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NoSleep.
끝을 낼 준비 됐어? 난 됐어.
젠장, 다시 기억하기도 어려운 이야기야.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소름이끼쳐.
Clayton의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할게. 일단 내가 '그녀'와 수 개월을 함께 했고,
Liz와 나는 같이 다니는 동안 많은 대화를 나눴어.
그녀는 내가 친구가 되고 싶어하는 줄 알았나봐.
상상할 수 있겠어? 내 안에서 자라는 두려운 존재 때문에 날 좋아해주는 사람들을 잃는다는 걸.
인생의 대부분을 외로워하며 지냈을 거야.
그녀가 자기는 오랜 시간 동안 '개체'에게서 저항했었다고 말해줬어.
17~18살이 되어서야 아버지가 컬트집단의 회의에
하지만 상황은 악화되기만 했어.
그래야만 개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보여줄 수 있었어.
Lisa가 첫번째 희생양이었지.
근데 Lisa는 아니었지. Lisa는 Elizabeth를 엄청 싫어했어.
Lisa가 친구의 결혼전야파티에 참석하려고 Chicago에 가려고 했던 날 밤에
곰팡이가 번지기 시작한건... 그곳에서부터 이 모든 일이 시작된거야.
죄책감과 자부심, 둘 사이에서 왔다갔다 하는 건 그녀의 일기에도 드러나있어.
그 썅년이 왜 아직도 Alan의 집에 있는거야!
이미 Chicago로 출발한줄 알았다고! Alan이 나한테 거짓말을 한거야???
그 오크같은년이 없을때 Alan을 찾아가서 놀래켜주려고 했는데, 썅.
근데 문을 두들기니까 내 앞에 그 개 같은 면상을 들이밀고는
내가 Alan을 찾으니까 존나 썩소지으면서 "Alan은 이미 자러갔어~" 이지랄을 해!
내가 질투하길 바랐나보지? 그거 알아 이 썅년아? 질투 하나도 안나거든 씨발!!!!!!!
Alan이 사랑하는건 나야!!!!!!
소울메이트가 나한테 속삭이기 시작했어. 복도로 그년을 유인해서 대화 좀 하자고 하라고.
그래서 나와서 얘기 좀 하자고 했더니 걔는 또 멍청하게 나오더라고.
그리고 벌을 좀 줬지
이건 내가 쓴 게 아냐. 소울메이트가 쓴거야. 근데 맞는 말 같애.
점점 소울메이트가 내 입을 통해 직접 말하는 횟수가 늘고있어.
소울메이트는 걔가 우리에게 얼마나 하찮은 존재인지,
내가 주변에 있으면 너는 Alan을 지킬 수 없다고 아주 세련되고 고상하게 말해서,
쌍스런 소리 한 마디 없이 냉소를 날렸어.
그년은 그 소릴 듣자마자 한심하게 나자빠져서 질질 짰지.
근데 거기서 내가 멍청하게 나서서 망할 주둥이를 나불대는 바람에 품격이 깨져버렸어.
왜냐면 나는 미X년이고 그러지 마 자기 그년은 나같은 미X년이 화나면 어떻게 되는지 알게 된거야.
재미는 있었어근데 갑자기 그년이 날 때렸어! 나를!!!
그래서 소울메이트가 그년을 처리했어. 자기는 한번도 내 몸을 그렇게 움직인 적이 없잖아.
그냥 글 쓸때나 내 뺨을 어루만질때만 그랬지. 근데 어젠 갑자기 그렇게 강한 힘으로 내 몸을 차지했어.
개쩔었어 자기야. 완전 오르가즘 후의 따뜻하고 포근한 느낌이랄까,
그러곤 내 손바닥이 날아가서 그 병신같은 얼굴을 덮어버리는 걸 봤어.
또 해줬으면 좋겠어.
또 해줄거지? 곧
계속해
그랬더니 Lisa년이 갑자기 멈춰서는 어떤...에너지 같은게 느껴졌어,
내 손가락에서 그년의 피부 밑으로 무슨 힘 같은게 파고들어가는 느낌.
그리고 그년은 무슨 경련하듯이 부들부들 떨더니 가만히 서서 축 늘어졌고,
내 손을 치우니까 그년은 웃고있었어.
이걸 옮겨적고 싶지는 않았어.
무튼 굵은 글자는 다른 사람의 글씨는 아니었고
훨씬 강한 힘으로 종이를 꾹꾹 눌러서 수전증있는 사람이 쓴 글씨같았어
일기엔 Liz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잘 나타나있어.
아주 어둡고 두려운 일. 광기에 휩싸이기 시작하는 과정이 다 드러나있어.
그래서, 저런 일을 시작으로 감염이 더 이상 Haven의 지하실에만 갇혀있지 않고
세상에 퍼지게 된거야. 나머지는 너희가 아는 대로 진행되고.
여전히 Liz는 저항하긴 했어. 깊은 슬픔과 죄책감에 빠지는 순간이 있었지,
특히 Jess와 Alan을 보고 있을 때. 그녀는 그들을 좋아했어,
근데 '개체'가 그 감정을 소유욕으로 바꿔버렸어. 그녀가 그릇이 아니었다면, 아마 그렇게 느끼리라고 믿어.
그녀의 일기 대부분은 그녀와 '개체'가 대화한 내용이야. 항
상 대답이 바로 돌아온 건 아닌데 Liz는 그걸 자기 정신이 이상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은 것 같아.
아래 내용은 Jess가 마지막 글을 쓰고 Alan이 Chicago에서 깨어날 때까지의 일주일 간 쓰여진 내용으로 추정돼:
Alan이 보고싶어. Jess가 그리워. 왜 이 짓을 또 하는거지?
알잖아 내 예쁜이
내가 슬픈데 넌 그걸 보고도 안 슬퍼???
더 기뻐 솔직히. 이제 우린 평생 함께야. 평생 저들과 함께.
곧 자기도 이 곳이 얼마나 아름답게 변하는지 알게 될 거야. 여기 이 곳에.
우리와 저들이 함께 자기를 사랑하고, 자기를 섬기고, 자기와 하나가 되는 것을
그치만 Alan은 이미 Chicago에서 충분히 감염을 퍼트렸을거야 그러니까 제발 그를 데려오면 안돼?
Z
아빠 밑에서 일하는 사람? 자기 아직도 그 사람 조종하는 거야? 왜??
