아니 할머니, 그렇게 자세히 봤는데 그쪽은 못 보셨어요?”







“나는 뒷 모습만 봤지. 대략 어떤 상황인지만 봤지. 그 남자 외형은 잘 안 보였다고. 하지만, 그쪽이 남자와 눈 마주치고 당황해서 집으로 들어가는 거는 확실히 봤다고. 어서 말해드려. 이거 참 동네 무서워서 계속 살겠나.”



쭈글쭈글한 할머니의 입은 쉴 새 없이 움직였다.







“아가씨, 제발요.”







중년의 남성은 부탁했다. 선미는 대충 봤지만, 어떻게 생겼는지는 정확히 모른다고 말했다. 노파는 계속해서 쏘아 붙였다.







“할머니, 그만하세요. 사람 괴롭히는 게 취미세요? 제가 자세히 못 봤다고 했잖아요.”







한창 그들이 실랑이를 벌이고 있을 때, 5층 꼭대기로 한 남성이 모자를 푹 눌러쓰고 올라왔다. 그는 모여 있는 사람들에 적잖이 놀란 듯 다시 계단 아래로 내려갔다.







선미의 앞집 문이 열렸다. 붉은색 싸구려 원단으로 만든 원피스를 입고 있는 영주가 나타났다.







“아니, 저기들. 너무 시끄러운거 아닌가? 그쪽들만 사는 빌라 아닐 건데?







그녀의 입에서 선굵은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쪽 그렇게 살다가는 결국 당신이 똑같이 당하게 될 거요. 미리 해결할 수 있는 일을 그쪽이 그렇게 만든거요. 후회할거요.”







중년의 남성은 마지막으로 한 번 소리를 치고 힘없이 딸을 데리고 계단 밑으로 내려갔다.







“할매, 그쪽은 안 내려가?”







영주는 노인에게 세게 쏘아 붙였다. 노파는 그녀의 기에 눌려 계단을 내려갔다.







“몸 파는 년 주제에 당당하긴.”







내려갈 때 일부러 들으란 듯이 크게 말을 했다. 영주는 멍하니 서 있는 선미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여전히 안 변했네? 그런 성격 평생 가는 건 가봐.”







그러고는 영주는 조용히 현관문을 닫고 들어갔다. 선미도 놓은 정신을 붙잡고 다시 집으로 들어갔다. 얼마 후 앞집 현관문이 다시금 열리고, 모자를 쓴 남자가 들어갔다.



















6







다음날, 여전히 무더운 날이 지속 되었다. 아침 일찍 일어나 전단지를 붙이고 들어온 선미는 찬물에 샤워를 하고 예약 잡힌 손님을 받았다. 낙후된 동네에서 값싼 불법시술은 인기다. 하루 만에 예약이 가득 찼다. 사는 데 이제 문제가 없을 듯 했다.







어제 있었던 소란은 금방 잊어버렸다. 모른 체 했기에 다시 찾은 일상이었다. 선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방안에 마련된 불법시술소를 정리하고 잠시 짬을 내어 쉬기로 했다. 온 집 안에 풍겨오는 알코올 냄새와 약물냄새를 날려버리기 위해 창문도 열었다. 거실에 놓인 낡은 가죽 소파에 앉아 티비를 틀었다. 그녀가 즐겨보던 시사프로그램에는 요즘 잘 나가는 프로파일러가 등장했다.







“범죄자도 처음부터 그렇게 심한 범죄를 저지르기는 힘들어요. 모두 단계가 있는 거죠. 예를 들어서 연쇄살인마들이 처음부터 사람을 죽이는 게 아니에요. 동물, 예를 들어서 개를 죽이면서 어떻게 목숨을 끊는 지 연구를 하는 거죠.”







단정한 양복에 단색 넥타이를 맨 그 프로파일러는 프로그램 진행자를 바라보며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 사례도 있어요. 모든 살인자가 처음부터 피를 보지 않아요. 그들도 무섭거든요. 틴트, 매니큐어 같은 붉은색 액체를 타인에게 묻히는 걸로 시작하는 거죠. 그리고 결국 피를 보는 겁니다. 진짜 살인을요. 그러니깐. 그런 잠재적인 범죄자들을 초기에 발견하고 예방하는 게 필요하다는 거예요.”







선미는 잠시 어제 있던 일이 스쳐지나갔다. 첫 번째 손님에게 묻은 김치 국물, 그리고 여고생 상의에 묻힌 붉은색 틴트. 어제의 일로 잠시 혼란스러워질 것 같았던 그녀의 머리를 현관 벨소리가 막아주었다.







