꽤 오래전 이야긴데 대충 생각나는대로 써볼게.
친구들이랑 저녁 열시쯤까지 놀다가 헤어지기로 하고 다같이 택시에 동승했어.
제일 가까운 거리 친구부터 하나 둘 내리고 내가 끝 순서라 나중엔 나 혼자 남았거든.
시간이 열시 반쯤인가 됐을거야.
집까지 가는 길에 초등학교 앞 길을 지나야하는곳이 있었거든.
직선 길인데 왼쪽으론 초등학교고 오른쪽으론 일반 집들 있는 길이었어.
근데 택시 헤드라이트 불빛에 도로가에 흩어진 핸드백이랑 화장품이 보이더라...
저게 뭐지? 하는데 가까워지니까 헤드라이트 범위가 넓어지면서 그 바로 옆에 엎어진 여자가 보이는거야.
근데 그 여자가 그냥 엎어진게 아니고 왠 남자한테 머리채가 붙잡혀 질질 끌려가고 있는 중이었어.
난 너무 놀라서 굳었고 보니까 또 다른 택시가 그 옆에 서서 운전기사로 보이는 아저씨가 뭐라뭐라 소리치고 있더라.
내가 탄 택시도 반쯤 길이 막힌거나 마찬가지라 붙잡혀 끌려가는 여자 옆에 스르르 멈췄고
머리채 잡고있던 남자를 뿌리친 여자가 울어서 마스카라랑 다 번진 얼굴로 내가 탄 택시 창문옆에
붙어서 열어달라고 소리를 지르더라.
여자는 어려보였어. 20대 초반쯤..남자는 얼굴 못 봄ㅠㅠ
난 택시문이 잠긴 상태라 뭐 어떻게 하지도 못하고 유리 너머로 울부짖는 여자랑 눈 마주친 상태에서
어버버 아저씨한테 이거 빨리 열어서 태워드려야 하는거 아니냐고 물어봤는데 갑자기
아저씨가 택시를 그냥 출발시켜버리더라;
창문치던 여자를 뒤로 하고 휙하니 멀어지길래 나 너무 놀라서 아저씨한테 아저씨 그냥 가면 안되는거 아니에요???
이러고 항의했어.
그니까 아저씨가 자기말고 다른 택시 운전기사도 거기 있으니까 큰 일은 없을거라고 안심하라시더니
하는 말이 너무 무서웠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런식으로 팀짜서 택시 문 열게하고 강도짓 하는 애들이 있다더라;;;;
특히 자기 손님은 여자인 나 뿐이니까 일 생기면 크게 터지는거라고 그냥 저런일 보여도
문 안열고 경찰에 신고하거나 하는게 좋대;;;
생각도 못한 일이라 그냥 딱 굳어서 아 네..이러고 앉아만 있었고 우리집 앞에서 나 내려준 택시 아저씨가
밤늦게 돌아다니지 말라고 요즘 세상 험하다고 얼른 들어가라면서 나 집에 들어갈때까지
헤드라이트 불로 길 밝혀주시고 가셨음ㅠㅠㅠ
거의 십년 전 일인데도 가끔 생각나 그게 진짜 연기였을지 뭐였을지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