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곱살, 형은 아홉살이던 해의 여름 일요일이었어.
나 살던 동네가 한창 개발이 되던 때라 공사장이 많았는데,
공사장에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
형이랑 나랑 둘이 몰래 들어가서 놀았어.
형은 2층까지 올라갔는데, 나는 쫄보여서 1층에 있었어.
형이 계속
"여기 신기한 거 많아!! 올라와봐 !!"
소리치는데, 나는 쫄보여서 못 올라갔어.
내가
"형!! 뭔데? 봐봐!! 나도 볼래!!"
소리치니까 ,
형이 (아직 창문은 없는)창으로 허리를 내밀고
"이거 봐라~" 하면서 손에 든 걸 보여줬는데,
스패너 망치 이런 공구들이었어.
그 중 하나가 미끄러져서 내 머리로 떨어졌고 난 기억을 잃었어.
잠깐 정신이 들었는데,
사방이 하얗고 사람들 얼굴은 잘 안 보이고 목소리만 들렸어.
"얘 또 왔어?"
"얘는 지금도 너무 어린데?"
"다시 보내?"
이런 말들이 들렸어.
'병원인가...' 생각들려고 하는데 다시 정신을 잃었고,
눈을 뜨니까 난 대낮에 우리집 안방에서 자고 있었어.
엄마가 옆에서 공부를 하고 있고.
(우리 엄마는 노인들 대상으로 하는 수업에 강사로 봉사를 했었어.)
"엄마, 나 어떻게 왔어?" 물었는데
"얘가 꿈을 꿨나.. 너 오늘 하루종일 집에만 있었는데."
하는거야.
나 병원에 간 적도 없고, 형은 아침먹고 친구네 갔대.
너무 이상한거야. 머리도 아직 아픈데..
머리를 만져봤는데,
없던 혹이 있고 작게 머리가 비어있어.
그 후로
가족들과 옛날 얘기하면
나에게만 있는 기억이 많아.
누리 라는 이름의 강아지를 키웠던 거 같은데,
우리 가족은 아무도 모르고.
온 가족이 야외 수영장을 가는데 차가 너무 막혀서 저녁에 겨우 도착했고,
도착해보니 문이 닫혀있어서 그냥 돌아오고, 오는 길에 갈비를 먹었던 거 같은데
가족 모두가 그런 일이 없대.
나 시골에서 일년 넘게 살았던 거 같은데 그런적 없다 그러고.
그럼 집앞에 논이랑 흑염소가 있었냐고 물어보면 그것도 아니래.
"누리가 새끼 낳았는데, 한마리만 며칠 동안 안 보였잖아.
찾아보니까 논에서 얼어 죽어있었잖아. 기억 안 나?"
하면
온 가족이 나한테
"뭔 얘기야? 소설쓰니?"
이랬어...
충돌하는 부분도 많았어.
가족들이
"생각해봐. 너 네살 때 우리 ㅁㅁ빌라 살았어. 근데 집앞에 논이 어떻게 있어? 마당이 어딨어서 강아지를 풀어놓고 키워?"
이렇게 말하면 그 빌라가 기억이 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