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네쿠네(くねくね) ----- 꾸불꾸불,꾸물꾸물
★쿠네쿠네의 특징
1. 대부분 목격자들이 그것을 희다고 전하지만 까맣다고 하는 경우도 있다.
2. 인간으로서는 도저히 상상하지 못할 모습으로 꾸물꾸물댄다.
3. 정체를 이해하지 못한 채 멀리서 그것을 바라보는 것은 해가 없다.
4. 그것이 무엇인지 이해하면 정신에 이상이 온다.
5. 단순히 자신의 시야에 들어온 정도로는 해가 없다.
6. 논밭, 물가등에서 목격된다.
7. 그것을 이해하는 과정은 (정신적으로) 매우 빠르게 진행된다.
다음은, 쿠네쿠네의 목격담 사례로서 전해지는 이야기.
1.
이 이야기는 어렸을 적, 아키타 현에 있는 할머니 댁에 놀러갔을 때의 이야기다.
일 년에 한 번 정도, 명절에나 겨우 찾아뵙는 할머니댁에 도착한 나는 할머니께 인사를 올린 직후 오빠와 함께 밖으로 놀러갔다. 도시와는 달리 너무나 맑은 공기와 상쾌한 바람에 나는 오빠와 함께 논 주위를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그런데 해가 중천에 떴을 무렵, 갑자기 바람이 그쳤다, 라고 생각한 순간 기분 나쁠 정도로 섬뜩한 뜨끈한 바람이 후끈 불어왔다. 나는「그렇지 않아도 뛰어다녀서 더운데, 이런 더운 바람은 뭐얏!」하고, 방금 전까지의 상쾌감이 날아간 불쾌함에 소리쳤다.
그 러나 오빠는 조금 전부터 다른 방향을 보고 있었다. 그 방향에는 허수아비가 서 있었다. 내가「저 허수아비는 왜?」하고 오빠에게 묻자, 오빠는「아니, 허수아비말고, 그 너머에 있는 저거 말이야」라며 더욱 주의해서 그쪽을 바라보았다. 나도 주의를 집중해서, 논의 저 너머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그러자 확실히 무엇인가 보였다. 저건 뭐지.
멀어서 잘 안 보였지만, 사람 정도 크기의 하얀 물체가,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었다. 게다가 주위에는 논이 있을 뿐. 근처에 다른 사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나는 순간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지만 곧 이렇게 해석했다.
「저것도 허수아비 아니야? 바람이 불어서 움직이게 해놓은 비닐 허수아비 같은 거. 아마 방금 전부터 불고 있는 바람때문에 움직이는 거겠지」
오빠는 나의 해석에 곧 납득하는 표정이었지만, 그 표정은 한순간에 사라졌다. 바람이 딱 멈춘 것이었다. 그럼에도 저 물체는 변함없이 꿈틀대며 움직이고 있었다. 오빠는 「저것 봐…아직도 움직이고 있어…저건 도대체 뭐지?」 하고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계속 신경이 쓰였던 탓일까, 오빠는 할머니댁으로 뛰어가 쌍안경을 가져와 다시 현장에 왔다. 오빠는 조금 두근두근한 모습으로「내가 먼저 볼께, 너는 조금 기다려」하고 말하며 쌍안경을 들여다 보았다.
그러자, 갑자기 오빠의 얼굴에 변화가 생겼다. 순식간에 새파랗게 질린 오빠는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며, 갖고 있던 쌍안경을 떨어뜨렸다. 나는 갑자기 변한 오빠의 모습을 무서워하면서도, 오빠에게 물어 보았다.
「뭐였어?」
오빠는 천천히 대답했다.
「몰라도 돼. 알면 안 돼……」
벌써 오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오빠는 그대로 터벅터벅 할머니댁으로 걸어갔다. 나는 곧바로 오빠를 새파랗게 질리게 한 그 흰 물체를 보려고 떨어진 쌍안경을 집어들었지만 오빠의 말을 들은 터라 볼 용기가 없었다. 한참을 망설였다. 그러나 계속 신경이 쓰였다.
멀리서 보면, 단지 흰 물체가 기묘하게 구불구불 움직이고 있을 뿐이었다. 조금 기묘한느낌이 들긴 했지만 그 이상의 공포감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오빠는…. 좋아, 봐야겠어. 도대체 무엇이길래 오빠에게 저런 공포를 줬는지, 내 눈으로 확인하겠어! 나는 쌍안경으로 보기로 했다.