영주였다. 어제 선미 자신과 만났을 때 저녁 무렵 시술을 하러 방문한다고 했었다. 그녀는 여전히 붉은색 싸구려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말없이 선미의 집으로 들어 온 영주는 찬찬히 그녀의 집을 훑어보았다. 마치 어떻게 사는 지 매우 궁금한 사람처럼 보였다.







“저기 언니? 방으로 들어오시죠?”







“언니라는 소리 오랜만에 들어보네.”







영주는 오른쪽 두 번째 손가락으로 자신의 머리카락을 꼬아가며 방으로 들어 왔다. 그 손가락마저 여느 여자와는 다르게 마디가 굵었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에게서는 저번에 맡았던 싸구려 분 냄새가 더욱 더 강하게 퍼졌다. 방금 화장을 한 듯 얼굴표면이 기름 없이 매끈했다.







플라스틱 위에 누운 영주와 그 옆에 앉아 흰 마스크를 쓴 선미 사이에는 고요한 정적만이 흘렀다. 영주 그녀는 말할 것이 많아 보였다.







“저기 아직 저 모르겠죠?”







먼저 말을 꺼낸 것은 영주였다.







“네? 앞집에 사시는 분이시잖아요.”







어딘지 모를 익숙함을 보자마자 느꼈던 선미였기에 대답에 확신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어디선가 잠시 마주쳤던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선미, 선미 맞지? 너 나 모를 만해.”







두툼한 입술에서 헛웃음을 내뱉으며 영주의 자신의 아랫도리에 손을 가져댔다. 그리고는 중요한 부위를 가볍게 툭툭 쳐 댔다. 여성에게서는 나타나지 않는 두드러짐이 강하게 보였다. 누워서 그런지 그 부위는 더욱 더 선명하게 튀어나와 보였다. 선미는 잠시 주사기에 약물을 주입하던 손을 멈추고는 그 광경을 의심스럽게 쳐다보았다.







“나 민수야. 그 동안 잘 지낸 거 같다? 어제 상황 보니 너밖에 모르는 성격은 그대로인 거 같지만.”







선미는 적잖이 놀란 듯 두 눈이 커졌다. 그러고는 흰 마스크 앞면이 거친 숨을 대변하듯 급하게 들썩거렸다. 선미 그녀의 가슴에는 알 수 없는 불안감과 그리고 미안함과 뒤섞인 불쾌감이 날뛰었다.







“표정 보니 많이 놀란 것 같네?”







“아...”







선미는 말을 이어가지 못 했다. 아득히 먼 청소년기에 겪었던 그들만의 경험들이 성난 파도처럼 덮쳐와 숨을 쉴 수 없었던 것이다.







“어제처럼 선미 넌 나를 모른 척 했었지. 그것도 너를 고통 속에 구해준 나에게서 말이지.”







영주 아니 민수라고 말하던 그녀도 어떠한 감정이 휩싸였는지 고통스러워보였다. 서러운지 쉴새 없이 관자놀이로 타고 흐르는 눈물은 결국 마스카라마저 머금고 흑빛이 되었다. 선미도 두 눈을 가만히 감았다.







**







두 사람은 중학교시절 같은 반이었고 연립주택의 1층과 2층에 살았었다. 그리고 선미는 반에서 심한 따돌림을 당하고 있었다. 그 나이 대 아무 이유 없이 따돌림의 대상이 되어야 했던 그녀는 매우 힘들었다.







그런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민수는 선미를 더 이상 혼자 놔둬서는 안 되겠다는 결심을 했었다. 자신만이라도 그녀의 편을 들어준다면 그녀가 조금이라도 나은 삶을 살 수 있겠 지라는 조그마한 소망으로.







그 후 선미를 따돌림 하는 아이들에게 맞서 싸웠다. 그냥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괴롭힘의 수위는 조금도 나아지지 않았다. 그들에게 괴롭힘의 대상이 선미 한 명에서 민수와 선미로 확장될 뿐이었다.







선미 그녀도 처음에는 무척이나 고마웠다. 항상 혼자서 그러한 괴로움을 참아야 했다면 민수가 자신의 편을 들어주면서 같이 괴롭힘을 당하니깐.







그렇게 두 명은 함께 같이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것은 민수의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







플라스틱 침대 위에 누워 가만히 흐느끼고 있던 민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때 넌 나와 함께 공유했던 나만의 비밀을 반 아이들에게 퍼뜨렸지. 내가 여자가 되고 싶다는 갈망을 말이야.”







민수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고는 선미의 어깨를 두 손으로 강하게 쥐어 잡았다.







“넌 그때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았어. 오로지 그 몫이 내 것이었어. 난 혹시 네가 나중에 내 편이 되어 돌아올 줄 알았어. 하지만 아니더라고? 아예 나랑 모르는 사람인 듯 굴더라.”







