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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담/미스테리 [reddit] 여기 비둘기들은 진짜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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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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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도시들이 비둘기 문제로 골치를 썩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다. 토론토도 뭐 다를 건 없다. 중세시대의 쥐들처럼, 그 병균을 옮기고 다니는 버러지들은 요 몇 십년간 활개를 치며 수를 불려나갔다. 내 일은 나날이 늘어가는 비둘기들을 어떻게 관리해 보려고 애써 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난 연구자들이 비둘기 알을 가짜 나무 알로 바꿔친다는 내용의 시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는 기사를 어쩌다 보게 되었다. 그 놈들은 너무 멍청해서 뭐가 바뀐 지도 모르고 몇 달을 가짜 알을 품으며 다른 알을 낳을 생각도 않고 지낸다는 것이었다. 그 프로젝트는 큰 성공을 거두었고 그 곳의 비둘기 개체 수는 단시간에 눈에 띄게 큰 폭으로 줄어들었다고 했다. 정말 완벽한 계획처럼 들렸으므로 나는 이 도시에 바로 그 해법을 들여왔다. 내가 생각 못 한건 그 가짜 알들이 부화할 것이고, 그 안에 든 흉물스러운 것들이 이 세상에 풀려날 것이란 사실이었다.



어느 날 아침에, 내 동료 클린트가 틈새로 여기저기 지푸라기가 삐져나온 커다란 나무 상자를 들고 왔다.
“올해 크리스마스가 꽤 빨리 온 것 같지 않아?”하고 그는 말했다. “안에 뭐가 들었을 것 같나?”

나는 반색하면서 걸어가 그가 작업대에 상자를 내려놓는 것을 도와주었다.
“이건,” 내가 안에 뭐가 있는지 보려 상자를 들여다보며 말했다. “우리 비둘기 문제를 해결해 줄 바로 그 물건이구만?”

나는 손을 집어넣어 안에 들어 있는 알 중 몇 개를 꺼냈다. 하지만 그건 기대하던 나무 알이 아니었고 난 조금 실망했다. 그것들은 싸구려 부활절 달걀마냥 홀쭉하고, 가볍고, 비어있었다. 내가 생각하던 알의 모양새와 비슷한 구석은 전혀 없었다. ‘어이구, 이베이에서 주문하니까 이 꼴이지.’하고 나는 생각했다.

클린트는 알을 한가득 집어 들었다. “이게 네가 필요하다 했던 그 모조품이지? 진짜 것하고 그렇게 큰 차이는 나지 않을 걸.”

우리는 이 알들이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때까지 비둘기 수를 줄이기 위한 유일한 방도는 그 놈들 둥지로 슬쩍 가서 알들을 훔쳐오는 것뿐이었다. 시시한데다 단기적 효과밖에 내지 못하는 방법이었다. 왜냐면 비둘기 놈들은 자기 알이 사라지면 그냥 새 알을 낳아댔으니까. 그래서 가짜 알을 쓴다는 생각이 젠장맞게 끌렸던 것이다.

“뭐 그래, 클린트. 그 알들은 우리를 속이는 게 아니고 비둘기들을 속여야 하는 것뿐이니까. 먹힐 거야. 믿어 보라구.” 나는 대답했다.
물론 내 말대로 됐다. 비둘기들은 보기 좋게 속아 넘어 갔고 뭐가 어떻게 되어 가는지 상상도 못했으니까.

몇 달 지난 후, 우리는 지역의 어린 비둘기들 수가 감소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난 내가 해낸 일이 너무나 자랑스러웠다. 난 날아다니는 쥐새끼들을 자연친화적이고 안전하게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낸 것이었으니까. 또 그건 고작 몇 백 달러, 그리고 비둘기가 알을 까놓는 곳을 찾으려고 엘리베이터를 오르내리며 건물 꼭대기와 지붕을 나다니는 노력만 들이면 되는 일이었다.

문제는 세 달 쯤 뒤에 터졌다. 클린트와 나는 도시의 반대쪽 구역의 둥지들을 살펴보고 있는 중이었다. 클린트가 전화했을 때 난 건물을 절반 쯤 올라가던 중이었다.