바로 그 때, 할아버지가 무척이나 당황한 얼굴로 달려오셨다. 내가「왜요?」하고 묻기도 전에 할아버지는「그 하얀 물체를 본거냐! 봤어? 그 쌍인경으로 봤어?」하고 물으셨다. 무언가 겁에 질린, 혹은 역정이 나신 할아버지의 모습이 나는「아니…아직…」하고 반쯤 울먹이며 대답했고, 할아버지는「다행이다…」하고 말씀하시며, 안심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쓰러져 울었다.
나는 그렇게 이유도 모른 채 할머니 댁으로 돌아왔다.
돌아오자, 모두가 울고 있었다. 나 때문에? 아니다. 자세히 보자 오빠만 미친 것처럼 웃으면서, 마치 그 하얀 물체와 같이 바닥에 엎드려 몸을 구부린 채 꿈틀대고 있었다. 나는 그 오빠의 모습이야말로 그 하얀 물체보다 더 무서웠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는 날, 할머니가 이렇게 말했다.
「오빠는 여기에 놔두는 것이 살기 좋을 것이다. 그쪽 도시는 좁고, 험하고, 그런 곳에선 며칠도 못 갈게야… 우리 집에 놔 두고, 몇 년쯤 지나 논에 놓아주는 게 낫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이제 더이상 예전의 오빠는 다시 볼 수 없다. 내년에 할머니 댁에 다시 와 만난다 해도, 그것은 더이상 오빠가 아니다.
왜 이런 일이…바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이좋게 놀았는데, 무엇때문에…. 나는 필사적으로 눈물을 닦으며 차를 타고 할머니댁을 떠났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던 도중, 변해 버린 오빠가 한순간, 나에게 손을 흔든 것처럼 보였다. 나는 멀어져 가던 중, 오빠의 표정을 보려고 쌍안경을 들여다보았다. 오빠는 분명 울고 있었다. 표정은 웃고 있었지만, 지금까지 오빠가 한번도 보여준 적 없었던 처음이자 마지막의 슬픈 웃는 얼굴이었다.
그리고 곧이어 골목을 돌아 더이상 오빠의 모습은 안보이게 되었지만, 나는 눈물을 흘리며 그대로 쌍안경을 계속 들여다 보았다.「언젠가…원래대로 돌아가겠지…」
그렇게 생각하곤 오빠 원래의 모습을 그리면서 푸른 논을 바라보았다. 오빠와의 추억을 회상하면서 계속 쌍안경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그 때였다.
봐선 안 된다는 것을, 가까이서 봐 버렸던 것이다.
2.
초등학교 4학년 정도의 일이였지만, 친척이 수영교실을 열고있어서, 거기의 여름캠프 같은것에 참가하게되었다.
해변의 민박집에서 지내고, 바다에서 수영을 하거나, 낚시를 하거나, 산을 오른다. 초등학생이 수십명이고,
나머지는 인솔교사가 남녀 합쳐서 4명 정도였다.
나는 또래의 사촌이 있어서, 곧 다른 학생들과도 친해져 1주간 매일 즐겁게 지냈다.
그 마지막 날 하루전의 일이였다고 생각한다.
불행히도 태풍이 다가오고 있어서, 바다에서 수영하지않고 우리들은 방에서 우울해져있었다.
모두는 방에서 이야기를 하거나 과자를 먹거나 TV를 보거나 했지만,
나는 눈 앞의 바다를 민박집 2층의 창문에서 멍하니 바라보았다. 강풍으로 무서운 높이의 파도가 철썩철썩 오는 잿빛의 바다.
「뭐야, 저건?」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나온 것일지도 모른다.
정신을 차리니 뒤에는 K군도 와서 함께 창문 밖을 보고 있었다. 2살 위의 6학년으로, 벌레잡이를 잘하는 녀석이였다고 기억하고있다.
「어, 어라..?」
K군도 해변가의 그것을 눈치챈 듯, 눈을 크게 뜨고 있었다. 성난 파도의 바로 옆을, 하얀 뭔가가 걸어오고있다.
걸어오는 ? 것처럼 이동해오고 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모른다. 나는 근시여서 잘 보이지 않는다.
