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NoSleep. Clayton이야.
이번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갈게.
헤이븐 교회는 (대문에 달린 명판에 적힌 걸 보면)
1890년에 마을 설립자 Charles M Hadwell III세와
그의 아내 Olivia에 의해 지어진 맨션을 개량한 2층짜리 건물이야.
중세 빅토리안 양식이고, 백회색의 뾰족한 지붕, 벽돌 굴뚝으로 되어있었어.
원탑 하나가 나중에 지어진 건지, 뒤쪽 코너에 돌출 되어있었고;
2001년 쯤에 Elizabeth의 아버지가 그 원탑을 종탑으로 바꾸려고 했었는데,
자금이 너무 많이 들어서 실패했어.
트렐리스(정원에 줄기식물이 타고 오를 수 있도록 놔두는 격자모양 울타리-역주)를
타고 올라가서 창문으로 들어가보니까,
그곳은 지금은 먼지 쌓인 상자들만 있는 저장실로 쓰이고 있었어.
건물 밖으로 통하는 양문은, 아마 그 때 당시엔 잠겨있었을 거야.
트렐리스는 말라비틀어진 갈색 줄기들만 가득했고,
1층 지붕은 서리때문에 미끄러웠는데, 딱히 올라가는 게 어렵거나 하진 않았어.
적어도 열려있는 창문으로 들어가서 퀴퀴한 침묵과 온기를 느끼기 전까지는
내가 위험에 빠질거라곤 생각지 못했지.
그전엔 그냥 막무가내로 쳐들어가면 컬트 집단한테 들킬거라는 시나리오밖에 생각을 못했어.
들켜도 죽이지는 않을거라고 생각했어.
난 계단 앞에 서서 아래층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오나 귀를 기울였어.
하지만 그 탑엔 버려진 가구나 크리스마스 장식들만 있을 뿐이었고,
난 얼른 교회로 침투했다가 빨리 도망칠수록 좋을 거라는 걸 깨달았어.
나선형의 계단이 위에서 아래로 뻗어있었고, 난 과감하게 계단을 뛰어내려갔어.
낡은 나무 계단에서 나는 삐걱소리가 무슨 천둥소리 같이 들렸지.
난 그저 교회 안이 비어있길 바래야했어.
2층 복도엔 아무도 없었어.
이상할 정도로 비좁았는데, 빅토리안 양식의 성들이 으레 그러듯 했어.
내 뒤로는 계단이 1층으로 이어져 있었지만, 2층의 방부터 살펴보고 싶었어.
내가 있는 2층 복도에는 문이 3개 있고, 복도는 끝에서 오른쪽으로 꺾여있었어.
바닥엔 색 바랜 파란 카펫이 깔려있었는데, 내 발자국 소리를 감춰줘서 다행스러웠어.
난 얼른 방들을 확인했어 - 화장실, 분실물 보관소,
사용된 적 없는 것 같은 침실인데 침실엔 싱글베드랑 정교하게 조각된 빅토리안 옷장이 있었어.
아마 그 곳은 관리인이 어쩌다 가끔 거기서 밤을 보낼 때 쓰는 침실이었을 것 같아.
깔끔하지만 거의 비어있었고 침대시트만 좀 더러웠거든.
거기서 누가 잠을 잔지 꽤 오래돼보였어.
분실물 보관함에는 물건 몇 개가 들어있었어 - 아기 담요, 11학년용 역사 교과서,
남성용 샌들 한 켤레, 여성용 금 손목시계 같은 것들.
여성용 지갑도 있었는데 그 안에서 내가 2학년 때 봤던, 4학기 기간제 영어선생님의 신분증을 찾았어.
그땐 그 선생님이 좋았는데 - 젊고 똑똑하고 재밌으신 분이었거든.
그 선생님만은 믿었었어, 교무실에 계실 때 자주 찾아가서 시간을 보내곤 했단 말이야.
그 신뢰감은, 신분증에서 그분의 흐릿한 증명사진을 보자마자 연기처럼 사라졌지.
아마 그때가 '우리의 작은 마을 안에 컬트집단이 얼마나 침투해 있는지 깨닫게 된 때'였다고 생각해.
정상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 믿었던 사람들까지 전부 연루되어있었어.
끊임없는 물음이 생겨나게 됐고 미쳐버릴 것만 같았어.
