一.
효종 갑오·을미년 사이에 임실의 어떤 선비가 스스로 능히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가 늘 부리는 것은 두 귀졸 (鬼卒)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과 마주앉아 장기를 두며 약속하기를, 지는 사람은 볼기를 맞기로 했다. 상대방이 이기지 못하였는데도 약속을 어기고 볼기를 맞지 않았다. 선비가 말하였다. "만약에 순순히 벌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해로울 것이오." 그래도 그 사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그 선비는 공중을 향하여 마치 누구를 불러 분부하듯 하였다.
그 사람이 즉시 제 발로 뜰에 내려가 볼기를 드러내니, 공중에서 채찍으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차례 때리자, 그의 볼기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가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애걸하니, 선비가 그때서야 웃으며 그를 풀어 주었다.
二.
또 일찍이 어떤 사람과 이실 관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뒷동산에 대숲이 있었다. 대숲 밖에 있는 마을에서 마침 굿을 하느라고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선비가 홀연 뛰어 내려가더니 동산이 이르러 대숲을 향해 버럭 성을 내며 큰 소리로 꾸짖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고 팔을 휘두르는 것이 마치 무엇을 쫓아내는 모습 같았다. 한참 만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선비가 대답하였다.
"한 떼의 잡귀가 굿하는 곳으로부터 이 대숲에 모여들었소. 꾸짖어 쫓지 않으며 수풀에 깃들여 인가에 해를 끼칠 것이므로, 내가 화가 나서 쫓았을 뿐이오."
三.
또 하루는 어떤 선비와 함께 길을 가다가, 문득 길가에서 공중을 향해 꾸짖는 것이었다.
"너는 어찌 감히 이 죄 없는 사람을 붙잡아 가느냐? 네가 만약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벌을 줄 것이다."
말투가 매우 성나 보여서, 함께 가던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으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저녁에 어느 촌가에 묵으려고 하니, 질병이 있다고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비가 종을 시켜서 꾸짖고 억지로 들어갔다. 주인의 아내와 딸이 자주 창틈으로 그를 내다보고 무어라고 지껄이며 놀라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진 뒤에 주인 늙은이가 주안상을 차려 가지고 와서 사례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딸이 있는데, 갑자기 중병이 들어 오늘 죽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난 후) 한참 뒤에 다시 소생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귀신 하나가 나를 데려가더니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귀신을 꾸짖으며 놓아주라고 하자, 그 귀신이 매우 두려워하며 곧 저를 놓아주어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문틈으로 선비님의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분이 귀신을 꾸짖던 사람입니다.'
딸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존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선비님은 신선이십니까, 부처이십니까? 이는 다시 살려주신 은혜이므로 감히 하찮은 음식으로나마 사례를 올립니다."
선비가 웃으며 음식을 받고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망령되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그 선비는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후에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
평하건대, 귀신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예전에는 듣지 못했다. 말세에 이르러 비로소 생겨났으니 어찌 괴이하지 않겠는가!
한공의 친척은 수만의 귀신을 거느리면서 능히 준엄하게 다스려 인간 세상에 재앙이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임실의 선비는 다만 두 귀졸을 데리고 또한 요사스러운 재앙을 금하게 하였다. 비록 이름 없는 선비이나 은혜를 베풀지언정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전우치보다 어질다고 하겠다.
출처 http://luckcrow.egloos.com/m/2474723
효종 갑오·을미년 사이에 임실의 어떤 선비가 스스로 능히 귀신을 부릴 수 있다고 하면서, 그가 늘 부리는 것은 두 귀졸 (鬼卒)이라고 하였다.
하루는 어떤 사람과 마주앉아 장기를 두며 약속하기를, 지는 사람은 볼기를 맞기로 했다. 상대방이 이기지 못하였는데도 약속을 어기고 볼기를 맞지 않았다. 선비가 말하였다. "만약에 순순히 벌을 받지 않으면 나중에 더욱 해로울 것이오." 그래도 그 사람이 끝내 받아들이지 않자, 그 선비는 공중을 향하여 마치 누구를 불러 분부하듯 하였다.
