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룸 자취중인 덬인데 몇 년 전 초여름 주말에 늦게까지 자다가
방 안에서 인기척이 느껴져서 잠결에도 도둑이 들었나??
하면서 화들짝 눈을 떴거든
내가 벽을 바라보고 옆으로 누워서 잠을 자고 있어서
눈만 뜨고 몸은 가만히 있는 상태였어
초여름이라 방 창문을 다 열어놓고 잤었는데
방안이 이상할정도로 너무 조용하고
창 밖에서도 아무 소리가 안들리는거야
바로 앞집 1층에 장사가 꽤 잘되는 중국집이 있어서
평소에 창문을 열어놓으면
아침부터 주방 준비하는 소리, 오토바이 소리, 사람들 이야기 소리가
크게 나지는 않아도 끊이지않게 조금씩은 계속 났었거든
그런데 바람소리 하나 없이 온 세상이 조용한데도
등 뒤에 인기척이 너무 확실하게 느껴져서
고개를 돌리면 뭔가랑 눈이 마주칠 것 같아 너무 무서운거야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아니겠지 하면서 모른척 다시 잠들기에는
이미 온 몸에 소름이 끼쳐서 정신이 너무 선명한 상태라
차라리 뒤에서 무슨 소리라도 나면 휙 돌아볼수 있지않을까 하면서
계속 그 상태로 누워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온 몸에 신경만 그냥 등 뒤에 집중 시키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어느순간 바깥 소리가 들리기 시작하니까
등뒤에 기척도 좀 사라지는 기분이 들면서 겨우 고개를 돌릴 용기가 쬐끔씩 생기는거야
눈을 최대한 옆으로 뜬 상태로 1초에 1mm 씩 고개랑 몸을 살살 움직여서 뭐라도 시야에 걸리면
그게 일단 사람이면 이불이라도 집어던져서 시야를 가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불을 꽉 움켜지고 고개를 천천히 돌렸는데
다행히도 방 안에는 아무것도 없었고 겨우 일어나 보니까
침구류가 진짜 물 부어놓은 것 처럼 땀에 절어있더라고
실제로 몇 분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30분? 정도 되는 것 같은 시간동안
사람이 공포에 사로잡히면 판단이 마비된다는게 어떤건지 알게됨
아마 그냥 내가 착각한거였고 혼자 생 난리 친거였겠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그 기척이랑 방 안의 공기가 선명하게 남아있어서
진짜 방 안에 뭔가가 있었던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어
그 이후로는 그런 느낌 받은적 한번도 없어서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그때는 한동안 벽을 바라보면서 잠을 못잤었고ㅋㅋㅋ
다 쓰고 보니까 너무 별일 아니었는데;;
그때 경험이 너무 강렬했어서 한 번 써보고 싶었어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