내 친구들에 대해서도 의심하게 됐고.
우리 엄마조차도 의심하게 됐어.
그 다음엔 내가 찾은 물건들을 원래 자리에 되돌려 놓고 오른쪽으로 꺾였던 복도로 들어갔어.
거기엔 문 두 개가 더 있었고, 현관홀로 내려가는 메인 계단이 뻗어있었어.
가장 가까운 문 손잡이를 잡으려고 손을 뻗었는데,
건물에서 웅웅소리가 나더니 아래층에서 삐걱대는 소리가 들려왔어.
뭔가 다른 소리가 들리나 들어보려고 했지만 이미 멘붕이 와서 긴 시간을 가만히 서 있기만 했어.
그러다 그 소리가 그냥 건물이 흔들리는 소리였다고 생각하고, 문을 열었지.
잭팟.
그곳은 어떤 사무실이었는데 마호가니와 황동으로 클래식하게 장식된 곳이었어.
완벽한 빅토리안 양식이었지.
난 문을 닫고 가능한 한, 그 곳을 샅샅이 뒤졌어.
그리고 책상에서 지난 사십몇 년 간의 컬트 집단 회의록을 찾게됐어.
잠겨있는 서랍 안에 들어있는 공책에서 찾았지 - 주머니칼이랑 스크류드라이버로 자물쇠를 땄는데,
내 생에 15분이 그렇게 길게 느껴진 적이 없었어.
회의록은 짧았고, 회의는 1년에 특별한 때에만 한두번 열리는 것 같았어.
각각의 회의에는 4~5명이 참석하는 것 같았고,
사람들의 이름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이니셜로만 적혀있었는데,
아마 핵심층 멤버 중 하나가 은퇴하면 그 대신 다른 사람이 들어오는 것 같았어.
많은 양의 회의록엔 별로 주목할만한 얘기는 없었어 - 대부분 컬트집단의 운영이나 총무 관련 얘기였지.
그러다가 보통 회의가 열리지 않는 달에 열렸던
특이한 회의만 찾아보기 시작했어 - 1월이나 7월 이외에 열린것들 말이야.
내가 정보를 모아놨던 파일이 2014년도에 없어졌을 때,
내가 파일에 끼워놨던 회의록들도 같이 사라졌는데,
그게 사라지기 전에 이미 내가 노트북에 내용을 다 옮겨적어뒀어.
없어졌다가 다시 되찾게 된 노트북.
고마워, Claire.
무튼. 회의록 내용은 이랬어.
처음 열린 회의는 1964년 1월로 기록되어있어.
현재 시장인 Hadwell의 임기 전이니까, 아마 H는 그의 아버지일 거라고 생각해.
너희의 흥미를 끄는 다른 이니셜은 Z일 거야.
처음엔 회의록이 좀 더 디테일하고 길었는데,
이 사람들이 대문자를 정말 랜덤하게 써대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어도 양해 부탁해.
회의록은 이렇게 시작해:
C 와 M이 'Stern 시종'은 우리의 '진실된 신앙인'이 아니라는 유력한 증거를 가져왔다.
그는 다른 시종들에 대해 의심과 의문을 품어왔는데, 특히 승천 의식을 위해 선택받은 것이라는 의문이었다.
우리는 그가 비방과 공포를 '추종자들' 사이에 퍼트리는 것을 좌시할 수 없다.
'개체'의 생존과 그것의 힘은 승천이 얼마나 영광스럽게 비춰지는 지에 달려있다.
H는 내일 있을 설교시간에 이것에 대해 언급할 것이다.
추가로, 'Stern 시종'에게 별 다른 판결이 내려지기 전에,
먼저 충분한 증거를 모아야 한다.
Z는 우리 추종자들의 새 멤버에 대해 의심 반 걱정 반으로 문제를 제기할 예정이며,
위원회 대신 'Stern 시종'에게 찾아가서 사람들에게 무슨 말을 하고 다니는 것인지 진실을 캐낼 것이다.
그리곤, 1964년 2월:
Z는 'Stern 시종'이 우리의 '개체'에 대한 의심을 확실히 말했다고 했다.
Z는 그의 배반행위를 드러낼 증거를 요구했다. 다른 움직임이 있는지 주시할 것.
다시, 1964년 2월인데 위 내용 이후에 있었던 회의야:
어 젯밤, 'Stern 시종'이 지하 기록보관소에서 사진을 찍다가 발각됐다.