“여.” 난 전화기를 귀에 갖다 대며 대답했다.
저 편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클린트는 자기 구역 목적지에 도착해 있는 모양이었다. “어이. 우리 알들이 몇 개 깨져 있는데.” 그가 대답했다.
엘리베이터가 멈췄고 나는 내려섰다. 난 걸어 나와 옥상으로 이어지는 짧은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럼 다시 바꿔 넣으면 되지. 그럼 되는 거잖아?” 무심하게 난 답했다.
우리가 마지막 조사를 마칠 때까지 바람이 맹렬하게 불어 재꼈으므로, 난 알들이 둥지에서 굴러 떨어져 그 충격으로 깨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나무가 더 나았을 거라고.’ 난 속으로 투덜댔다. 그 옥상에서 조사를 시작하며 놀라기 전까지.

“이런, 씨발.” 내가 내뱉은 말이었다.
“뭐?” 클린트가 대답했다.

내 쪽 알들도 거의 다 깨져 있었다. 괴상한 건 우리가 예전에 넣어 둔 것처럼 둥지 안에 그대로 들어있었다는 것이었다. 비둘기들이 우리 계략을 알아채고 모조품들을 공격했던 걸까? 아니면 이 혹독한 캐나다 날씨를 버티기엔 그 알들이 너무 약해빠졌던 걸까?

난 신음했다. “여기도 똑같아. 새로 또 해야겠는데.” 난 패배한 기분으로 클린트에게 말했다.
클린트는 웃었다. “괜찮아. 새 계획을 까면 되는 거잖아?”
잠깐 동안 난 말을 멈췄다. “넌 이 상황에 농-” 내가 다시 말하기 시작했지만 클린트는 내 말을 잘랐다. “긍정적인 면만 보자고, 응?” 이 익살. 지금 같은 상황에 농담이 나오다니.
“성질 돋구지 마라.” 난 한숨 쉬며 대답했다.

오랫동안 둥지를 텅 빈 채로 놔둔다면 지금까지 해 왔던 모든 일들은 생고생이 될 게 뻔했다. 난 깨진 알들을 전에 시킨 알들 중에서 남은 걸로 바꿔치라고 클린트를 보냈다. 그 동안, 난 나무 알 파는 사람을 검색해 보고 있었다. 유감스럽게도 제일 싼 가격, 또 제일 빠른 배송 옵션으로 파는 사람은 저번에 주문했던 그 판매자 밖에 없었다. 우리는 모조 알들이 최대한 빨리 필요한 상황이었고 우리 예산은 빡빡했다. 한 번 더 이 싸구려 알들을 사는 수밖에 도리가 없을 것 같았다. 높으신 분들이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건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만 이 알들을 가지고 버틴다면, 우리는 내년 예산을 더 많이 받아낼 수 있을 것이고 그 때 쯤에 더 좋은 물건들을 살 수 있겠지 싶었다.



우리 가짜 알들을 비둘기가 공격하는지를 확실히 확인해 보려고, 나는 한 옥상에 방범 카메라를 달아 놓았다. 그 새 자식들이 그만큼 머리가 돌아가는 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우리 계략을 알아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었다. 새들이 우리 얄팍한 수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면 지금까지 해온 것들은 모두 수포로 돌아갈테니 여하튼 두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일이었다.

그 다음 한 주 동안 난 소형 동물들이 이상하게 행동한다는 보고를 받기 시작했다. 솔직히, 처음엔 그런 일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까놓고 말하자면 좀 미친 소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한 여자는 비둘기가 나무를 기어 올라가는 걸 봤다고 주장했다. 마치 다람쥐처럼 찍찍거리면서 기어갔다고 말이다. 다른 보고서에는 이웃에 사는 개에게 다람쥐가 공격당해 죽는 것이 목격되었다고 쓰여 있었다. 또 다른 목격자는 다친 고양이가 있다고 전화를 했지만 그가 다시 살펴봤을 때 그건 이미 털가죽 덩어리일 뿐이었다.