그 사람이 즉시 제 발로 뜰에 내려가 볼기를 드러내니, 공중에서 채찍으로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대여섯 차례 때리자, 그의 볼기 곳곳에 시퍼런 멍이 들었다. 그가 아픔을 이기지 못하여 애걸하니, 선비가 그때서야 웃으며 그를 풀어 주었다.
二.
또 일찍이 어떤 사람과 이실 관아에 앉아 있었는데, 그 뒷동산에 대숲이 있었다. 대숲 밖에 있는 마을에서 마침 굿을 하느라고 북소리가 둥둥 울렸다.
선비가 홀연 뛰어 내려가더니 동산이 이르러 대숲을 향해 버럭 성을 내며 큰 소리로 꾸짖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고 팔을 휘두르는 것이 마치 무엇을 쫓아내는 모습 같았다. 한참 만에 돌아오자 사람들이 괴이하게 여겨 물었다.
선비가 대답하였다.
"한 떼의 잡귀가 굿하는 곳으로부터 이 대숲에 모여들었소. 꾸짖어 쫓지 않으며 수풀에 깃들여 인가에 해를 끼칠 것이므로, 내가 화가 나서 쫓았을 뿐이오."
三.
또 하루는 어떤 선비와 함께 길을 가다가, 문득 길가에서 공중을 향해 꾸짖는 것이었다.
"너는 어찌 감히 이 죄 없는 사람을 붙잡아 가느냐? 네가 만약 놓아주지 않으면 내가 너에게 벌을 줄 것이다."
말투가 매우 성나 보여서, 함께 가던 사람이 그 까닭을 물었으나 자세히 알려주지 않았다.
저녁에 어느 촌가에 묵으려고 하니, 질병이 있다고 하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선비가 종을 시켜서 꾸짖고 억지로 들어갔다. 주인의 아내와 딸이 자주 창틈으로 그를 내다보고 무어라고 지껄이며 놀라 감탄하는 소리가 들렸다. 어두워진 뒤에 주인 늙은이가 주안상을 차려 가지고 와서 사례하며 말하였다.
"저에게 딸이 있는데, 갑자기 중병이 들어 오늘 죽었습니다. (죽은 줄 알고 난 후) 한참 뒤에 다시 소생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귀신 하나가 나를 데려가더니 길에서 한 사람을 만났습니다. 그 사람이 귀신을 꾸짖으며 놓아주라고 하자, 그 귀신이 매우 두려워하며 곧 저를 놓아주어서 살아나게 되었습니다.' 그 아이가 문틈으로 선비님의 모습을 보더니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이분이 귀신을 꾸짖던 사람입니다.'
딸년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습니다. 존귀하신 분을 알아보지 못했습니다만, 선비님은 신선이십니까, 부처이십니까? 이는 다시 살려주신 은혜이므로 감히 하찮은 음식으로나마 사례를 올립니다."
선비가 웃으며 음식을 받고 말하였다. "당신의 말이 망령되오. 내가 어찌 그런 일을 할 수 있겠소." 그 선비는 그로부터 7,8년이 지난 후에 병들어 죽었다고 한다.
평하건대, 귀신을 부린다는 이야기를 예전에는 듣지 못했다. 말세에 이르러 비로소 생겨났으니 어찌 괴이하지 않겠는가!
한공의 친척은 수만의 귀신을 거느리면서 능히 준엄하게 다스려 인간 세상에 재앙이 생기지 않도록 하였다. 임실의 선비는 다만 두 귀졸을 데리고 또한 요사스러운 재앙을 금하게 하였다. 비록 이름 없는 선비이나 은혜를 베풀지언정 해를 끼치지 않았으니, 전우치보다 어질다고 하겠다.
출처 http://luckcrow.egloos.com/m/24747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