그는 즉시 처형됐다. 그의 동료들을 주시할 것. 경비의 수를 늘려야 한다.
다른 주목할 점은, Z가 2주 동안의 휴가를 요청했다는 것이다.
몇 세대 동안 그의 가문이 우리에게 해주었던 일을 생각하여,
위원회는 그에게 3주의 휴가와 런던행 티켓을 주었다.
Z는 매우 기뻐하였고, 위원회는 그에게 축하와 감사를 전했다.
빨리 확인할 게 있어.
저 “지하 기록보관소”라는 게 내 주의를 끌었다는 거야.
그 사무실에서 몇 개의 회의록을 읽고 나서 내 다음 목적지는 지하가 됐지.
Z에 대해 말하자면.
1979년 4월 회의록에 Z의 득남을 축하했다는 내용이 있어.
아마 그 아들이 'Alan을 만나서 치료해주는 척했던 Z'일 거라고 생각해.
또 마을에 있는 동안 Jess를 예의주시했던 사람일거야.
그는 개체를 상대로 움직였던 게 아니야.
설마 너희들도 진짜 라벤더가 그 빌어먹을 일들을 고쳐줄거라고 생각했던 건 아니지?
그와 그의 친구들은 그들의 여주인처럼 온갖 트릭을 써서,
그년이 바라는 목표를 같이 이루려고 했을거야.
Z는 컬트집단의 스파이로 오랜기간 일했던 걸로 보여.
Liz의 충성스런 애완견으로, 잘못된 정보와 조작질로.
아마 그와 그의 친구 한두명은 개체의 적인 척 하면서 Elizabeth가 시키는 잡일을 했겠지.
마을로 돌아오지 말라는 경고는 감염을 더 퍼트리려는 수작이었어.
또 개체의 힘을 과장해서 퍼트리고, '그것'을 막을 수 없는 강력한 신으로 둔갑시켰지.
심지어 Claire도 그 사람들한테 이메일을 받았어,
말 그대로 "개체의 승리야"라는 것 말고는 별다를 내용도 없는 거였지만.
얼마나 많은 사람들한테 그 짓을 했는지 모르겠어 - 특히 그 컬트 집단 외의 사람들한테.
또 Liz년이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시한폭탄을 뿌려놨는지도 모르겠어.
근데 그년은 더 이상 Z가 필요 없었어, 그건 확실해.
그가 죽었다는 사실을 내가 아니까, 왜냐면 내가 제일 처음 죽인게 Z거든.
그 땐 이미 Elizabeth의 희생양이 되어있었어 - 앙상하고 창백하게 웃고있는...
드디어 승천하게 된거지, 그가 원하던 대로 된거야.
고등학교 졸업 후에 그를 본적이 있어서 알아봤어 - 오랜 가문의 장자, 자기가 개멋있다고 생각한 병X.
그의 이름은 Mason Zabala였어.
내가 알기론 그 땐 레게머리같은건 안했고, 고스족 놀이를 했었지.
그 사람이랑 Elizabeth랑 같이 술마시고 취한 적이 몇 번 있어.
그냥 거절당한 구혼자 중에 한명이라고 생각했었는데...
난 그를 Liz의 옛날 아파트에서 죽였어.
그날 밤에 집으로 돌아와서 읽어본 나머지 회의록 내용이야.
1988년 12월에 열린 회의록:
약속된 아이의 탄생 축하함. 아기는 건강하고 잘 자라고 있음. 이번에는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것.
그리고 아래에 손글씨로 쓰여있어:
"게다가 자랑스런 애아빠는 진탕 먹고 취해야지! 축하해, H!”
그땐 H가 Hadwell 시장인지 몰랐지만, '그릇'이 1988년 12월 안에 태어나야만 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어.
마을에서 태어난 아이 명단을 살펴보고 의심이 가는 사람들을 발견했는데, 그게 Liz, Jess, 그리고 나야.
공교롭게도 우리 셋의 아버지가 모두 이니셜이 H인데, 그래도 유력한 '그릇 후보'를 3명으로 줄인 게 어디야.
그 후로 몇 년 동안 내가 진짜 '그릇'인 줄알고, 이 모든 게 다 개체의 계략인 줄 알고 미쳐갔어.
결코 편안해질 수가 없었지.