Alan을 찾아서 믿음을 심어주고 우리의 빛을 퍼트리려고
내가 우리 아빠 싫어하는거 자기도 알잖아.
Jess를 함정카드로 속이고 나서 약속했잖아! 이건 배신이야. 혼자 있고 싶어졌어.
[페이지 맨 밑줄:]
사랑해.
나도 사랑해
자길 만지고 싶어. 진짜 자기를 만지고 싶다구.
조금만 기다려 자기
Alan과 그녀가 다시 만나게 된 이야기는 넘어갈게. 우리가 모르는 내용은 딱히 없어.
그렇지만 그녀의 일기를 보면, 그가 NoSleep에 글을 올리던 기간 내내
그들의 손에서 놀아나고 있었다고는 확실하게 말해줄 수 있어.
또 그녀는 그들이 여행을 시작했을 때,
Jess가 그들을 쫓아서 Washington 주변을 찾고 있다고도 언급했어.
'개체'는 그녀를 "강한 의지를 가진 자"라고 불렀어,
감염된 상태에서도 자기 자신을 잃지 않게끔 허락했다는 의미도 섞여있는 느낌이었어.
그래서 Liz는 그냥 그녀가 하고싶은 걸 하도록 놔두기로 했어.
'개체'는 "난 별로 신경쓰지 않아 자기."랬어.
그 다음 이야기는 Alan과 Liz가 만나고 NoSleep에 글을 더 이상 올리지 않을 때인 것 같아
좋아. Alan은 이제 꼭두각시야. 허락하고 싶긴 해, 3번이나 시도했잖아.
아 근데 걔는 너무 몸이 좋아, 잠시동안이라도 곁에 두자.
시도는 그만하구, 걔도 힘들거고 할때 마다 너무 힘들어하는 게 눈에 보여,
그치만 곁에 둬도 될까? 잠시동안만. 약속할게, 그리고 나서 진행하자.
아마 다른 외부인이 마을로 찾아올거야. 적어도 그는 우리가 글을 안올려도 참을성 있게 기다리겠지.
다들 존나 걱정하던데 개웃겨 진짜! 그가 얼마나 기쁜지 저들이 알면 어떨까.
일단 나는 우리가 죽은척 할거야. 소울메이트, 자기는 강력한 악당이야 ;)
그 다음 내용은...좀 소름끼치는 내용이야. 일기들 사이에 있는 건데.
여행자는 마을에 새로 찾아온 여자에 관심이 쏠려있어. 경고해서 그 여자를 쫓아내려고.
교활한놈
맞아, 개같은거! 그 개같은 놈을 잡을 수가 없어. 왜 저들의 신이 나를 놔두고 저따위 놈한테 관심을 가지는 거지?
맞아 왜지?
전혀 특별한 애가 아닌데. 고등학교때 찐따였는데
정신병자새끼
맞아, 그 사시 눈깔하며... 그래도 Christian Slater같이 섹시하긴 해. 뭐, 난 이제 18살이라고!
새로 온 여자에 흥미가 생겨
뭐야 난 자기가 나만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이젠 다른 여자가 좋다 이거야? :(
겁먹지마
:) 안 무서워. 그치만 그래 그 여자는 뭔가... 용감해... 아님 멍청하거나.
그래도 자기가 뭘 원하는지는 알 거 같애. 뭐라고 했었지 자기?
우리가 그 여자를 쫓아가야 한다고? 어떻게 되는지 보자고? 난 마을을 벗어나고 싶어 죽을거같애.
이 Blake라는 남자. 어떻게 생각해?
그 남자는 강해
내 생각도 그래. 잘생겼고 강하지. 그리고 날 좋아해. 그 사람이 적합할 거 같애.
누가 자기를 싫어하겠어
아잉 :) 자기 물은 시험해봤어?
응
결과는?
처음엔 잘되가다가 나중엔 안됐어
Alan에게 생긴 일보다 심하지는 않았겠지.
자기가 영양분을 주지 않으니까 바로 엎어져 버렸잖아.
Claire도 자기가 산 송장이란 걸 알고 있는지 궁금하네.
샌프란시스코는 거지같아. 너무 재미없어 집에 가고싶어!
그들도 그럴거야.
뭐 어쨌든 Claire는 우리꺼니까. 어젯밤에 걔가 좀비처럼 돌아다니는 거 봤어?
하하 존나 빡칠뻔했잖아! 그년이 드디어 입을 다물고 있어서 너무 좋아,
그년 목소리만 들어도 신물이 날 지경이니까!
그년은 지가 존나게 귀여운줄 알아, 역겨워 정말.
이제 그녀를 가질 수 있어
흠. 진짜 그년을 좋아하는거야 자기?
아니야
아 그래도 Blake를 기쁘게 만들수는 있겠네. 기억은 잘 안나겠지만. 아주 좋은 꿈을 꾸고있는 거 같겠지 :)
재밌네
맞아 우리한테도 재밌겠다 자기. 아오, 제발 Blake는 버텨냈음 좋겠어.
자기가 날 안아주고 만져줄 날을 더는 기다릴수가 없어, 진짜 완전한 자기가.
내 스스로나 승천한 자들을 통해서 말고 - 자.기.가,
그 아름다운 검은눈으로 날 돌아보는 걸 보고싶어.
내 안에 가득차게 들어와줬음 좋겠어, 지금 이런식으로 말고.
나도 빨리 그러고 싶어.
얼른. 자기 충분히 강해진거 맞지? 날 충분히 가진거야?
자길 전부 가질 순 없어
내말 뜻 알잖아.
그래. 다른 때보다 훨씬 강해져있어.
저들의 가짜 신이나 그의 여행자는 우리의 힘이 어디까지 뻗어있는지 알지 못해.
우린 가진것들이 많아.
자기는 그 일이 생기자마자 [날카로운 걸로 잔뜩 긁어놔서 읽을수가 없어.]고 했잖아.
오래걸리진 않아
그치만 그 안에 여행자가 우릴 찾아내서 무슨짓이라도 하면...
조심해서 나쁠 건 없어. 군대를 만들어야한다고 생각해.
자긴 얼굴도 예쁜데 똑똑하기까지 해.
Liz는 그후로 며칠 동안 일기를 쓰지 않았어.
