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옛날 어떤 마을 처녀가 혼기가 차 멀리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가게 됨.
혼례는 처녀네 마을에서 치루게 되었는데 신랑과 맞절하는 순간
갑자기 신랑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흙투성이가 되어 뛰어 들어와 소리를 침.
"혼례를 멈추시오! 저 자는 가짜고 내가 진짜 신랑이오!"
두번째 신랑은 혼례를 치르러 마을로 들어오던 중
누가 자신을 밀쳐 말에서 떨어 트린 뒤 말을 훔쳐가는 바람에 뛰어 오느라 늦은 거라며 화냈고
식을 올리던 첫번째 신랑 역시 지지 않고 혼례길에 삿된 것이 따라 붙길래
말을 빨리 몰아 벗어 났는데 저것이 기어이 따라온 것이라며 저 자는 요괴라고 주장함.
신랑측 하객들과 부모가 두 사람을 확인했지만 너무 똑같아서 도저히 구분할 수 없었음.
혼인이 아수라장으로 변하자 사람들은 신부인 마을 처녀에게 판결을 맡기기로 했는데
그때까지도 가만 있던 처녀는 무엇인가 생각하더니
깃발을 걸어둔 장대를 가리키며 이렇게 말했다고 함.
"제가 듣기로는 저의 낭군 되실 분은 재주가 뛰어난 분이라 하더이다.
그리 재주 많은 분이라면 저 높은 장대도 단번에 뛰어 넘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두번째 신랑은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우물쭈물했고
첫번째 신랑은 얼굴이 환해져 냉큼 장대를 뛰어 넘음.
그러자 신부는 장대를 뛰어 넘은 신랑을 가리키며 말함.
"재주가 아무리 뛰어나도 제 낭군은 평범한 사람이요.
이런 높은 장대를 뛰어 넘을리 없습니다.
저 자가 가짜입니다."
사람들은 첫번째 신랑에게 달려 들어 그를 마구 때렸고
첫번째 신랑은 외마디 비명을 지르며 쓰러지더니 이내 개로 변해 죽어 버림.
그 개는 신부가 어렸을 때부터 집에서 기르며 살뜰히 챙기던 개였는데
처녀가 새색시가 되면 멀리 떠나가리라는 것을 눈치채고
괴로워 하다 얼마전 집을 나갔고
둔갑술을 익혀 처녀와 계속 함께 할 새신랑의 모습으로 변한 것이었음.
그런 전말을 알게 된 처녀는 슬피 울며 개를 양자바른 곳에 묻어 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