그 다음 회의록은 계속 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을 자아냈는데, 아직도 그 의미를 모르겠어.
2000년 7월꺼야.
H의 둘째 소식에 대해 의논했다. 이번에도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예의주시하며 기다려야 한다.
Hadwell 시장이자 Liz의 아버지인 H는 외동딸밖에 없었어.
또 우리 아버지들한테서 2000년 7월에 아이가 태어났다는 기록은 없단 말이야.
이게 무슨 소리인지 정말 모르겠어.
마지막 회의록, 2007년 3월이야:
화재와 관련하여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의논했다. 7월에 혁신이 있을 것이다.
H는 다른 사건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과거를 되돌아보면, 이 얘기는 Elizabeth에 관한 것 같아, 불이 났던 그날,
걔가 확실히 컬트 집단의 비밀의 방에서 나왔다는 증거지.
아마 걔의 힘을 억제하려고 했던 게 아닐까싶어, 아니면 그들의 꼭두각시로 조종하려고 했었거나.
어쨌든 걘 반항한거지.
이후로 회의록은 없어.
컬트 집단이 아직도 움직이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어 - 아직도 매주 토요일마다 설교가 진행됐으니까 -
하지만 저 핵심층들은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았어.
무튼 그 회의록 폴더 아래에 이름표가 붙은 열쇠뭉치가 깔려있었어.
바로 그것도 챙겼지.
내가 스크류드라이버로 서랍을 억지로 여느라,
나무에 기스도 나고 조각들이 떨어져나갔는데,
그건 내가 어떻게 돌려놓을 수가 없었어.
그땐 얼른 “지하 기록보관실”로 가보고 싶었으니까.
계단을 달려 내려가서, 내 목표를 수행하고 빨리 도망치고 싶었어.
또 내가 서랍을 억지로 열어제끼는 동안 아무도 날 잡으로 오지 않은 걸 보면,
이 건물엔 아무도 없는게 분명했어.
아래층의 원형 홀에서 잠시 숨을 골랐어 - 단상이 하나 있고 둥글게 좌석이 늘어서있더라.
그냥 일반적인 교회처럼 보였어.
그리고 의자 사이에서 Hadwell 성경을 집어들었어.
나중에 심심할때 읽기 좋더라고.
지하로 가는 문을 찾는데 3번이나 시도했어.
문에는 이름이 안 써있지 뭐야.
그치만 많은 문들 중에 하나에 "지하"라고 써있는 열쇠를 쓰니까
문이 열리고 그 안에 어둠속으로 뻗어내려간 계단이 나왔어.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내가 그 아래에서 본 것들을 설명하기가 어려워.
단편적인 부분들만 기억나.
일단 그곳이 어둡고 곰팡이 냄새가 심했지만, 난 난간을 잡고 내려가기 시작했어.
그리고 지하에 도착하니까, 온통 파이프랑 이상한 기계들이 가득 들어차있고,
간간히 틈사이로 푸르스름한 빛이 보였어.
핸드폰은 꺼졌고 벽을 더듬어가면서 길을 찾는데, 꼭 눈 뜬 장님이 된 것 같았지.
그 곳은 빅토리안 양식의 건물을 리모델링했다고는 상상하지 못 할 정도로 굉장히 컸어.
또 거길 지나가면서 계속 발자국 소리나 뭔가 내 무릎이랑 머리카락을 만지는 느낌이 들었어.
그게 쥐가 아니라는 것만 확실히 알겠었어.
쥐한텐 길다란 손가락이 없잖아.
마치 사람들이 내 얼굴 바로 앞에 잔뜩 서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어.
답답한 어둠속에 가려졌지만, 보통 사람이 아무리 어두워도
자기 눈앞에 뭔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감각이 있잖아.
뭔지는 모르겠지만 내 얼굴 바로 앞에서 자기들 이빨 사이로 숨을 쉬는 것 같았어.
그들의 숨소리가 들리고, 폐안으로 공기가 들어가고 나오는 모든 과정을 느낌 수 있었는데,
막상 앞으로 나아가보면 아무것도 없었어.
벽과 파이프 사이로 뭔가가 계속 빛이 들어오는 걸 가로막고 있었어.
몇 초 동안은 그 틈 사이로 나를 들여다보고 사라지기도 했어.
그래서 가능한 한 조용히 있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지 몰라.
