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4편 이어서
여름방학 시작하고 며칠 안되서 밤에 그것도 자정이 다되가는 시간에 친구가 전화를 한 거에요.
전화를 받자마자 수화기 너머로 친구가 울면서 우리 오빠 이상하다구.. 하면서 숨 넘어갈듯이 울어요.
지금 간다고.... 진정시키고 택시 잡아서 친구네 집에 도착을 했더니 문 밖에 친구랑 친구 어머님이 기다리고 있어요.
같이 집 안으로 들어갔는데....예전에 느꼈던 그 귀기가 느껴지는 거에요.
오빠방에서 역할 정도로 귀기가 뿜어져 나와요.
먼저 자초지종을 들어보니까....
석달 전부터 오빠 태도가 이상하더래요.
낮에는 괜찮다가 해만 지면 방으로 들어가서 날이 밝을 때까지 문을 잠궈버린 채로 나오지 않는데요.
친구 아버지가 문을 부술 듯이 두드려도 안에는 마치 사람이 없는 마냥 반응도 없고....
가족들이 무슨 일이라도 저지르는 거 아니냐..싶어 매일 밤 뜬 눈으로 지새우는데
해만 뜨면 멀쩡한 상태로 나온데요.
일이 크게 터진게 그저께인데....
그 날, 자정
친구 아버지가 안에서 뭐하는지 알려고 길 쪽으로 나있는 오빠 방 창가로 가니까
다행스럽게도 안이 보일 정도로 창문이 살짝 열려있더래요.
그 열려진 틈으로 안을 보는데......
아버지 그 자리에서 기절하시는 바람에 병원까지 실려 가셨대요.
나중에 응급실에서 정신 차린 아버지에게 물어보니까
아버지가 안을 들여다보니까 책상에 오빠가 앉아 있는데
오빠 맞은편에 바로 보이는 큰 거울에
눈동자가 빨간 긴머리의 여자가 오빠 얼굴을 쓰다듬으면서
가자... 가자... 거기로 와....
하더래요.
아버님이 너무 놀래서 잘못 봤다 싶어 눈을 비비적 하고 나서 다시 들여다보는데...
오빠가.............
긴 생머리 가발을 쓰고 뭘 쓰다듬으면서 창 틈사이로 아버지 노려보고 있더래요.
게다가 자세히 생각해보니까 오빠 방에는 그런 큰 거울이 없는 걸 깨달았대요.
아침에 응급실 퇴원해서 집에 와보니까
오빠는 무슨 일 있었냐는 듯, 밥 챙겨먹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고
붙잡고 너 기억 안나냐고 물어봐도 오히려 이상한 사람 취급하고....
자초지종을 듣고 오빠방으로 갔는데 사람이 없어요.
오빠는 어디로 갔는지 안보이고 방에 저한테만 보이는 안개가 자욱해요.
귀기가 서려 있는 거 봐서는 분명 그 여자 귀신하고 연계되는 물건이 있는게 확실하거든요.
방을 막 뒤지는데....
서랍중에 열쇠로 잠겨져 있는 서랍이 하나 있어서 그걸 따서 열어 보았더니...
옛날 여인네들이 썼을 법한 거울 있죠..그게 있어요.
그 때 족자에 너무 신경을 쓰는 바람에 미처 다른 귀기를 느끼지 못한 거에요.
오빠가 그 산에 흉가에 갔다가 왔을 때 족자랑 종이박스에 뭔가를 들고 왔다고 하는 걸 보니 박스에 들어있던게 거울이에요.
예전에 퇴마하던 스님에게서 들었던 말이
오래 묵은 혼령일수록 약아서 자신의 기를 숨길 줄 안다고 하셨거든요.
이번 귀신이 그런 귀신인거죠..
거울을 접어서 세워서 들여다보니까...
아... 여자 귀신이요...
히죽히죽 웃으면서 빨간눈동자로 절 보고 있더군요.
가자.. 가자.. 신랑아...
하더니 스물스물 사라져요.
오빠 어디갔냐고 물으니까 가족들도 모르겠다고 해요.
오빠 친구들한테 전화를 해봐도 다들 모르겠다고 하고...
오빠랑 같이 갔던 다른 일행들한테 물어보니까 그 흉가에 들렀을 때,
다들 빨리 나가자고 하는데 오빠만 안으로 쑥 들어가더니 족자랑 거울을 찾아서 들고 나오더래요.
그 때....
오빠 뒤로 여자귀신이 따라나오는 거를 보고 다들 혼비백산해서 산에서 도망 나왔다고 하더군요.