내가 다섯 번째 보고서를 읽을 즈음에, 나는 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불안해진 이유는 이 보고들이 도시 전 지역에서 날아들어 오고 있다는 점이었다. 이게 어느 한 지점에서만 일어난 일이라면 광견병이 유행하고 있거나 신종 질병이 나타난 거라고 의심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고들은 무지막지 넓은 범위의 근교를 포함해 토론토 전 지역에서 들어오고 있었다. 뭐길래 이렇게 빨리 퍼질 수가 있지? 아마 무언가 다른 원인이 있는게 분명했다.

그 문제에 관해 더 찾아보고 있는 와중에 얼굴을 잔뜩 찌푸린 클린트가 나타났다.
“부서졌어. 이 빌어먹게 좇같은 알들이 또 깨졌단 말이야.” 그는 의자에 훅 주저앉으며 으르렁댔다.

난 빙글거렸다. “그래도 미소를 좀 까 보셔야죠?”
그는 자기 작업물을 탁자에 던졌다.“아주 알찬 농담을 구사하시는 구만.” 픽 웃으며 클린트가 대답했다.
“찍힌 거 가져 왔겠지?” 내가 물었다.

그는 코트를 내리고 안주머니에서 SD카드를 꺼냈다. ”따끈따끈한 신작입죠. 영화 시작합니다!“ 그가 킬킬대며 말했다.
우리는 컴퓨터에 영상을 올리고 재생시켰다.



비둘기다.
비둘기가 자기 둥지에 앉아있다.
비둘기가 몸을 다듬는다.
비둘기가 서로에게 날개를 펄럭거린다.
다람쥐다.
다람쥐가 새들에게 쫓기고 있다.
비둘기가 더 나타난다.

아마 이 영상은 세상에서 제일 지루한 방범 영상일 것이다. 데이비드 아텐버러(영국의 유명한 다큐멘터리 제작자이자 60년 이상 경력의 생물학자)의 매력적인 목소리로도 이 지루함은 어떻게 해 볼 수가 없었을 것이다. 우리는 비둘기들이 하루 종일 지극히 비둘기스러운 생활을 하는 걸 배속재생해가면서 보았다. 그 놈들이 우리 가짜 알들에 어떤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클리트는 뭔가가 마침내 화면에 잡힐 때까지 졸고 있었다. 내가 정신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오로지 그 날 아침에 꽤 상당한 양의 커피를 들이켰기 때문이었다.

깊은 밤이 되어서였다. 물론 영상 속에서 말이다. 새들 중 한 마리가 자기 알에서 날아오리더니 안 쪽을 들여다보며 둥지에 내려앉았다. ‘바로 여기구만.’하고 생각하며 나는 스크린에 가까이 다가갔다. 난 그 놈이 알을 공격할 거라 생각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난 무음상태로 영상을 보고 있었는데, 무언가가 알을 깨 열어버렸다. 안에서 말이다. 난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절대 저럴 수는 없었다- 왜냐면 알들은 플라스틱 껍질을 하고 있었으니까. 유일하게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가설은 그 둥지의 가짜 알 더미들 중에 진짜 알이 섞여 있었을 거란 추측이었다. 맞아, 아마 바로 그걸 거야. 난 아주 자연스러운 새끼 비둘기의 탄생과정을 지켜보았다.

하지만 보통 새끼 비둘기들은 연기처럼 생겨먹지 않았다.

알에서 검은 구름이 피어올랐다. 가까이 붙어 있던 비둘기 한 놈이 그 연기같은 물질을 들이 마셨다. 그리고 뒤로 물러 서더니 몇 분 동안 꼼짝 없이 굳어 서 있다, 땅으로 떨어졌다. 그 놈은 발작하는 것 마냥 격렬하게 몸부림을 쳤다. 그러더니, 그 놈은 부리에서 덩어리진 액체를 토해냈다. 공기에 닿자마자 증발해 버렸지만. 비둘기의 몸뚱아리는 바람 빠진 풍선처럼 움푹 파이고 있었다. 난 납작하고,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 한 때 비둘기였던 껍데기를 혼란스럽게 붙박힌 듯 바라보고 있었다.