그치만 그들은 내가 거기에 있다는 걸 이미 알고있었을 거야.
마침내, 난 그 푸른 빛이 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어.
너희들처럼 나도 영화에서 오컬트 집단의 의식같은 걸 본적이 있단 말이야
검은 망토, 후드, 라틴어로 중얼거리는 사람들, 바닥에 그려진 커다란 펜타그램 뭐 이런거.
근데 이건 그런 게 아니었어.
뭐 적어도 그들이 하는 행위는 그런 의식이거나 비슷한 무언가이긴 했지만.
커다란 방 안에 남자 셋이 있었는데.
그 방은 완전히 검은 곰팡이로 잠식돼있었어.
구석엔 커다란 군집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무슨 질병처럼 이리 저리 뻗어나오는 형세였어.
파란 불빛의 정체는 천장에 매달려서 흔들리는 크리스마스 전구같은 것들이었는데,
누군가가 방의 분위기를 축제처럼 만들려고 했던 것 같아.
나는 밑으로 내려가는 통로 위에 있었는데,
이런 저런 기계들 뒤에 숨어있어서 들키지 않고 그들을 내려다 볼 수 있었어.
그 사람들 중 한 명은 정장을 입고 가죽으로 된 책을 한 권 들고 있었어.
그 책을 손에 넣고싶었지만, 교회에 그런 책은 단 한권만 있는 것 같았고,
책을 지키는 경비는 존나 삼엄했지.
마을이 감염 된 이후에 헤이븐에 다시 찾아가서 그 책을 찾아봤지만 어디서도 찾을 수 없었어.
바닥엔 '승천'한 사람들이 기어다녀서 그 아래로 내려가기가 쉽지도 않았고.
아마 아직 그 커다란 방에 있을지도 몰라.
정장을 입고있는 남자는 그 책을 읽고 있었는데, 내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였어.
"sh", "tl", "k"소리가 상당히 많이 들렸던 걸로 기억해.
나중에 그 언어가 뭔지 알아보려고 발음 샘플을 샅샅이 뒤져봤는데,
제일 비슷하게 들리는 언어는 바로 고대 아즈텍의 '나후아틀어'였어.
물론 그 남자의 발음은 완전히 영어로 들릴만큼 구렸지만.
근데 그냥 그 단어를 입으로 말하는 것만 할 수 있다면, 발음 같은 건 문제가 되지 않는 것 같았어.
다른 남자는 근육질이었는데.
검은 점프수트를 입고 장갑을 끼고 위험물질을 다룰 때 쓰는 헬멧같은 걸 쓰고 있었어.
그 사람은 세 번째 남자의 얼굴을 바닥으로 향하게 붙잡고, 그의 양 손을 허리 뒤로 오게끔 하고있었어.
그 세 번째 남자는 반쯤 벗겨져선, 홀쭉 마르고 지저분해보였어.
그리고 다른 두 남자한테 오열하면서 빌고 있었는데,
책을 들고 있는 남자는 계속 그걸 읽기만 했고,
점프수트를 입은 남자는 계속 그를 결박하고만 있었어.
의식이 진행되는 동안 그 남자의 울음소리는 점점 작아졌어,
처음엔 흐느끼기 시작하다가 나중엔 완전히 침묵이었지.
정장을 입은 남자는 그래도 억양을 바꾸지 않더라고 - 바닥에 있는 남자가 얼굴을 땅에 박고
부들부들 떨기 시작해도 이상하리만치 일관된 음을 고수했어.
그 때 바닥의 남자를 붙잡고 있던 남자가 그를 풀어주고 방 밖으로 조용히 걸어나갔어.
책을 든 남자는 계속 책을 읽었고.
그렇게 몇 분이 흘렀는지 모르겠어.
그러다가 바닥의 남자가 몸을 이리저리 꺾기 시작했어,
정장을 입은 남자는 목소리를 높였고.
좀 신나있는 것처럼 들리기까지 했어.
그 남자가 마지막 몇 문장을 읊을 때는 거의 간질이 아닌가 싶을정도로 몸을 떨더라.
근데 마지막 문장을 읽고 말을 멈추자마자,
그 피해자도 움직임을 멈추고 축 늘어졌어.
그 땐 그 사람이 죽은 건가 싶었지.