아마 이 도시 저 도시를 돌아다니느라 바빴겠지.
내가 정신을 차리도록 그녀가 허락하지 않았을 때의 기억은 잘 나지 않아.
그녀는 내가 정신차리고 있는걸 좋아했던 것 같아.
작년 초쯤에(X친, 내가 얼마나 오래 그녀와 같이 다녔던건지)
우리는 Liz의 어머님이 살고 있는 Michigan을 찾아갔어.
꿈 같은 기억이긴한데.
근 1년 동안 짐싸들고 돌아다니면서 모르는 사람들하고 부딪히다가,
갑자기 아늑한 가정집에서 미트로프랑 감자샐러드를 먹고 있었어.
그리고 모르는 남자 둘도 같이 있었고 - 젠장, 심지어 그들 이름도 몰라.
그들은 우리가 마을을 떠난지 몇 개월이 지나고 나타났어,
한 명은 시애틀, 다른 하나는 LA에서 만났어.
내 머릿속에서는 그냥 그들을 1호, 2호라고 불렀어.
서로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친해지지도 않았어.
아마 그냥 섹스나 경호를 위해서 붙여둔 것 같아.
그리고 내 생각에 그들은 Liz가 나를 가장 아꼈다는 사실을 알고있는 것 같았어.
그녀가 우릴 보고있지 않을 때, 그들이 날 째려보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었거든.
무튼, 그들은 그녀의 어머님댁 밖에서 기다려야했어, 나만 같이 들어가는 게 허락 됐고.
Liz는 날 남자친구라고 소개했어.
그녀의 어머니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지만 내가 그녀의 남친이 아니라는 건...
알고 계시는 듯 했어. 계속 나를 불안한 눈빛으로 흘깃흘깃 보시더라고.
저녁을 먹고 나서 Liz와 어머니는 크게 다퉜어.
나는 뒤뜰 테라스로 쫓겨났고, 거기서 안정을 취하면서 담배를 피웠던 걸로 기억해.
그녀가 담배를 사주면 되게 행복했어.
담배는 날 정상인처럼 느끼게 해줬거든.
무튼 왜 싸웠는지는 알지 못하고, 얼마 안지나서 바로 그곳을 떠났어.
Liz는 창백하고, 무서울 정도로 화가 나 있었어.
어머니는 울면서 그녀보고 떠나지 말라고 비셨고. 우리는 차로 돌아와서 몇 시간을 달렸어.
어딘지 기억은 안나지만 모텔에 도착하자마자 난 정신을 잃었어.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는 모르겠고, 눈이 떠지자마자 난 움직일 수 없다는 걸 알았어.
기절했다가 정신을 차리면 가끔 그런 상태이긴 했어.
감염으로 인한 마비나 뭐 그런거.
일어나고 몇 분 동안은 의식적으로 움직이려해도 움직여지지 않았어.
Liz가 내 주변에 있을 때만 그런 일이 생겼지.
그녀가 너무 가까이 있으면 내 몸이 누군가 주인이 나타나서 날 움직여주길 기다리는 것 같았어.
그치만 그건 무서운 부분이 아니야.
진짜 무서운 부분은 Liz와 그녀의 피부 아래에
기어다니는 무언가가 주변에 있다는 감각이 느껴질 때야.
그리고 제일 최악은 그럼에도 목을 돌려서 그들을 볼 수가 없다는 거야.
무슨 느낌인지 알려줄게.
시선을 이 화면에 고정해 - 이 글을 읽고있는 매체가 컴퓨터든 태블릿이든 핸드폰이든, 뭐든간에.
다른 건 신경쓰지말고 이 단어들에만 시선을 둬.
절대로 돌아보지마.
뒤도 돌아보지 말고 네 시야 구석도 쳐다보지마.
그냥 계속 읽기만 해.
이 페이지에서, 이 글을 읽기만 해.
내 글만 따라와.
이제 머릿속에 끔찍한 형상을 떠올려.
괴물이든 귀신이든 살인자든. 네가 무서워하는 걸 상상해.
근데 다른 곳을 보지말고 이 글만 읽어.
이제 그 형상이 너와 같은 방 안에 있어, 누군가 네 뒤에 있는게 느껴져.
네 등 뒤의 벽에서 튀어나와서 널 노려보고 있어.
그래도 화면에서 시선 돌리지 마.
뒤돌아보면 안돼.
그것의 그림자가 네게 다가오고 있어.
네 뒤에서. 네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눈은 계속 여길 봐.
그게 네 뒤로 다가오고 있어, 천천히, 조용히.
뒤에 누군가 있다는 걸 감각적으로 느낄 수 있어.
뒤돌아보지마.
귀가 쭈뼛거리면서 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해.
그 길다란 손가락을 네 목으로 뻗는 게 느껴져.
이 화면에서 눈을 떼지마.
점점 가까이 다가와도 고개돌리지마.
길다란 손가락으로 네 목을 만지려고 할거야.
눈은 계속 여길 봐.
대강 어떤 느낌인지 알겠어? 중간에 뒤돌아보진 않았지?
너희는 자유로우니까 그럴 수 있겠지만, 가위눌린 것 처럼 그럴 수 없다고 생각해봐.
그 괴물, 귀신, 악몽 뭐든간에 네가 생각했던 형상이 - 그게 진짜 존재한다고 생각해보라고.
그리고 내 심장이 터질듯이 뛰기 시작하고 거의 죽는 줄 알았어.
그제서야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걸 알았지.
일어나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고 내 몸이 정상인지 확인했어.
제일 처음 알게 된 건 2호가 죽어있었다는 거야.
침대 옆의 카펫에 눕혀져있었는데, 살과 뼈로 이루어진 버려진 인형같았어.
나만큼 아니 나보다 더 덩치 컸던 단단한 근육질 남자가 이젠 바싹 말라있었다고.
툭 튀어나온 뼈를 시체같이 잿빛인 피부가 간신히 덮고 있었어.
얼마나 말랐는지 갈비뼈 하나하나가 다 보이고 손의 힘줄, 목의 핏대가 다 보일 정도였지.
그중에 가장 심각한건 얼굴이었어. 진공으로 빨아들인 것처럼 눈알이 툭 튀어나와서 부릅뜨고 있었거든.
눈알의 핏줄이 모두 터져나와서 검붉게 물들이고 있었고.
