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성인이 된 내가, 초등학생이던 시절의 이야기야.
우리 아파트는 1층 공동현관을 열고 들어가면 정면에 엘레베이터가 바로 보이는 구조였어.
비가 엄청 오던 여름날, 학교에 갔다 집으로 돌아올 적이었어.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누르고 자동문을 통과했는데,
엘레베이터가 열려있고 누가 내 쪽을 등지고 쪼그려 앉아있는 거야.
가까이 가서 보니, 엘레베이터 앞엔 흙먼지가 자욱했고 무릎높이 정도의 (수리중) 입간판? 이 놓여있었어.
엘레베이터 수리야 뭐, 일상적인 일이니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어. 이미 비를 뚫고 지나오느라
잔뜩 지친 상태에서 집까지 계단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절망감이 너무 강해서 다른 생각을 못했던 것 같아.
다만, 스치둣 지나오며 들여다본 내부는 꽤나 큰 공사를 하는 듯 했어.
엘레베이터 바닥을 뚫을 기세로 난도질(?) 이 돼있더라고. 바닥에서 뭔가 캐고 있다고 착각할 정도로.
그리고선 집에 들어가서, 곧바로 학원을 가야했기에 할머니가 주시는 식혜만 선 채로 얼른 마시고
학원 가방으로 바꿔 메고 다시 집을 나섰어. 숨을 헐떡이며 집에 들어선 나는, 할머니께 엘레베이터가
수리중이라 계단으로 올라왔다고 볼멘소리를 했어.
내 말을 들은 할머니가, 의아하다는 둣이 말씀하셨어.
"그려? 나도 시방 병원에 갔다가 이제 막 왔는데. 에레베이타 타고 올라왔는데.."
할머니도 집에 금방 들어오셨는데, 엘레베이터를 타셨다는 거야.
그냥 수리를 방금 시작했나보다.. 생각했어. 집에 머물렀던 시간은, 워낙 오래돼서 정확히는 몰라도 최대 5분을 넘지 않았던 것 같아.
짧게는 2~3분. 길어봤자 5분. 내가 집에 머무른 시간이었어.
그리고선 집에서 나와, 1층으로 내려갔어.
엘레베이터를 타고서 말야.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이상한 점이 많아.
1. 일단 내가 공동현관을 열고 들어왔을때, 수리하시는 분이 미동도 없이 날 등지고 앉아계셨다는 점.
- 보통 일하시는 중이라도 뒤에서 기척이 나면 흘긋이라도 보실 법도 한데 말야.
2. 엘레베이터는 금속으로만 이루어진 기계인데, 내가 본 그곳에는 흙먼지로 가득했다는 점. 적어도 몇 시간은 진행된 듯이
아주 너저분했어. 할머니와 내 귀가시간 사이의 짧은 텀에 시작했다고 보기도, 내가 집에서 가방을 바꾸어 매는 그 찰나에
정리하고 떠나셨다고 보기는 더 여러울 정도로 판이 컸어.
3. 엘레베이터를 수리하는데 바닥 부분을 건드릴 일이 있나? 게다가 금속 바닥인데 그걸 드릴같은걸로 건드리고 있었어.
4. 내가 학원에 간다고 내려왔을 때, 1층 바닥은 공사의 어떠한 흔적도 없이 말끔했어.
5. 아무리 초등학생이었지만 당시 고학년이었고, 똑똑한 편이었는데도 집에서 마치 올라올 때 공사중이었단 사실과
불과 몇분 전에 할머니와 나눈 대화를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집에서 다시 나왔을 때 자연스레 엘레베이터를 눌렀어.
그리고선 다시 빗속으로 우산을 펼치고 뛰어들었어. 학원으로 발걸음을 재촉하던 중이었어. 정말 몇 발걸음 안 갔을 때.
길 한 복판에 정말 커다란 두꺼비가 멈춰 서있었어.
도시에서 나고 자라 두꺼빌 실제로 본건 그 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지만, 보자마자 두꺼비란 생각이 들었어.
글쎄.. 파충류 양서류를 안 좋아하긴 하는데, 그 정도로 무서워하진 않았는데..
그걸 보는순간 온 몸에 소름이 확 끼치면서 그 두꺼비의 주변 반경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생각이 필사적으로 들더라.
그래서 최대한 먼 길로 돌아갔어. 사람도 아니고 두꺼비였는데 말야.
왠지 그렇게 해야만 할 것 같았어.
그 길을 빙 둘러 가는데, 그제서야 머릿속이 물음표로 가득 차더라. 내가 어떻게 엘레베이터를 타고 내려왔지?
를 시작으로 저 위의 의문들이 차례로 들었어.
이 이야긴 여기까지야!
자라면서 이야기가 왜곡, 과장된 느낌이 있지만.. 아무튼 기묘했어.
그 존재가 사람이었을지, 아니었을지는 지금도 모를 일이지만
만약 아니었다면, 내가 본 두꺼비가 그 수리공 아저씨였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