아마 너희들은 이게 무슨 일인지 추측해봤을 거야,
그래서 내가 말해주는 얘기를 듣고도 별로 충격을 받지 않았겠지,
무튼 그 피해자의 머리가 천장을 향해 꺾여올랐어.
여기서 잠깐 딴소리를 해보자면.
그 곰팡이에 노출되면 감염이 시작되는 건 자명한 사실이지.
근데 내 생각에 곰팡이는 개체를 전달해주는 중간물질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그 자체로 불가사의한 일을 일으키는 게 아니라.
즉, 그건 진짜 그냥 검은 곰팡이인거야 - Stachybotrys chartarum라는 검은 곰팡이.
한 번 감염이 됐을 때, 어두운 곳에서 빠르게 퍼지는 특성과 능력이
개체의 바이러스나 뭐 그런거에 아주 적합했던 거야.
뭐 모종의 이유로 사람마다 개인차가 있어서 감염되는 데 몇 주가 필요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두번 이상 노출돼야 감염되는 경우도 있는 거겠지.
감염사건이 터지기 시작했을 때 경찰서에서 훔친 노트북에 관련 문서가 있었어.
지역대학 연구원들이 협조해서 이게 뭔지 추측성 리포트를 써놓은 건데,
작성시에는 CDC에 연락만 해놓은 상태였다고 하네.
물론, CDC에 연락했다는건 구라였지.
궁금한 사람은 개인적으로 나한테 메시지 주면 그 리포트 파일을 보내줄게.
여기에 올리기엔 너무 글이 길어지고 난잡해져.
내 생각에 그 의식은 승천의 속도를 높여서 개체에게 바치고 접신하게 만드는 용도인 것 같아.
그래, 무슨 X 같은 마법주문 뭐 그런거.
근데 효과가 있긴 한 것 같았어.
바닥에 엎어진 남자가 손을 모으더니 아주 천천히 고개를 돌리기 시작했거든.
그 남자가 머리를 들어서 자기 어깨 너머로 고개를 돌리는 동안,
정장 입은 남자는 차갑게 지켜보고만 있었어.
고개를 어찌나 많이 돌리던지, 목에 힘줄이 터질듯이 부풀어올라서 내가 다 움찔했어.
그리고 나를 똑바로 쳐다보는데, 일그러진 미소를 짓고있었어.
크고 하얀 흰자에 바늘로 찍은 듯이 작은 눈동자가,
계속 내가 숨어있는 지점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고.
그리고 그 순간에도 그는 계속해서 상태가 나빠지고 있었어,
꼭 생명력이 어디론가 빨려나가는 것처럼.
그가 늙어갔다는 말이 아니라.
시체처럼 변해갔다는 말이야.
피부는 밀랍처럼 하얘지고 근육이랑 지방이 쑥 꺼져서는,
손가락이 쪼그라들고 서로 붙어버렸어.
발끝에서부터 검게 썩어가기 시작하고,
그가 고개를 다 돌리기 전에 이미 다리 반절이 썩어버렸어.
그 때가 내가 누군가 승천하는 걸 처음 목격한 순간이야,
그 때 든 생각은 다시는 이런 장면을 또 보고 싶지 않다는 거였고.
무튼 그가 그렇게 시체처럼 썩어가는 와중에,
자기의 가느다란 팔을 정확히 내가 숨어있는 곳으로 뻗었어.
"손님이 있다..." 그가 바닥에 엎어져서 빌어댈 때랑은 완전히 다르게 깊고 쇠긁는 목소리로 말했어.
그 땐 두피에서도 썩는 게 시작되고 귀 아래로 퍼지고 있었어.
그 사람이 다음에 뭔가 말하려고 했는데, 아래 턱이 쑥 빠지고 혀가 쭉 늘어졌어
역시 똑같이 썩어가는 기관지가 다 보일 정도였어.
그리곤 검은 액체를 흘리면서 살점이 바닥으로 뚝뚝 떨어졌어.
거기서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가 없었어.
도망가야한다는 직감이 들어서 바로 다시 파이프 사이로,
지하실의 어둠속으로 도망쳤어.
그 사람이 날 가리킨게 아니라고 믿고싶었지만 그러진 않았어.
그리고 정장 입은 남자가 소리치는게 들리고,
다른 발자국 소리들이 더해지더니 날 쫒는 소리가 들려왔어.
갈림길에서는 그냥 아무렇게나 꺾어서 도망치다가, 결국엔 지쳐서 길을 잃어버렸어.