이상한 검은 점액같은게 눈구멍에서 흘러나오고, 코에서도, 귀에서도 흘러나와있었어.
피처럼, 근데 피는 아니었어. 충격받아서 오랜 시간동안 그를 쳐다보고 있었던것 같아.
"또 실패했어."Liz의 목소리는 낮고 걸걸했어,
몸을 돌려보니 그녀가 창문 옆에 웅크리고있었어.
길잃은 고양이처럼 잔뜩 움츠리고 경계하는 듯 했어.
그녀가 평소의 모습은 아닌 것 같았지만 바로 그녀란 걸 알아볼 수 있었어.
전에도 그런 모습을 한 걸 본 적이 있었거든,
특히 어떤 파티에서 새로운 남자를 데려온 후에,
다음날엔 그 남자가 사라졌을 때. 내가 그런거에 좀 익숙해져있었나봐.
그치만 다른 사람이 봤으면 전혀 그게 Elizabeth라는 걸 알아보지 못했을 거야.
사람같아 보이지도 않았겠지.
그녀는 더 가늘고 뾰족해져 보였어,
특히 팔이랑 다리가, 그리고 관절이 전부 접혀서 웅크린 모습이 꼭 거미처럼 보였어.
얼굴은 부자연스럽게 가늘고 홀쭉했는데,
마치 점토로 그녀의 예쁜 얼굴을 만들어놓고 위아래로 잡아뜯어놓은 듯했어.
입도 엄청 커서 그 주변 피부가 너덜너덜하게 매달려있었어.
턱은 근육 하나하나가 과하게 발달해서 꼭 쥐를 통째로 삼키려는 뱀같았고.
누런 바늘같은 이빨 뒤로는 살아있는 것처럼 요동치는 검은 무언가가 있었어.
눈은 아예 까맸어. 흰자까지 전부.
'개체'를 있는 그대로 물리적인 형태를 그렇게 가까이 본건 처음이었다고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무슨 질병처럼 Elizabeth의 피부를 뚫고 흘러나와서 더 이상 그녀 안에 숨어있지 않았어.
개체는 온 힘을 다해서 해야만하는 무언가를 할때만 그런 형태를 취했어.
뭔가 강력한 일이 일어났던 거야. 난 그저 그게 죽어있는 저 남자와 관련된 일이라는 것만 알 수 있었어.
"남자들조차도 그를 버텨내질 못해,"
Liz가 낮은 목소리로 시체를 아쉬운듯이 바라보면서 말했어.
"몇 번이나 시도해봤지만, 충분히 강한 사람을 찾을 수가 없어."
그녀의 무서운 검은 눈이 나와 마주쳤어.
“네가 제일 오래 버텼어. 그래서 희망을 가졌지.
넌 정말 엄청나. 그가 네 안에서 3시간을 버텼다고 - 영광스러운 3시간을 - 네가 너무 약해지기 전까지.
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내 몸 안에 있었지만, 평범한 인간들은 그의 그릇이 되지를 못해.
그가 그들을 너무 갉아먹어. 너도 처음엔 거의 죽을뻔했어.
그리고 그 후로 다시 시도할 때마다 점점 더 약해져갔지. 난 네가 죽는건 싫어. 정말로.”
Liz는 진심으로 말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난 그녀의 저 말을 믿어. 아직도.
"그치만 넌 충분히 강하지 않아" 그녀가 말을 이었어. 그리곤 깊게 한숨을 쉬었어.
"너무 절망적이야. 더 이상 이렇게는 못살아.
그가 진정으로 안락하게 느낄 그릇이 필요하다고.
나도 너무 고통스러워. 내가 바라는건 그저 내가 사랑하는 사람의 눈동자를 들여다보고,
그가 나를 바라보는걸 보고싶은 것 뿐인데.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랑 같이 살고,
그를 껴안고 싶단말이야. 그게 그렇게 잘못된거야?"
그녀의 괴물같은 얼굴은 눈물을 흘리면서 슬퍼하고 있었고,
실제로 불쌍해보이기까지 했어.
나는 말을 할 수 없어서 그냥 고개를 돌렸고.
Elizabeth는 다시 한숨을 쉬었어.
그리고 카펫 위의 2호의 시체를 손으로 가리켰어.
“쟤 같은 경우엔 너무 욕심 부렸던거 인정해.”
그래. “과욕을 부렸지.” 남자의 몸 안에 개체를 우겨넣고
그 안에서 육체가 버티지 못할때까지 살게 하는 걸 Elizabeth는 저렇게 표현했어.
괴물같은 소울메이트가 사람을 찢어발기는 걸 저렇게 표현했다고.
“과욕을 부렸다”고.
난 다시 조용하게 편안히 다시 침대에 누웠던 게 기억나.
그게 그 일주일 간의 기억이야. 아니면 몇 달이거나.
Liz는 일기를 쓰긴 했어. 아래 내용은 2호가 죽은 날 밤에 쓴 것 같아.
실패로 가슴이 찢어진다.
그렇다고 뭐가 잘못된 건지 평가해서 나중에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린 뭐가 잘못 된지 모른단 말이다,
심지어 소울메이트도 그 이유를 모르고. 그래서 계속 실패중이다.
Alan, Zach, Mikey, Anthony, Connor… 이젠 Donny까지.
남자들을 너무 많이 죽게했다. 그 많은 꽃들을 지게 만들었어.
진짜 그릇이 되기 위한 힘을 지닌 자가 하나도 없었다니.
우린 그저 같이 있고 싶은 것 뿐인데 - 아님 분리되어 있거나, 어쨌든 그게 같이 있는 거니까.
이제 남은 건 뭐지? 전사한 군사들과 우리 임무 중에 부상당한 자들.
하, 그래 임무. 좋아. 임무같은 거라고 하자, 그 편이 고상해보이네.
대체 내가 뭐가 특별해서 소울메이트가 내 몸에서만 살아남는 걸까?
왜 나는 남자들처럼 찢겨죽지 않는 거지? 단순히 내가 여자라서는 아니었다
- 이미 Vegas에서 잡은 Amanda라는 여자한테 시험해 봤고 실패했으니까.
그럼 뭐야? 그냥 나라서야? 그냥 내가 특별해서? 우리 아빠나 I우리 신자들이 한 짓 때문인가?
내가 Hadwell이라서?
Hadwell...
...
이런 X친.