오빠 뒤로 전통 혼례복을 입은 여자귀신이 긴 머리를 늘어뜨린 채로 따라 나오더랍니다.
전화 끊고 나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오빠가 갈 데라고는 거기 밖에 없거든요.
저 혼자서는 무리니..
무당 아주머니에게 연락을 했더니 아주머니가 할 일이 아닌지라 못 간다 하시고
어느 산이라고 얘기하니까 그 산 근처에 퇴마의식 하시는 스님이 머물고 계시다고 연락을 드린대요.
그 밤중에 가족들이랑 거기로 향해 출발을 했어요.
도착하니까 동이 어스름하게 터오는 새벽....
내리자 마자 산을 오르는데....턱하고 숨이 막히더군요.
전날 비가 와서 짙은 구름에 안개도 짙게 끼여 있고....
음기도 한층 배가 되서는 숨이 턱턱 막히는 것이 답답해요.
한참을 그리 걸어서 가니 먼 발치에 그 흉가가 보이는데...
흉가 마당에 눈에 익은 사람이 보이는데 오빠에요.
넋이 나가서는 멀뚱하게 서 있는데....
친구가 오빠 이름을 불러요.
부르지 말라고 입을 채 막기도 전에...
오빠가 몸을 돌려서 우리 쪽을 향해 달려오는데 손에 도끼가 있더라구요.
엄청 낡은....
어디선 났는지 모를 그걸 들고 죽일 듯이 쫒아 오는데
자세히 보니까 오빠 등에 그 여자 귀신이 업혀 있어요.
도련님.. 도련님.. 하면서 등에 업혀서 히죽 하는데 얼마나 소름끼치는지...
다들 도망치다가 친구 어머님이 넘어지시고
바로 코 앞에 온 오빠때문에 놀라서 일어서시지도 못하는 상황에
누군가 네 이년!!!!!! 하면서 일갈을 내뱉어요.
익숙한 분이 달려오고 계시더라구요. 스님...
스님이 오셔서는 계속 도끼 들고 설치는 오빠 기절시키고
어머님 일으켜 세워주시고는 다독여 주시는데 친구네 가족들 다들 울먹울먹 하시고...
스님이 조금만 늦게 오셨음 아마...
저도 그렇고 친구네 가족들도 그렇고 살아있을지 모르겠어요.
거울은 스님이 제를 올린 다음 파손해서 태워버리고
멀직히 떨어진 암자에 오빠 데리고 들어가서퇴마 의식을 행하는데
여자귀신이 얼마나 한이 많이 맺혔으면 떨어져 나갈 생각을 안해요.
차라리 오빠랑 같이 죽을 거라고 같이 죽여!!! 이러고...
한 달을 그렇게 하니까...
오빠는 잘 먹지도 못하고 15키로나 빠져서 뼈만 남아있고
여자귀신이 아예 떨어져 나간 건 아니고 잠시 물러갔어요.
스님이 가족분들 오빠 앞에 앉혀놓고....
오빠... 중이 될 팔자래요.
전생의 악업때문에 속세에 있으면 오빠 계속 그 여자귀신한테 시달릴 거래요.
여자귀신한테 물어보니 오빠가 자신이 천한 집안 딸이라 양가집 규수랑 살려고 자신을 도끼로 내리 찍어 죽였다고 하더래요.
그래서 죽어서도 눈을 못감고 여지껏 기다렸다고 이제 찾았는데
못간다고 나는 못간다고 하더래요.
죽여서 옆에 둘 때까지...
속세를 떠나서 스스로 도를 닦으면서 살 팔자라고 그래야 주어진 수명대로 살다 간다고 하니까
다들 하루도 안빠지고 그 현장을 옆에서 지켜본 가족이라 그런지 오빠 선택에 맡긴다고
오빠 그렇게 일주일을 고민하더니 스님이 되신다고 출가하셨어요...
일년 전에 오빠를 절에서 만났는데
지금도 가끔씩 달 밝은 밤에 마당에 홀로 서 있으면 그 여자가 눈에 보이신대요.
자기한테 오라고.. 손을 흔들면서...
얼마나 한이 깊으면 지금도 오빠 앞에 나타나는 건지...에휴..
오래된 가구나 물건은 절대 집에 들여 놓지 마세요.
집에 들여놓는 순간 그대로 집귀신이 되서 들러 붙으면 떨궈 내기도 쉽지 않아요.
옛적에 흉가에서 뭘 주워온 친구 녀석 하나는 그 물건 태워버릴 때까지 사고 여러번 났다는....;;;
출처 - 베스티즈 엣센스님
이게 마지막이고 스압 신경쓰느라 한 편씩 올렸더니 본의아니게 도배해서 미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