중학생이던 민수는 그렇게 괴롭힘을 이기지 못 하고 자퇴하게 되었다.







“어쩔 수 없었어. 그래도 항상 난 너가 잘 이겨내길 바랐어..”







선미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그에게 말했다.







“방관을 했지. 철저한 방관. 넌 쓰레기였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한 민수는 선미를 흔들어대었다.







“너만 아니었으면, 난 그래도 끝까지 학교생활을 마치고 이렇게는 살고 있지 않았을 거야. 매일 죄책감에 시달리고, 너에 대한 미움으로 가득 찬 인생 말이야.”







미움은 그 사람을 잊지 못하게 만든다. 민수의 인생의 나날들에 제일 가혹한 벌을 내린 것은 당시 학교폭력 가해자들이 아닌 그 모습을 방관한 선미였다.







“나도 죄책감을 가지고 살고 있었어.”







“너만 알고 있는 죄책감이 너를 선하게 만들어 주는 게 아니야. 오히려 남에게는 고통을 주는 거지. 너도 같은 가해자일 뿐이야.”







선미는 손에 쥔 플라스틱 주사기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미안해.”







오랜 세월 괴롭히던 선미의 모습을 마주하고 있는 민수는 그녀가 내뱉은 무책임한 사과에 오히려 분노가 끓어올랐다. 하지만 왜인지 그녀마저 정상적인 삶을 살지 못 하는 모습을 보니 민수 자신이 가진 못된 동정심이 다시금 솟아올랐다.







어릴 때 보았던 선미의 불쌍한 모습과 그리고 방관하던 죽이고 싶은 모습이 교차하며 양가감정이 들었다.







“난 네가 다시 모른 척하는 그런 얄팍한 심성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







긴 생머리 붉은색 원피스에 촌스러운 분칠. 상반되게 튀어나오는 굵은 남성의 목소리. 성형을 많이 해서 이전의 모습을 찾아 볼 수는 없지만 선미는 그 시절 용감하게 맞섰던 민수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용서한 건 아니야. 앞으로 지켜보고 싶어. 그러면 조금이라도 내 마음이 풀릴 거 같거든.”







7







그렇게 대화만하고 영주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감정을 제대로 추스르고 다시금 만나 이야기를 하기로 했다. 처음에 봤을 때 느꼈던 이상한 익숙한 불쾌감은 이것으로 일단락되었다.







선미는 감정을 가라앉히기 위해 티비를 켰다. 여전히 단정한 양복차림의 프로파일러가 열심히 떠들고 있었다. 창문을 열고, 담배를 입에 물었다. 유난히 무더운 여름날. 찐득한 땀이 목을 타고 가슴으로 흘렀다.



익숙한 실루엣이 빌라 안으로 들어온다. 모자를 쓴 남자. 얼굴은 보지 못 했지만 옷차림과 걸음걸이. 그 남자가 분명했다.







그가 빌라 입구로 들어서고 몇 분 후 5층으로 올라오는 발걸음 소리가 내부를 울렸다. 궁금함과 불안에 이끌려 현관에 뚫린 조그마한 구멍에 눈을 가져다 놓았다. 영주의 집 앞에 선 그 남자는 벨을 눌렸다.







문이 열리고 붉은 불빛이 가득한 내부가 드러났다.







“오빠, 어제 온다더니 오늘 왔네? 오빠 만나려고 오늘도 오빠 좋아하는 붉은색 입었는데 어때?”







영주의 경박한 웃음소리가 빌라를 감쌌다.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안으로 들어갔다. 어딘가 불안해 보였고, 들떠보였다.







“1층에 있는 CCTV 여전히 안되는 거 맞지?”







“그럼 오빠, 저거 예전에 고장 났는데 아무도 안 고치더라. 걱정마. 이 외진데 누가 단속 오겠어. 어서 들어와 덥다.”







문이 닫히고, 고요한 정적만이 울렸다. 선미는 구멍에서 눈을 떼지 못 했다. 느낌이 이상했다. 무엇인가 부서지는 소리, 꺽꺽 거리는 숨이 넘어가는 외침. 비명과 숨이 넘어가는 울음이 뒤섞였고 다시금 정적이 찾아왔다.







선미는 가만히 쳐다보았다. 벌컥하고 앞집 현관문이 열리고 엉금엉금 기어 나오던 피범벅의 붉은 원피스의 영주는 모자쓴 남자에게 끌려 들어갔다.







선미는 보았다. 도움을 요청하는 마스카라 번진 그의 눈을. 그리고 보았다.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 모자 쓴 살인마의 쾌락 가득한 우물을. 마치 잘 봐 라고 하는 듯 오묘한 비웃음도 섞여 있었다.