바로 그거야. Hadwell 가문. 이제야 답을 찾은 것 같아 소울메이트!
자기가 몇 백년 전에 우리 가문이랑 계약을 했다며.
그럼 아마, 나만이 자기를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할 수 있었어도...
우리 가문의 피를 가진 사람이면 자기를 버텨낼 수 있을 거야.
내 예쁘고 똑똑한 자기
그럼… 다른 기회가 있을 거야. 그래서 저들의 신이 그를 선택한 걸지도 몰라.
그래서 그놈이 우리에게 면역을 가진걸지도 몰라.
엄마가 말한게 사실이고 아빠가 그렇게 쓰레기같은 새끼가 맞다면,
난 빌어먹을 이복형제가 있는 거야.
여행자를 찾아.
그래서 우린 여행자를 찾았지.
Clayton은 저번 글에서 우리보고 자기를 찾아오라고 했어.
잘 기억은 안 나. 그녀가 날 너무 강하게 조종하고 있었거든.
하지만 그가 그 얘기를 글에 쓴 순간부터, Clayton은 그녀에게 도전장을 던진거야.
“들었지 Liz? 집으로 와. 기다리고 있을게.”
그녀는 그 도전을 받아들였어.
정확하게 그녀가 바라던 바였으니까.
그러고나서 감염된 마을에서 한두주 정도 캠핑을 한 것 같아.
Liz와 Clayton은 서로 겉돌기만 했어. 겁에 질린 아이들 처럼.
Clayton은 이 일을 어떻게 끝낼지 생각하면서 함정에 빠질까봐 두려워했고,
Liz는 우리의 마지막 결전을 미루면서 그녀의 마지막 희망이 실패로 돌아갈까봐 두려워했어.
Clayton은 Liz의 일기장을 Alan의 아파트 숨겨진 방에서 찾았을 거야.
Claire가 마지막 순간까지 간직했던 다이어리에 힌트를 남겨뒀으니까.
그 친구… 걔는 정말 놀라운 아이였어.
걔를 되찾을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텐데.
어쨋든, 그 일기 덕에 모든 게 해결됐어.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이미 우리는 마을 안으로 들어와있었어.
정확히는 Hadwell 고등학교 안에. 1층의 커다란 교실이었어.
책상을 전부 교실 뒤에 쌓아놓고 교실 한가운데에 빈 공간을 만들어두고 있더라.
밖은 어두웠는데, Liz는 내가 정신이 들었을 때 촛불을 켜놓고 있었어.
그곳은 의식을 위한 곳이기도 하면서 동시에 결투장 같아 보였어.
난 주위를 둘러봤어.
그곳엔 나, Liz, 3명의 남자들(물론 전부 처음 보는 사람들이었지),
그리고 빌어쳐먹을 수십명의 승천자들.
그들은 교실 가장자리를 에워싸고 있었어 - 책상위에 웅크리고있거나 벽에 기대어 서 있었지.
전부 무기같은 형태로 변이한 모습이었어.
몇몇은 팔에 툭 튀어나온 뼈로 간신히 균형을 잡고있었고 - 그 뼈로 한번 베면 단번에 두동강 날 것 같았어.
다른 몇몇은 거의 인간의 것이 아닌 손톱과 발톱을 가지고 있었어.
또 어떤 승천자는 척추뼈가 전부 가시처럼 등을 뚫고 나와있는 것도 봤어.
다른 하나는 거의 내 머리도 한입에 삼킬 수 있을 정도로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는데,
이빨이 전부 바늘처럼 얇고 뾰족했어.
어떤이들은 느리게 발을 질질 끌면서 팔꿈치에서 튀어나온 창같은 뼈로 간신히 걸어다녔어.
다른이들은 빠르고 가만히있질 않았는데,
이 책상 저 책상을 계속 옮겨다니고 머리를 이리저리 흔들어대면서 이상한 소리를 내고있었어.
또 다른이들은 누가 가까지 다가가기 전까지 - 벽에 머리를 박고, 입은 비틀려서- 죽은듯이 가만히 있었어.
그러다 다가가먼 갑자기 벌떡 일어나서 달려드는거야.
실험결과물이었던 거지. 사람들을 굉장히 다양한 방식으로 무기화 시킨거야.
그치만 모두 공통점은 있었어 - 개체의 트레이드마크.
전부 마르고 창백하다는거. 물론 그들은 보기보다는 강했어.
아무도 눈이 남아있지 않았고, 전부 씨익 웃고있었어.
Liz의 군대였던 거야. 그녀의 최강캐들.
알짜배기들이 전부 그들을 창조한 왕과 여왕의 혼종을 지키려고 모여있었어.
그녀는 그들을 자랑스럽게 바라봤어.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고, 눈없는 얼굴에 달콤한 말들을 속삭이기도 했어.
노래도 불러줬고.
그녀가 내 옆을 지나갈때, 내 눈빛이 선명한걸 알아챘어.
“아” 그녀가 말했어. “정신이 들었구나.” 그러고는 내게 키스했어.
“너무 기뻐. 네가 이걸 봐줬으면 했거든. 착하게 굴어야해, 알았지?”
난 대답하지 않았어. 단한번도 대답한적이 없어.
“그가 오는 중이야” Liz가 말했어.
“알 수 있어. 우리는 그냥 기다리기만 하면 돼.”
그래서 우린 계속 기다렸어. 몇 시간처럼 느껴졌지.
아마 진짜 몇시간이 지난 게 맞을거야. 바깥의 하늘은 어두워지고 있었어.
그래서 승천한 자들이 점점 난폭해졌고.
그들의 이상하고 색색거리는 숨소리가 점점 얕고 빨라졌어.
그러면서 창밖의 달을 쳐다보고 있었고. 밖에 나가고 싶었던거야.
Liz가 그들보고 조용히 있으라고 하니까 대부분은 진짜 조용해졌어.
나머지는 계속 안절부절 못하고 머리를 앞뒤로 흔들거나 이를 딱딱 부딪쳐댔지.
나도 조바심이 나는 건 마찬가지였어. 나도 밖으로 나가고 싶었다고.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어.
그때가 처음으로 내가 단순히 Liz의 세뇌된 장난감이 아니라는 걸 깨달은 때였던 것 같아.
난 특별하지 않았어. 나도 나머지처럼 감염된 자였을 뿐이었던 거야.
