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꿈을 스케일 크게 꾸는 편이긴 해ㅋㅋ
하지만 대학교 3학년 어느 봄날에 꾼 꿈은 정말 '신묘하다' 라는 느낌이 들더라.
꿈속에서 테헤란로 한 복판에 서있는데 우리나라에 어마어마하게 큰 물난리가 나서 나라 전체가 잠기다시피 한 상황이었음
내가 있는 테헤란로에는 거의 허리까지 물이 꽉 들어차서 빌딩숲 바위로 이뤄진 커어어다란 강 한가운데 서있는거 같더라니까
사람들은 다 어디 갔는지 아무도 없는데 일단 움직여야겠다 싶어서 걷기 시작했어 근데 다리에 뭐가 와서 쾅! 부딪히는 거야.
본능적으로 이건 물고기다! 라고 느꼈지.
미국 강에 사는 메기 알아? 거의 성인 남성만한 크기에 사람들이 들어가서 아가리에 손 집어넣고 억지로 막 잡아 올리는 고기들 있잖아ㅋㅋ
나도 그 물고기랑 엎치락 덮치랑 몸씨름을 하다가 고기 입안에 팔을 푹 찔러넣고 젖먹던 힘을 짜내서 으라차차차차!!! 하고 잡아올렸는데
길이가 거의 2미터는 될거 같은 비단잉어를 낚은거야!!
물난리가난 테헤란로 한가운데서!!!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깨자마자 딱 필이 왔지. 이건 태몽이라고 ㅋㅋ
우리 집에서는 오후 12시 이전까지는 전날 꾼 꿈 얘기를 하면 안된단 미신을 믿기에 열두시 1분이 되자마자 엄마한테 전화로 꿈이야기를 했지
"엄마 주위에 누구 임신한 사람 없다카드나!?!??"
대학생인 내 주위엔 없을 확율이 더 높을거아냐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엄마도 꿈이야기를 듣고선 엄멈머 이건 대단한 태몽이라는건 인정 하는데 마침 엄마 지인들 중에서도 그럴만한 상황에 있는 사람들이 하나도 없네!? 혹시 무묭이...니가!?!?!?
그때 지금 남편이랑 연애하고 있던 나는 엄마의 의심과 걱정만 한바가지 얻고 아니야 그래도 찾아봐, 찾아봐요 이런 태몽은 그냥 흘리면 안돼 아 나랑 오빤 엄청 조심한다니까!!!!!!!! 하며 전화를 끊었지.
그리고 주말에 오랜만에 친정 놀러가신다던 엄마가 화들짝 놀라며 전화가 오신거야 ㅋㅋㅋ
딩크 부부를 주장하던 큰외삼촌네 큰사촌오빠네가 아이가 생겼다는거...ㅋㅋㅋㅋㅋ 엄마가 내 꿈 얘기하자마자 큰외삼촌이 얼른 사시겠다셔서 전화했다는거야 ㅋㅋ
난 그냥 드릴게요~ 했는데 길몽은 그냥 주고받는게 아니라데? 꿈 가치만큼 지불을 해야 되는거라더라고. 그래도 큰외삼촌이 10만원 주신다는 걸 5만원에 팔았음ㅋㅋ
지금 그애가 과학 영재라나 뭐라나~~~~
아직도 가끔씩 명절에 만나면 큰외숙모가 손주 자랑하시다 말고 무묭이가 꿈을 잘꿔줘서 그래~~ 해주신다 ㅋㅋ
하지만 시원 섭섭하게도 꿈이 잘 맞았던 건 그때가 한번 뿐이었음,
해일 때문에 63빌딩 옥상까지 물이 찼는데 바닷물이 얼마나 맑은지 도로까지 다 들여다보이는 꿈
호랑이들이 집안에 쳐들어오는 꿈 똥넘치는 꿈 등등등등 돈들어 온다는 꿈을 1주일에만 며칠씩 꿔보기도 했는데 로또 5천원 짜리도 못된채로 지금껏 살고 있어 ㅠㅠㅋ
그래서인지 울 엄마는 @서방이랑 결국 결혼할줄 알았으면 그때 콱!! 사고쳐서 너네들 태몽으로 만들라고 하는거였는데, 라는 엄마들 전용 59금 농담을 하시기도 하심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