집 안에 틀어 놓은 티비에서 프로그램이 끝나는 마지막 인사가 흘러 나왔다.







“이상으로 연쇄 살인마의 특징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선미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그 순간 살인마의 얼굴이 스치듯 지나갔다. 만약 신고를 한다면 자신이 경찰서에 불려 다니며 저 인간과 대면해야겠지?







큰 소리가 났으니, 아랫집에서 신고해 줄 거야. 신고를 하더라도 조금의 시간이 지나고 하면 되지 않을까.







그녀는 집 안의 불을 모두 껐다. 아무도 없는 것처럼 조용히 이 밤이 지나가길.







현관문이 열렸다. 맞다. 영주가 나가고 나서 문을 잠그는 걸 까먹은 것이다. 온몸에 피가 튀어 살의에 눈이 번쩍거리는 남자가 들어왔다. 열린 현관문을 통해서 난도질 당한 영주 아니 민수의 나체가 보였다. 원망하듯 눈을 감지 못 한 그녀는 정확히 선미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딘칼이 선미의 목덜미를 파고든다. 쓱싹, 쓱삭. 고통이 귀를 울리고 정신이 아득해진다. 식도를 타고 검붉은 피가 차오른다. 눈은 희번덕 뒤로 넘어가며, 두 팔, 다리는 고통에 허우적거린다.







피로 가득한 바닥 위에 헤엄친다. 그렇게 그녀는 난도질당했다.







**







다음 날. 동네는 한바탕 뒤집어졌다. 두 명의 여자가 살인되었다.







해임빌라 현관입구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CCTV가 있어야 할 자리에 피에 머리카락을 감은 선미의 머리가 피를 바닥에 떨어뜨리며 달려있었다.
목록 스크랩 (0)
댓글 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에센허브 x 더쿠🌿] 에센허브 티트리 컨트롤 인 카밍 앰플 체험 이벤트 229 05.01 33,328
공지 ▀▄▀▄▀【필독】 비밀번호 변경 권장 공지 ▀▄▀▄▀ 04.09 815,750
공지 공지접기 기능 개선안내 [📢4월 1일 부로 공지 접힘 기능의 공지 읽음 여부 저장방식이 변경되어서 새로 읽어줘야 접힙니다.📢] 23.11.01 3,362,190
공지 비밀번호 초기화 관련 안내 23.06.25 4,132,23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20.04.29 20,544,862
공지 성별관련 공지 (언급금지단어 필수!! 확인) 16.05.21 21,610,763
공지 잡담 고어물 및 혐오감을 줄 수 있는 사진 등은 올리지말고 적당선에서 수위를 지켜줘 18.08.23 24,991
모든 공지 확인하기()
680 괴담/미스테리 스크랩해뒀던 괴담글 모음집 끌올 4 04.29 849
679 괴담/미스테리 번역 2ch괴담 [당신의 나이는?] 1 04.16 827
678 괴담/미스테리 월급이 약 500만원(50만엔)인 숙식제공 알바 4 04.16 1,323
677 괴담/미스테리 번역 괴담 [저주 목간] 3 04.12 1,337
676 괴담/미스테리 😱우물 + (실화)식물의 감정😱 2 04.10 951
675 괴담/미스테리 두근두근 귀신의 집을 체험하세요! 4 03.25 1,774
674 괴담/미스테리 이마트 나폴리탄 괴담 6 03.23 1,805
673 괴담/미스테리 😱공동묘지의 숨바꼭질 + 친구😱 1 03.19 795
672 괴담/미스테리 꿈의 수호자 1 03.10 735
671 괴담/미스테리 학교괴담 빨간마스크 에피소드 번역 3 02.26 1,420
670 괴담/미스테리 😱다리를 저는 개 + 뺑소니 운전😱 4 02.24 1,127
669 괴담/미스테리 😱돈가방 + 복수😱 1 02.08 1,364
668 괴담/미스테리 😱수서행 막차 + 넌 아니야😱 2 01.20 1,905
667 괴담/미스테리 😱외로운 자매 + 가발의 주인😱 3 01.04 2,124
666 괴담/미스테리 목이 늘어나는 요괴 로쿠로쿠비 7 23.12.10 2,291
665 괴담/미스테리 👻태국 귀신들을 소개합니다~ 👻 4 23.11.21 2,639
664 괴담/미스테리 소의 지능 2 23.10.12 3,984
663 괴담/미스테리 키스해야 나갈 수 있는 방 17 23.10.11 3,844
662 괴담/미스테리 😱심야괴담회 시즌3 현재까지 베스트 에피 5선 (사진주의!)😱 3 23.10.05 2,095
661 괴담/미스테리 나폴리탄 재밌는거 찾아서 가져옴! 11 23.09.10 3,3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