밤이 찾아오고 하늘이 더 이상 어두워질 수 없을만큼이 되고 나서,
내 손가락이 근질거리고 다리가 어둠속으로 달려가고 싶어서
불타오르는 것 같을 때가 되어서야 여행자가 찾아왔어.
교실에 정적이 흘렀어.
여행자가 학교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무슨 집단지성이나 텔레파시처럼
우리 전부가 그 사실을 알 수 있었던 것 같아.
서로서로 Liz와 벽의 곰팡이에 연결된 것 처럼.
뭔가 아름답고 대단한 느낌이라 다른 단점을 제외하고는 그 느낌이 그리울 정도야.
강력하고 안전한 무언가. 우리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생각하고 알 수 있었어,
우리 머릿속에서 찬양이 울려대는 것처럼.
여행자. 내 소유. 우리 소유.
Clayton은 Liz에게 산탄총을 겨누고 교실문으로 들어왔어.
우리의 깊은 본능과는 다르게 그를 공격하는 걸 다들 참고 있었어.
그를 공격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으니까.
그는 엄청 피곤해보였어. 늙었고. 마지막으로 봤을 때보다 훨씬 나이들어보였어.
그는 아주 조심스럽게 천천히 움직였어.
한때 전부 검은색이었던 머리카락은 이제 얼굴과는 안 어울리게 희끗희끗했어.
얼굴은 주름이 지고, 지저분하고, 상처가 가득했지.
약간 드라마나 영화에서 나올법한 액션히어로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그의 크고 멍한 눈에서 공포를 엿볼 수 있었어.
어린아이같은 모습을.
“Clayton.” Liz의 목소리는 부드럽고 신이났어.
그녀는 승천자들에 둘러싸여있는 책상 위에 걸터앉았어.
그제서야 깨달은 건, 여행자를 위해 옷을 차려입고 있었는데,
빨간 드레스, 빨간 립스틱, 검은 하이힐을 신고 있었다는 거.
그 순간 나는 갑자기 가슴에서 타오르는 질투심을 느끼고 그르렁거렸어.
다른 남자들도 나와 함께 그르렁거렸고.
아마 그 질투심은 내 감정이 이니었던 것 같아,
적어도 전부 다는 아니었어. 그치만 선명히 느낄 수 있었어.
“씨발 이게 다 뭐야?” Clayton이 총구로 주변을 가리키면서 물었어.
그리고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우리를 하나하나 살펴봤어.
“몇 주 전만해도 저것들이 다들 달려들어서 날 힘들게 하더니, 이젠 가만히 앉아서 구경질이야?”
“얘들도 가만히 있는 게 좋은 건 아니야” Liz가 대답했어.
“나도 마찬가지고.” 그녀는 책상에서 내려와서 교실 한가운데에 있는 그에게 다가갔어.
그녀의 몸매와 골반을 움직이는 모습이 - 팜므파탈을 연기하는게 아주 위험하고 동시에 아주 매력적이었어.
“총은 내려놔, Clayton” Liz가 말했어.
“우린 널 해치지 않을 거야. 그리고 날 쏘는 게 아무 도움도 안되는 건 너도 알잖아. 우린 아주 강하니까.”
Clayton은 잠시 눈을 감았어. 그의 눈에선 갑자기 눈물이 흘렀어.
여전히 총구를 그들에게 겨누고 한참을 생각하고 있었어.
그리고 그는 살아오면서 가장 어려웠던 결단을 내렸어.
산탄총을 내린거야. 총구를 바닥에 대고 손을 떼서 총을 바닥에 떨어트렸어.
“좋아,” 그가 말했어. “더 이상 총은 없다.”
Liz는 잠시 놀란 눈치였어.
그러다가 뱀처럼 사악한 미소가 그녀의 입가에 번졌지.
그리고 팔을 그에게 뻗었어.
“이리와,” 그녀의 목소리가 낮고 끓는 목소리와 겹쳐 들렸어.
“널 우리에게 바쳐. 우리 모두 이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잖아.”
“그럴까?” Clayton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어.
그리고 그들에게홀린듯이 다가갔어.
“그래,” 그녀가 조용히 아주 찢어지게 미소지으면서 말했어.
그리고 눈동자가 점점 커지더니 눈 전체가 까매졌고.
“우린 처음부터 함께할 운명이었어 내 사랑. 너랑 나. 우린 가족이잖아. 이젠 그 이상이 될 수 있어.”
그녀는 입술을 핥고 목구멍에서 꿈틀대는 어둠을 보이면서 입을 크게 벌렸어.
개체가 기어나오고 있었어. 먹잇감을 덮칠 기회를 엿보는 뱀처럼.
“우리가 뭐가 될 수 있는데, Elizabeth?” Clayton이 부드러운 숨소리로 물었어.
그는 이미 그녀에게 매혹당한 것처럼, 그녀에게 자석처럼 끌려가고 있었지.
그도 그녀에게 팔을 뻗었어. “말해줘.”
“무엇이든 될 수 있어,” 그들이 답했어.
“우린 태양이 될 수도, 달이나 별이 될 수도 있어.
이 우주와 그 안의 모든 생명들이 다 우리 것이 되는 거야.
넌 그냥 그가 네 안에 들어가는걸 허락하면 돼. 그럼 우린 함께할 수 있어.
그와 함께, 서로 함께, 세상 전부와 함께.”
Clayton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감쌌어. 그녀는 그의 목을 팔로 감쌌고.
난 교실 전체를 집어삼킬듯한 힘에 덜덜 떨고 있었어.
마을 전체를 뒤덮는, 마침내 함께한 Hadwell 남매의 거대한 힘에.
“네가 내 누나였어,” Clayton이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면서 속삭였어.
“맞아, 내 사랑” Liz가 그의 입술에 다가가면서 속삭였어.
“그게 우리가 널 선택한 이유야. 넌 그를 버텨낼만큼 강해.
넌 그가 충분히 강한 힘을 발휘하도록 만들어줄 수 있어. 우리가 함께할 수 있도록.”
“약속해?” Clayton이 물었어. 그리고 그녀의 몸을 자기한테 끌어당겨서 그녀가 흥분해 숨을 헐떡이게 만들었어.
“아, 내 사랑,” Liz가 대답했어. “온 세상을 약속할게.”