갑자기, 비둘기의 가슴이 불룩해지더니 다시 그 놈은 제 형체로 돌아갔다. 하지만 완벽하게는 아니었다. 그 놈의 몸은 전혀 균형이 맞지 않았다. 두 날개는 부풀어 오른 데다 괴상한 방향으로 나 있었고, 배는 부자연스럽게 팽창해 있었다. 마치 동물 가죽을 괴상한 모양새로 주름잡아 놓은 것처럼 보였다. 마치 광기어린 박제사가 끔찍한 실험을 한 것 마냥. 그 흉물스러운 생물체는 머리를 건물 가장자리 쪽으로 향했다. 그 놈이 몸을 뒤집자 다리는 땅에 닿을 수 있게 뒤틀리고 탈구되었다. 놈의 목구멍에서 토막같은 팔이 뻗어 나와 시멘트 옥상을 헤집고 기어가는 걸 나는 보았다. 빠르지만 법석대는 모양새로 그것은 가장자리를 미끄러졌고, 시야에서 사라졌다.

난 충격을 받았다. 내가 뭘 본 건지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난 클린트를 깨우기 전에 그 영상을 몇 번이고 돌려 보았다. 그는 짜증난 듯 투덜거리며 감기는 눈을 비비고는, 날 쳐다보았다.

“아마 못 믿을 거야.” 내가 뱉었다.
난 영상을 되감고는 재생시켰다. 그의 눈이 나처럼 역겨워서 믿을 수가 없다는 듯 커다래졌다. 난 다섯 번째 보는 건데도 도저히 뭔 상황인지 알 수가 없었다.

“망했네.” 그는 말했다.
“... 나도 알아.” 내가 답했다.

그 영상을 몇 번 더 돌려 본 다음 우리는 집으로 향했다. 내 생각엔 우리 둘 다 좀 푹 잔 후에야 마음 정리가 좀 될 것 같았다. 아마, 그 영상을 복습 하는 동안 우리가 뭘 실수한 걸지도 몰랐다. 착시 현상 같은 거 아니었을까? 그럴 리는 없었지만 적어도 그렇게 믿고 싶었다.

내가 출근했을 때 클린트는 이미 와 있었다. 그의 눈은 스크린에 박혀 있었다.

“그거 또 보는 거야?” 내가 물었다.
“그건 아니고,” 그는 대답했다. “... 난 ... 계속 보고 있었어.”

난 책상으로 다가가 모니터를 들여다 보았다. “그 다음을 계속 봤다고?” 내가 다시 물었다.

그의 얼굴은 창백했고 그의 눈 밑 살은 무겁게 쳐져 있었다. 그가 얼마나 오래 여기 있었던 거지? 엄청나게 일찍 일어났던 건가?

“카드에 2일치 영상이 더 남아 있었잖아.” 그가 설명했다.
“그래서 계속 본 거야?”
“그래...”
“그럼 그것들이... 더 나타났어?”

클린트는 입술을 비틀었다. “어.. 그리고... 어떤 것들은 되돌아 오더라고...” 그가 더 말했다.

난 눈썹을 치켜 올리고 스크린을 자세히 살펴보았다. 난 둥지 중 하나가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햇빛을 쬐고 있는 알 여러 개가 보였다. 비둘기 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가짜 알들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치기에는 너무 커다랬다.

클린트는 떨리는 손으로 그 알 더미를 가리켰다. “그게 저걸 낳았어.” 그가 어물거렸다.
난 불안한 기분이 척추를 따라 엘리베이터처럼 올라오며 고조되는 듯한 기분이었다. 난 바로 그 전날 읽던 보고서들을 향해 돌아섰다. 그 알들이 저 현상들의 중심에 있는 걸까?

“전문가들을 요청해야겠어.”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가 전문가들인데?” 대답하는 클린트의 목소리는 이성을 잃어가는 듯이 들렸다.
난 방을 빙빙 돌기 시작했다. 추처럼 앞뒤로 왔다갔다 하면서.

