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다닐때 들었던 이야기인데
내가 전해들었던 당시에는 우리학교 졸업생이 직접 겪은 경험이라고 알고 있는데
이야기, 특히 괴담이라는게 널리 돌고도는거라
혹시 다른학교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조심스럽게 적어볼께.
내가 사는 지방도시 구석진곳에 위치한 고등학교를 다녔어.
학교는 신식건물이고 타학교랑 비교안될만큼 좋은시설이었지만
주변환경은 정말 호연지기를 그냥 기를수 있는 그런 곳이었어.
도심속의 혼잡이라고는 느낄수 없는 곳이니까
항상 조용함은 기본으로 깔고가는 분위기였어~
더군다나 여학교니까 운동장에서 뭔갈 하는 학생도 없고
늘 시끌 벅적한 매점도 부대시설처럼 중심건물 밖에 위치해서
소란스러움은 철저히 분리되는 곳이었지.
물론 쉬는시간, 점심시간의 여학생 수다의 데시벨은 타 여학교못지 않았어^^;
암튼 내가 우리학교의 조용한 분위기에 대해 설명을 길게 하는 것은 이 이야기의 중요포인트이기 때문이야.
우리학교다니는 학생들은 대체로 스쿨버스나 몇개안되는 시내버스, 부모님 픽업을 이용해서 다녔어.
그동네에 사는 정말 소수만이 도보로 등교할뿐 거의 이동수단이 있는 학생이 대부분이었어.
자, 이제 내가 들은 그대로의 이야기 본론으로 들어가볼께.
그당사자가 학교선배니까 편하게 언니라고 지칭할께.
여느때처럼 야자를 하던 날이었어.
창가에 앉은 친구가 갑자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하는거야.
" 에잇~ 밖에 비온다 ㅡㅡ;"
반 분위기는 웅성웅성.
갑작스런 비는 교통불편한 학교 다니는 학생에겐 진짜 싫은 일이니까.
더군다나 언니는 정말 소수에 속하는 도보로 등하교하는 학생이었기때문에 더 난감했어.
집에 전화해서 가족중 누군가에게 우산가지고 학교까지 데리러 오라고 해야 하니까.
그땐 핸드폰을 흔히 들고 다니던 때가 아니라
야자 중간 쉬는 시간에 학교 공중전화는 완전 대기인원폭발!
사실 학교에 공중전화가 두군데 있긴했어.
매점가는 길목에 하나.
그리고 동아리방이나 특별실이 있는 지하에 하나.
근데 어두운 밤인데가 비오는 날이니,
평소 멀쩡할때에도 발길이 잘 안가는 지하에
전화쓰려고 일부러 가는 용감한 학생이 드문 분위기였으니까.
워낙 귀신 목격담이 많기도 했지만 그걸 몰랐다고 해도
지하가 워낙 친구랑 동행하고 간다 해도 을씨년스럽고 왠지 소름이 돋는 느낌을 주는 곳이었거든.
학생들은 하필 그런곳에다 공중전화를 설치했는지 이해가 안갔을거야.
암튼 언니는 결국 쉬는 시간에 집에 전화를 하지 못했어.
야자2교시가 시작되고 화장실가는척하고 다시 선생님 몰래 매점길목 공중전화에 가봤지만
솔직히 그런 목적 가진 학생들이 한둘이었겠어?
(교통편 이용한다 해도 차에서 내리는 순간부터 집까지는 우산이 필요할테니까)
여전히 기다리는 학생만 북적북적할뿐.
맘이 다급해진 언니는 큰맘먹고 지하 공중전화를 이용해보기로 한거야.
1층에서 지하로 연결되는 쪽은 초록색 비상등불빛만 있을뿐..
무서웠지만 꾹 참고 더듬더듬 복도 전등스위치를 찾아서 켰어.
깊은 굴속처럼 까맣기만했던 그 곳이
불을 켜고 나니 왠지 덜 무서운것 같기도 하고 괜히 쫄았나 하는 마음에 씩씩하게 계단을 내려갔어
다행인건 공중전화는 지하 교실들이 시작되는 지점에 있었다는거.
전화기앞에선 언니는 동전넣고 다이얼누른다음..
왠지 등뒤에 뭔가 없으니까 오싹한 기분이 들어서
전화기 옆 벽에 등을 기대고 서서 가족이 전화를 받길 기다렸어.
- 언니
=언니엄마
= 여보세요
- 엄마, 나 ○○○
= 어? 어? 뭐라고???
-왜? 안들려? 나 ○○○라고!!
= ○○○니? 지금 어디야???
-당연히 학교지. 비와서 전화했어. 우산좀 갖다줘.엄마.
=학교인데 왜이렇게 시끄러워!!! 주변 애들보고 좀 조용히 하라그래. 왜이렇게 시끄럽게 떠들어!!!
- 나혼자 있는데 무슨소리야!!!
= 옆에 여자애들 떠드는 소리 나는데???
- ....................................
상황파악이 된 언니는 전화고 뭐고 집어던지고 교실로 미친듯이 뛰어간거야
엉엉울면서.
반친구들이 당황에서 왜그러냐고 물어보는데 우느라 대답도 못하고...
반분위기 이상해지니까 담임샘 출동.
담임샘이 너 왜이러냐고 다그치니까
그제서야 정신차린 언니가 자초지종 말하니 언니친구들 난리났어뭐.
근데 담임샘은 처음 듣는게 아니라는 식으로 반응하시면서
교무실에 같이가서 교무실전화로 어머니께 전화 다시 드리라고..놀라셨겠다고...
이렇게 말하면서 분위기 정리를 하셨다는 거야.
짐작컨데 그 선생님은 이런일을 겪은 학생을 몇번 보신적이 있으셨나봐.
분위기 이상해지니까 쉬쉬하고 넘어가고 넘어가고 그러신듯.
음기충만한 여학교에
ㅁ자형건물에
늘 그늘진 지하
인적드문 곳
비오는 날씨
귀신이 나올법한 조건이지 않니?
이 이야기 첨 들었을땐 전화 합선된거 아냐? 이런생각이 들었는데
그 언니 엄마는 분명히 들으셨대.
많은 무리의 여학생들이 떠들때 나는 소리.
왁자지껄하면서도 명료한 소리들.
그렇다면 언니가 통화할때
정말 수.많.은 귀신들이 언니 옆에 있었다는 거잖아.
자기 존재를 알리려고 그렇게 떠들었던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