옷이랄까 입고 있는지는 보이지 않지만, 전신이 새하얕다.
새하얀 웨트슈트(전신수영복)? 그런것도 있나?
움직이는 건 마치 미꾸라지를 건져내는것 같은 느낌으로, 양손을 머리위에서 고속으로 움직이고있다.
내 바로 뒤에서 갑자기 주전자가 끓었다.
「삐--!」
아니, 틀려. K군의 고함소리였다. 인솔교사가 곧장 달려왔다.
K군은 또다시 주전자가 끓는 듯한 소리를 내며 다다미를 박박 맨발로 비벼서 창문으로 부터 떨어지려고 하고있었다.
그 인솔선생과 다른 선생님이 K군을 병원에 데리고 간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날은 모두 무서워져서 서로 이불을 붙이고 잤다.
K군은 돌아오지 않았다.
몇 년 후, 친척모임에서 사촌과 만나 그 여름의 일에 대해 물어보았다.
사촌은 어째서인지 노골적으로 싫은 얼굴을 했다.
K군은 스트레스성 뭐시기로(뇌가 어떻게 됐다고 했었나)그 후에 곧바로 수영교실을 그만두었나 보다.
수영교실 자체도, 여름캠프를 그만두었다고 한다.
K군은 무엇을 보았다고 말하고 있었을까? 나는 묻고싶은건 그것 뿐이였지만, 도저히 물어볼수 없었다.
나는 그 여름캠프의 합숙 후 곧 안경을 착용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금도, 그 여름캠프의 합숙때에 안경을 쓰고 있었다면... 이라는 생각을 한다.
K군은 함께 숲을 탐색했을때, 나무에 의태하고있는 벌레도 가장 먼저 발견할 정도로 눈이 좋았다.
K군은 분명 그 해변에서 춤을 추고 있었던 것(춤을 추고 있었다 라고 밖에 표현을 못하겠다)을 분명히 보고 말았음에 틀림없다.
3.
할머니가 해주신 얘긴데요,
그냥 이건 농촌 괴담같은 거래요.
예전에, 어떤 사람이 농촌으로 이사를 왔는데….
아빠 엄마 그리고 충현이라는 아들 한명이 이사를 온거래요.
아들은 한 스무살쯤 되보였는데, 집 근처에 농사를 시작했대요.
한 몇달정도 사람들이랑 슬슬 안면트고 친하게 지내는데 일이 터졌대요.
어느날 비가 좀 많이 와서 벼들이 다 쓰러져서 다음날에 벼들 묶어주러 충현이 나갔어요.
다행이 그날 날씨가 좋아서 놀기 좋겠다 해서 옆집 애들도 따라갔는데 나갔다 돌아오는데 애들이 울면서 돌아오는거래요.
충현이 엄마가 충현이는? 충현이는? 하니까 애들이 계속 우는거래요.
그래서 이상하다 싶어서 아줌마가 논에 나가봤는데 저 멀리서 충현이가 보이길래 한숨을 푹 쉬었대요.
거리가 사미터 내지 오미터정도 되었는데 충현이를 부르니까 애가 슥 돌아보곤 다시 고개를 저 너머로 돌리더래요.
아줌마가 얘가 왜이러지 하면서 등 뒤로 다가가 어깨를 확 돌리는데.
글쎄…. 애 눈이 공허 하더래요, 자꾸 고개를 돌려 저 너머를 보려고 하고.
아줌마가 질질 끌고와도 자꾸 그곳으로 가려하고 그곳을 보려하고 그러길래 마을사람들이 가서 잡아 끌고왔대요.
옆집 아줌마가 애들 데리고 와서 충현이 괜찮냐고, 애들이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한다고 그러는거예요.
애들이 계속 울면서 논 저편에 이상한게 산다구, 이상한 사람 산다구 충현이 형이 그걸 봤다구 그러데요.
좀 그나마 제일 머리가 큰 애한테 물어보니까
" 마치 행사장 풍선처럼 온몸을 이쪽저쪽 꺾는데 하얀색인데다가 흐릿하다 "
라고 표현을 하더랩니다.
충현이가 그걸 보고 뭔지 확인해본다고 하고 달려가서 돌아오는데 눈도 멍하고 아무말도 안하고 그쪽만 보고있더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