그 다음엔 무슨 할로윈 귀신의 집에서 길을 찾아 헤매는 것 같더라
으스스한 푸른 빛이 새어나오는 방이 여러개 있고
그 속에서 검은 곰팡이를 헤집어가면서 길을 찾는거야.
무슨 스냅샷처럼 내 머릿속에 뜨문뜨문 기억나는데
작은 감옥같은 것들이 바닥에 들어서있고, 갈색 머리카락들이 얼기설기 뭉쳐있었어.
다른 방에는 환자이송용 들것이 줄지어 늘어서 있었고,
그 위에는 시체를 하얀 천으로 덮어놨었어.
또 지저분한 욕조들도 있었고.
이빨이 가득 들어있는 메이슨자들도 있었어.
다른 방은 문이 닫히니까 너무 어두워서 뭐가 보이지를 않더라.
그 큰 방에서부터 도망치다가 잠시라도 멈추게 된건 그 방이 처음이었어.
방 밖에선 사방에서 발소리, 헐떡이는 소리가 들려왔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이 곳을 빠져나갈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어.
그러다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같은 금속 구조물을 잡게됐는데,
그 구조물 너머에서 뭔가 살아있는 것이 날 만지는 게 느껴졌어.
나는 비명을 지르면서 뒤로 넘어지고 다른 금속 구조물에 부딪쳤는데,
역시 그 뒤에있던 뭔가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는 게 느껴졌어.
내 귓속으로 숨을 내쉬는 게 느껴져서, 그 구조물들을 이리저리 밀치면서 후다닥 일어났어.
그러니까 구조물들이 바닥에 우당탕하고 넘어지더라고.
날 쫒던 사람들이 그 소리를 듣고 달려왔나봐.
내 반대편의 문이 벌컥 열리고,
그 뒤로 들어오는 푸른 빛 덕분에 내가 만졌던 금속 구조물들이 뭔지 보이게 됐어.
그 작은 방에 조그만 철창들이 빼곡히 들어차있었던 거야.
1 세제곱미터보다도 작아보이는데,
그 많은 철창들 안에는 거의다 무언가가 들어가있었어.
사람들이 그 안에, 접혀있다시피.
창백하고, 비쩍마른, 웃는 사람들이 이리저리 뒤틀린 자세로 여기저기 상처입은 채,
검은 액체를 온몸에서 줄줄 흘리고 있었어.
그리고 대부분은 안대가 씌워져있었고.
몇몇은 천천히 썩어가는 곰팡이 때문에 사지가 없기도 했고,
떨어져나간 팔다리가 그들 옆에 놓여있었어.
'개체'의 먹이창고였던 거야.
지하 보관실이라는 게.
나를 쫓던 사람들이 나한테 멈추라고 소리쳤어.
난 다시 비명을 지르면서 달려나왔고.
그러다가 어쩌다보니 다시 파이프가 가득했던,
내가 들어왔던 곳을 발견하고, 난 다시 계단을 밟고 도망쳐 올라갔어.
그 끔찍한 지하실 문을 쾅 닫고, 버려진 교회를 향해 달려갔지.
사방에서 시끄럽게 울리는 사이렌 소리를 무시하고 비상구를 찾아서 도망나왔어.
써야할 이야기가 훨씬 더 많은데,
그리고 내 과거 이야기를 마무리 짓고 너희의 질문에 답할 수 있을텐데.
그 이야기 전부를 이 포스팅에 다 쓸 수는 없고, 할 수 없지만 나눠서 올려야겠어.
나머지는 내일 올릴게, 24시간 제한이 풀리면 말이야.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야,
다 말해주는 데에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리든.
내일 돌아올게 NoSlee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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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글의 댓글 :
theonewhosees • 15일, 18시간 전 |
새글알람이 이렇게 고마울수가!
ㄴ helpmenosleep • 15일, 18시간 전 |
그러게 :D
Christopho377 • 14일, 19시간 전 안녕, 내가 Clayton한테 쪽지를 보내서 그가 발견했던 "비공식적 기록"을 보여달라고 부탁했어. 또 모두가 볼 수 있게 여기다 올려도 되냐고 물어봤더니 흔쾌히 수락해주더라구!
https://m.reddit.com/r/nosleep/comments/4onhev/infected_town_part_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