내 불안한 행진을 멈춘 건 전화벨 소리였다. 그건 또 다른 동물 이상 증세에 관한 보고였다. 이번 원인은 사슴이었다. 겁먹고 역겨워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건 여자는 강을 미끄러지며 나아가는 사슴을 보았다고 했다. 사슴의 몸통은 옆으로 엎어져 있었지만 머리는 수직으로 곧추 서 있었다고 그녀는 말했다. 하느님 맙소사, 하고 나는 생각했다. 그것들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들은 더 큰 동물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었다. 내가 불안해하는 제보인을 달래는 동안, 클린트의 작업실에서 어떤 소리가 들려왔다.


빠직



내가 뒤돌아서 본 것은 내 동료에게서 연기가 뻐끔뻐끔 피어오르는 모습이었다. 지붕에 있던 그것들처럼, 그의 키보드 가까이에 부서진 알 껍질이 놓여 있는게 보였다. 뭐라 한 마디도 하지 못한 채 클린트는 금방이라도 토할 것 같은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나는 전화기를 떨어트리고 화장실 문으로 달려갔다. 문은 잠겨있었다.

“클린트 ... 괜찮은거야?”

침묵.
침묵.
침묵.




갑자기, 나는 그가 격하게 토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물이 쏟아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끓는 물이 화장실에서 뿜어져 나왔다. 클린트가 밖으로 나왔을 때 일어날 일들에 겁에 질려 나는 작업대로 문을 막았다. 난 안의 소음이 멈출 때까지 소름 돋는 침묵을 지키고 서 있었다. 클린트가 변기에 엎어져 팬케이크처럼 납작해져 있는 걸까? 그러다 비둘기가 변한 것처럼 조악스러운 인간 형체의 무언가로 변하게 되는 걸까?



침묵.
침묵.
침묵.



쾅!


클린트가 격렬하게 자기 몸을 문에 박아대고 있었다.

그 한 방에 문 경첩이 거의 떨어질 것처럼 달랑댔다.

한 번, 또 한 번, 그가 몸을 박아댈 때 마다 작업대가 조금씩 밀려나고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작업대를 밀어대며 문이 열리지 않게 막는 것뿐이었다. 난 내 안전을 위해 그가 화장실에서 탈출하는 걸 막는 것밖에 생각하지 못했다. 그가 나오면 날 공격할 것이란 걸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안의 소리는 갑자기 멈추었고,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가 숨을 거둔 걸지도 몰라. 아마 그건 살기 위해 신선한 공기가 필요했던 걸지도. 딱히 이유는 없지만 난 내가 살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때, 난 무언가 부서지는 소리를 들었다. 창문이었다. 화장실에 창문이 있다는 사실을 깜박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는 밖으로 나가 버렸다. 그와, 그 변종 악귀들이 말이다. 난 그것들이 뭔지도 모르고 또 뭘 원하는지도 모른다. 내가 아는 것 하나는 그것들이 신만이 알 무언가를 해대며 도시를 배회하고 있다는 것 뿐이다. 대부분의 것들은 아마 분명히 비둘기의 모습을 하고 있겠지만, 그것들은 무엇이든, 어떤 것이든 될 수 있다. 난 어떻게 그 놈들을 막을 수 있을지 누군가 제발 알려주길 바란다. 왜냐하면, 저번에 셌던 바로는, 토론토에 700개가 넘는 저주받은 알들이 뿌려져 있기 때문이다. 이제 그것들이 새끼를 친다는 걸 알게 된 이상, 얼마나 많은 알들이 더 생겨날지 알 수도 없다.





Update 1 :


그가 돌아 왔다...
그가 돌아오리라는 걸 알았어야 했었는데.
그는 전에 나에게 경고한 적이 있었다. 그 생물체들 중 하나가 자기 둥지에 알을 낳으러 돌아왔었다고. 그 괴물들은 무슨 연어의 귀소본능 같은 걸 가지고 있는 모양이었다. 태어난 곳으로 돌아와서 다시 새끼를 친다니.