그가 그녀에게 키스했어. '그가 먼저' 지금까지 참느라 죽는줄 알았다는 듯이.
난 그게 어떤 기분인지 잘 알고 있었어. 아직도 그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내 안에서 질투심이 폭발했지.
하지만 질투심도 그 후에 무슨일이 일어날지에 대한 궁금증을 뛰어넘진 못했어.
Hadwell 남매가 서로 키스하는 동안 그들의 입 사이에서는 검고 걸쭉한 그림자가 옮겨갔어.
Liz에서 Clayton에게로. 마치 검은 기름을 뒤집어쓴 뱀처럼.
그건 공중에 떠서 Clayton의 입을 통해 목으로 꼬여들어갔어.
난 그가 놀라서 눈을 뜨는 걸 봤는데, 그는 전혀 그걸 거부하지 않았어.
오히려 Liz가 그의 얼굴을 부여잡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동안,
그는 그것에 몸을 맡기고 기대는 모습이었어.
그리고 정말 짧은 순간만에 그들의 키스는 끝났어.
개체의 그림자가 -자기 새 그릇인 - 여행자의 몸 안으로 들어갔고.
Hadwell 남매는 숨을 거칠게 쉬면서 서로에게서 떨어졌어.
여전히 Liz의 팔은 Clayton의 목을 감싸고 있었지만.
그러고 그녀는 그 자세로 그의 눈에 어둠이 번져나가는 걸 관찰했어.
“자기야,” 그녀가 울면서 소리쳤어.
그리고 개체가 전혀 Clayton의 목소리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완벽한 자신만의 목소리로 입을 열었어.
“똑똑하고 예쁜 우리 자기.”
Liz는 엄청난 기쁨에 휩싸여서 울음을 터트렸어.
개체는 순수한 사랑의 눈길로 그녀의 얼굴을 쓰다듬고 있었고.
“믿을 수가 없어,” 그녀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말했어. “진짜, 정말, 자기구나!”
그녀는 기뻐 날뛰면서 그를 껴안았고,
개체는 그녀와 같이 웃으면서 이상한 쉭쉭 소리를 내면서 그녀를 더 꽉 껴안았어.
“완전한 당신이야,” 그녀가 훌쩍이면서 말했어. “완전한 우리야.”
하지만 그들이 웃고 있을 때, 그것이 쉭쉭대는 소리는 점점 깊어지고 부드러워졌어.
잠시 후엔 그가 웃는 소리는 아예 쉭쉭 소리가 나지 않았고.
그 소리는 낮고 부드럽고 강렬했어. 그리고 한 손을 그녀의 허리에서 뗐어.
“그건 아니야,” 그가 말했어.
그가 Liz를 밀어내자 그녀는 혼란스러운 눈빛을 띄었어.
“뭐?” 그녀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이 패닉에 빠진 표정으로 물었어.
“우리만 있는 게 아니야,” Clayton이 눈에서 어둠기를 싹 빼내고 말했어.
그리고 그녀를 강하게 밀치면서 벨트 밑에 숨겨뒀던 권총을 꺼내들었어.
“내가 아직 여기 남아있거든.”
Liz가 놀라서 헉소리를 내자마자 그 조용한 교실에 총성이 울렸어.
그건 그녀가 마지막으로 낸 소리였어.
난 그녀의 몸이 바닥에 엎어져서 축 늘어지고 나서도
무슨 일이 생긴건지 알 수가 없었고, 내 귀는 먹먹했어.
그러자마자 개체가 Clayton의 입을 통해서,
고통과 분노의 비명을 질러대면서 그녀의 시체 옆에 무릎 꿇으며 털썩 주저 앉았어.
Clayton의 눈은 다시 검어졌고, 개체가 다시 나오려는 듯이 턱이 크게 벌어졌어.
하지만 이미 그 걸쭉한 어둠은 갈 곳을 잃었지.
개체는 Liz를 품에 안고 새끼를 잃은 고양이처럼 울면서 그녀의 죽음에 분노했어.
나를 포함한 승천한 자들은 그 광경을 침묵하면서 지켜봤어.
그때 눈물이 내 볼을 타고 흘렀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무슨 감정인지 모르겠어. 동정? 슬픔? 해방감?
그녀는 사라졌는데 왜 기쁘지 않았을까?
개체는 잃어버린 연인의 시체 위에, 망가진 자신의 그릇 위에,
엎어져서 세상을 잃은 것처럼 슬픔에 빠졌어.
그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건지
알수가 없어서 지금도 알아내려고 시도하진 않겠지만,
그래도 추측해보자면 단순히 Elizabeth Hadwell을 잃은 슬픔 뿐이었을 거야.
그녀의 힘이나 세상을 감염시킬 기회를 잃은 게 문제가 아니라.
그냥 Liz를 잃은 것 하나만이. 그녀 하나만 있어도 충분한 것처럼.
하지만 내가 개체를 지나치게 착하게 생각하고있는 걸지도.
어쨌든 난 여전히 Liz의 시체에 기대어 울고 있는 개체를 바라봤어.
곧 그 눈이 어둠이 사라지고 다시 인간이 통제권을 갖게 됐어.
그리고는 바닥에 놓았던 총을 다시 주워서 자기 관자놀이에 총구를 가져다 댔어.
“우린 아무것도 아니야,” 그가 말했어.
그건 완전히 Clayton만의 목소리였어.
그리고 그는 방아쇠를 당겼어.
악몽에서 갑자기 깨서 그 두려움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껴본 적 있어?
그리고 어두운 침실을 두리번거리면서 네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괴물이
어떻게든 그 방안에 존재할거라 믿고,
말도 안되는 건 알지만 굳이 불을 켜서 확인하는 거야.
왜냐면 악몽이 바로 몇 초 전까지 실제처럼 생생했으니까.
따뜻한 침대에서 깨어나는 것보다 그 꿈이 더 진짜 같아서.
그게 내가 느꼈던 느낌이야.
방금 전까지만 해도 내가 제정신이라고 생각했는데,
갑자기 정신이 번쩍들면서 진짜 내 몸의 통제권을 갖게 된거야.
마치 안개가 갑자기 사라진 느낌이었어.
다시 완전한 나로 돌아온 거지.
아무런 저항력 없이 내 생각을 말하고 움직일 수 있었어.
