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오래된 이야기야.
1.
우리 할머니댁은 반지하인데, 내가 고등학생때는 같은 건물에 살고있어서 할머니댁으로 내려가서 자고오고 이런 경우가 많았어.
한번은 작은방 침대에서 자는데, (할머니는 큰방에서 TV보고 계셨음)
반지하라 그런지 바닥에 약간 습기가 있고 + 옛날 장판이라서 (맨발바닥이 닿는 소리 있지? 쩌억- 하는 소리) 걸을때마다 소리가 난단말이야?
근데 잠결에 듣는데 할머니가 큰방에서 작은방으로 들어와서 문을 열어보더라구.
쩌억- 쩌억- 하면서 와서 문을 끽 열길래,
난 잠결에 설핏 깨서는 자는지 안자는지 보는구나 하고 말았는데,
내 등뒤로 와서 잠시 나를 보면서 그대로 있더니 거실로 나가서 거실을 뱅뱅 도는거야.
쩌억- 쩌억- 하는 소리가 계속 들리면서 거실을 뱅뱅 도시길래, 대체 왜 그러지? 뭐 찾으시나? 하고 말았어.
사실 이상할 정도로 긴 시간동안 뱅뱅 걸어다녔는데 잠결이라 이상한걸 모르고 다시 잠들었어.
그러다가 현관 열리는 소리에 퍼뜩 잠에서 깼는데, 할머니가 들어오고 계시는거야.
어? 이상하다? 방금까지 거실에 있었는데? 싶어서, 할머니한테,
"할머니? 언제 나갔다 왔어?"
하고 여쭤봤더니,
"너 오자마자 작은 방 가길래 할머니 나갔다온다 ~ 하고 나갔잖아" 하시는거야.
내가 들어왔을때 이미 TV도 끄고 나갈준비 하셔서 안보셨고 바로 나가셨데.
난 TV소리도 들었고 걸어다니는 발자국 소리도 들었는데, 집안엔 나 혼자였던거...
2.
1번 사건 이후로 나는 벽에 등을 붙이고 자는 버릇이 생겼어.
벽을 보고 자면 누가 내 등뒤에 서있는 것 같은 느낌.. ㅠㅠ
그 일이 있고 한참 지나서, 그날도 주말 낮에 할머니댁에 내려가서 잠들었어.
(이상하게 큰방은 햇빛이 많이 들어오는데, 작은방은 안들어와서 그런지 한여름에도 서늘하고 그래서 잠이 잘 옴 ㅋㅋ)
새로 생긴 버릇 그대로 벽에 등을 대고 자는데, 또 거실에서 쩌억- 쩌억- 소리가 나는거야.
근데 들어올 때 할머니가 없는 걸 봤거든.
그럼 집에 아무도 없는게 맞는데 또 소리가 들리길래, 가위 눌렸구나 생각하고 있었는데
침대 발치에 누가 앉는 느낌이 드는거야.. 침대가 푹 꺼지는 느낌.
그래서 또 아무 생각 없이, 할머니가 그 새 들어오셨나 ? 생각했는데 (너무 진짜 사람이 앉는 것처럼 푹 꺼져서)
그 침대 발치에 앉은 사람이 나한테 몸을 숙이는 느낌이 들더라.
그러더니 귓가에
"등이 서늘하지 않아?"
하고 속삭이는 바람에 잠에서 확 깼어 (이거 쓰는데 또 소름돋음 ㅠㅠ)
눈을 뜨니까 벽이 내 앞에 있더라.
벽에 등대로 자기 시작한 이후로 (엄마도 오죽하면 왜 벽구석에 처박혀 자냐고 뭐라 할 정도로 심하게 벽에 붙어잠)
한 번도 등을 내놓고 잔적이 없는데, 눈뜨니까 벽을 마주보고 자는거 + 누가 그걸 내 귓가에 지적해준 거
그리고 침대에 앉은 엉덩이가 내 발치였으면, 몸을 숙여서 내 귓가에 속삭일 수 없을 거라는거 (내 키가 170이 넘었음)
다시는 작은방에서 못잤다고 한다 ^^...
유독 그 방에서 가위에 많이 눌리고 무서운꿈을 많이 꿨는데
(그 방이 삼촌방이었는데 삼촌도 가위눌림이 너무 심해서 집에 안들어오고 밖에서 자는것도 허다했음, 그래서 내가 툭하면 빈방에가서 자는거였어..)
큰방에서는 한번도 없었다는게 신기해
그리고 난 그뒤로도 7년 넘게 벽에 등을 붙이고 자다가, 갱얼쥐를 키우면서 자유롭게 잤다고 한다 (물론 갱얼지가 내 잠자리를 뺏긴하지만...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