패닉해 걸어대는 수많은 전화에 답하느라-나도 그 사람들처럼 패닉 상태였었지만- 난 그가 앞문을 통해 들어오는 걸 듣지 못했다. 다행히도 난 코너를 도는 형체를 어떻게 볼 수 있었다. 말을 채 마치지도 못하고 난 전화기를 떨어트리곤 벽장에 숨어 문을 잠궜다. 그가 날 보지 못했기를 바라면서.

얇은 나무 문 밖은 조용하기만 했다.

그의 숨소리도, 발소리도 들리지도 않고 오직 정적뿐이었다. 내가 과잉 반응했던 걸까? 난 정확히 클린트를 목격한 것도 아니었고, 그저 주위에 보인 그림자를 봤던 것뿐이었다. 아마 내 상상일지도 몰랐다. 확인할 필요가 있었으니 난 몸을 굽혀 문 아래 틈새로 밖을 살펴 보았고, 더 잘 보기 위해서 한 눈을 감았다.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내가 알던 클린트라는 사람의 기억을 온전히 보존하기 위해서. 내가 본 걸 잊어버릴 수만 있으면 좋겠다. 그런 모습은 안 된다. 제발 그런 모습만은.




내가 본 건 달팽이처럼 바닥을 느릿느릿하게 기어다니는 끔찍스러운 살덩어리였다. 난 위를 향해 있는 것이 그의 등인지 가슴인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의 흐느적거리는 몸통은 그의 팔이 다리와 완벽하게 평행을 이룰 수 있게 접혀 있었다.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그의 머리는 복부 쪽에 납작 붙어 있었다. 입은 뭉크의 ‘절규’를 떠오르게 하는 모양을 하고 있었다. 그의 허여멀건한 눈은 나를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가 자기 책상으로 미끄러져 가는 걸 보고 이제 그것들은 장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그는 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 때 진저리쳐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어렸을 때 가지고 놀곤 했던 슬라임 공을 생각나게 하는 철벅거리고 끈적끈적한 소리가. 그건 몇 초간 계속 되었다, 멈추고, 다시 계속되는 걸 끝없이 반복했다.

겁에 질려 달달 떨며, 나는 굶주림과 뛰쳐 나가고 싶은 본능을 억누르며 하루 종일 이 어두운 감옥 속에 계속해서 숨어 있었다. 잡힐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할 수는 없었다. 낮이 지나고 밤이 되자, 난 그에게서 살그머니 빠져나갈 수 있을지에 대해 궁리하기 시작했다. 그 방범 영상 속, 가까운 둥지에 있던 일반 비둘기들은 겉보기엔 그 생물체에 대해 전혀 당황하지 않는 것처럼 보였었다. 아마도 클린트는 날 공격하지 않을지도 몰랐다. 난 이 기회를 잡아야 했다. 평생 동안 숨어 있을 수는 없으니까.

최대한 조용히, 나는 문을 밀어 열고 사무실 안을 향해 발을 내딛었다. 클린트의 가죽을 뒤집어 쓴 그것은 사라지고 없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고 나는 생각했다.

갑자기 무서운 생각이 들어 나는 클린트의 작업실을 바라보았다. 그 물컹한 소리가 들려왔던 곳을.
그곳엔 찐득찐득한 물질로 뒤덮인 거대한 알 두 개가 놓여 있었다. 난 그것들이 무슨 의미인지 생각하기 싫었다. 그가 어떤 구멍으로 그것들을 낳았을지 알고 싶지도 않았다. 이 일과는 이제 엮이고 싶지 않았다.


난 사무실을 달려 나와 차를 타고 곧바로 킹스턴으로 향했다.
난 다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이 상황을 해결해야만 할 것이다.







Update 2 :
난 내가 그것들로부터 도망쳤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확신할 수가 없다. 단지 내 망상일진 모르겠지만 여기 밖의 비둘기들은 좀... 괴상하다. 내가 토론토에서 봤던 것처럼 균형도 제대로 안 잡히고 추하게 생긴 건 아니지만, 그래도...
그것들이 움직이는 모양은 뭔가 잘못된 데가 있다.

아마 그것들이 자기가 점령한 생물들의 모양새를 따라하는 법을 배우고 있는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이제, 그것들은 퍼져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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