내 것이 아닌 목적이나 명령도 없이. 개체와 이어진 전파가 끊어졌어.
더 이상 내 머릿속에서 그것의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던거야.
그래서 개체가 진짜 죽은거라고 확신할 수 있었어.
거기다 죽은 Clayton의 시체 밑으로 걸쭉한 검은 물질이 천천히 바닥에 흘러나오고 있었기도 했고.
마치 피처럼, 하지만 피는 아니었어.
난 그게 그릇의 시체에서 흘러나와서 더 이상 퍼지지 않고
교실 바닥에 말라 붙을때까지 오랜 시간동안 바라봤어.
그건 더 이상 살아있는 뭔가가 아니었어.
다른 승천한 자들과의 이어진 파장도 끊어졌어.
왁자지껄한 술집에서 문을 열고 나와서,
조용한 거리의 찬바람을 맞는 느낌처럼.
한순간에 자유로우면서 동시에 깊은 외로움이 밀려왔지.
무튼 그래, 꼭 악몽에서 깨어난 기분이었어.
하지만 주변을 둘러보면, 난 여전히 그 악몽 속에 있었어..
시체들이 바닥에 굴러다니고. 내가 유일한 생존자가 된거야.
X친, Liz가 정말 날 챙겨주고 있었던 거구나.
심지어 다른 세 남자들도 바닥에 눈을 감고 엎어져 있었는데.
그중에 두 명만 숨을 쉬고 있었고.
승천한 자들은… 이리저리 뒤틀리고 창백해진 살덩이들이
온 교실에 널부러져있는 걸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들의 피부가 점점 갈라지고 부식되어갔던 걸 어떻게 설명해야 하지?
사지가 떨어져 나가고 썩은 물이 고이기 시작했어.
눌어붙은 눈꺼풀은 천천히 벗겨져서 그 안의 텅 빈 눈구멍을 드러냈고.
그들의 미소는 점점 옅어지고 결국 입술 주변에서부터 살갖이 찢어져 나갔어.
그 광경이 어땠는지 어떻게 설명하면 좋을까? 그 냄새는 또 어떻고?
더 이상 거기 있을 수가 없었어. 너희여도 마찬가지였을거야.
난 도망쳤어. 물론 Clayton의 주머니에서 차 열쇠를 챙겼지.
학교를 뒤덮었던 곰팡이들도 녹슨 파이프를 드러내면서 썩어 없어지고 있었어.
마을을 벗어나는 동안에 본건 더 심했어.
수십 수백 명의 승천자들 시체가 도로에 엎어져 있었거든.
전부 조각조각나서 썩고 있었고.
마을 전체가 여자애 하나랑 반쪽짜리 신 하나에 무릎꿇었던 거야.
하지만 더 이상 웃고있는 자는 없었어.
난 멈춰서서 그 광경을 지켜보지는 않았어.
폐허를 구경하거나 Claire라면 했을 법한 일들 - 생존자가 있나 찾아보는 일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다고.
내가 도울 것이 없나 보는 일도 마찬가지고. 난 그냥 도망쳤어.
내가 쓰레기 같다고 생각한다면, 인정할게. 그게 네 기분을 낫게 해준다면, 악몽이 날 그렇게 만들었으니까.
Clayton의 트럭은 마을 밖으로 통하는 다리에 주차되어 있었어.
시동을 걸고 확인했더니 가스는 꽉 차 있더라.
이미 교실에 들어서기 전부터 희생할 생각이었던 것 같은데도 가스를 풀로 채워놓고 오다니.
어쩌면 나보고 그 차를 가지라는 사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어.
Liz의 일기가 Clayton의 더플백이랑 같이 뒷좌석에 있었어.
고마워, Clayton. 진심이야.
날 위해서 네가 한 일을 사람들에게 전부 말하고 싶은데.
또 Claire를 위해 한 일도. 빌어먹을 이 세상을 위해 한 일도.
난 차를 몰고 떠나면서 룸미러로 감염된 마을을 딱 한번 돌아봤어.
이른 아침이었고 하늘이 회색에서 푸른색으로 밝아오고 있었어.
그곳은 조용하고 평화로워 보였어. 검은 장막이 치워진 것처럼.
아니면 그냥 탈출했다는 안도감에 그렇게 보였는지도 몰라. 것도 아니면 그냥 직감이었거나.
어떤게 맞든간에, 난 일부러 마을에서 눈을 떼고 내 앞에 놓인 도로로 시선을 옮겼어.
그 후론 절대 돌아보지 않았고.
에필로그는 없어. 난 내가 오랜 기간 사라져있는 동안 놓친 인생을 다시 복구하고있어.
결코 쉽지가 않네. California에 돌아오자마자 Claire의 계정으로 로그인했는데,
Clayton이 여기에 글을 쓰고 있었다는 걸 보고 너무 기뻤어.
그래서 이 이야기를 끝내는 게 내가 Clayton에게 진 빚이라고 생각해.
난 항상 가만히 있질 못하고있어. 여기저기 다니는 게 좋아.
현실에선 누군가 나 대신 내 몸을 이끌고 나가주지 않더라.
평생동안 내 일부분은 그 마을과 Liz, 개체, Clayton, 눈과 관련한 기억들로 고통받겠지.
이 모든 일이 일어나기 직전으로 어떻게 돌아가야할지 모르겠어.
개체 같은 것들의 존재를 알고 경험한 이후로는 생각하는 게 많이 달라졌으니까.
세상엔 그것보다 더 많은 것들이 존재 할거고.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지식이 있어.
그 지식이 통하지 않을수도 있지만.
무튼 읽어줘서 고마워. 그리고 도와줘서 고마워, NoSleep.
무고하게 고통받은 그들의 이야기에 일부가 되어 참여해줘서 고마워.
그 용감하고 평범했던 사람들을 대신해서 인사할게.
두려움에 질린 내 베프와 혼란에 빠진 연인,
인간으로 변장한 악당과 쩔게 멋있는 도시모험가(네가 평생 그리울거야),
어쩔수 없는 선택을 했던 영웅과 전(前) 승천한 자였던, 반쯤 정신나간 나 자신을 대신해서.
이제 마무리를 어떻게 지어야 할지 모르겠다.
그러니까 모든 일에 도움을 줬던 너희에게 마지막으로 부탁하나만 하고 끝낼게.
그들을 기억해줘.
-Blak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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