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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펌]돌아와 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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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0.25 1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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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라진 노창이 돌아오지를 않는다. 노창은 내가 가장 좋아하고 아끼는 아티스트들 중에 하나인데 이렇게 오랫동안 작품 활동이 없으니 마음이 좀 헛헛하다. 그래서 뜬금없이 노창 얘기 해봄.
https://m.youtu.be/420hjQNeBbw
2. 내가 노창을 처음 알게 된 계기는 많은 사람들이 그랬듯 ‘세계ill주’라는 공개곡을 힙플 자녹게에서 본 것이었다. 당시 고 1 혹은 2학년(아마 2009나 2010년) 짜리 힙합키드였던 나는 그 곡의 퀄리티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냥 들을만 하게 쓰는 것도 어려운데 들을만한 건 물론이고 모든 벌스의 가사들을 한국어로 쓰되 세계 각국의 언어처럼 들리도록 억양과 발음을 꼬아놓았던 것. 정말 제목 그대로 세계일주라는 컨셉에 충실한 곡이었다. 재밌는 점은 정작 본인은 이 곡을 흑역사로 생각했다는데, 정작 2017년 ‘힙합’이라는 본인의 싱글곡에서 유사한 컨셉을 되살린다.
https://m.youtu.be/UsONSWoLq-0
3. ‘힙합’은 그냥 들으면 난잡하고 정신 없는 8분 짜리 대(大)곡이지만 아는 사람들일 수록 더 많은 장치들을 알아볼 수 있도록 만든 곡이기도 하다. 내 설명 기준으로 곡의 구성을 대강 찢어보자. 첫 파트는 유명 뮤지션들의 스타일과 힙합의 클리셰들을 살짝씩 꼬아가며 카피한 벌스로 채워져 있다. 그리고 매 벌스마다 비트의 스타일이 바뀐다. 사실 나는 외힙을 잘 안들어서 모르지만 어느 정도 힙합맨이라면 투팍이나 비기나 스눕독이나 닥터드레의 스타일 정도는 알아들을 수 있을 거고, 꼭 힙합이 아니더라도 너바나의 스타일을 차용한 벌스를 알아챌 수도 있다. 여하간 이 파트는 “나는 지금에서야 주제가 또렷해졌다. 잘 듣길. 내가 하는 모든 랩을 전 시대가 따르지. All about classic 베토벤 비발디 바흐 Bitch”라며 끝난다. 수많은 카피 끝에 오리지널리티를 찾아낸 단계 혹은 남들이 좋다는거 이래저래 다 해봤는데 결국 내가 최고더라 정도의 해석.

4. 근데 중요한 건 오히려 그 다음이다. 슬슬 벌스의 분위기가 고조되면서 노창도 빡돌기 시작한다. 뭐 스크래치 올 더 라인즈, 뻑 마이 롸임즈, 더 보여줘야 한다는 것도 난 정말 빡가, 나는 혼자 세곌 돌고 난 뒤(2번 문단에서 말했던 ‘세계일주’일 수도 혹은 앞에서 카피했던 뮤지션들의 스타일을 말하는 것일 수도) 음악을 돌고 이젠 나만의 예술을 돌아~ 이런다. 그러곤 갑자기 누군가에 의해 잠에서 깨어나더니 자신의 전능함을 깨달아버린다. 그러더니 갑자기 '60 곱하기 24 곱하기 7' 이러면서 루틴한 일상을 살아가는 끔찍함에 대해 늘어놓다가, 누군가 자신을 깨웠듯이 노창도 누군가를 깨우기 시작한다. 그리곤 앞에 나왔던 벌스를 한 번 더 반복하며 곡은 끝을 맺는다.
https://m.youtu.be/KrSBw7gYuXU
5. 이쯤에서 우리는 노창이 왜 빡쳐 있는지에 대해, 왜 그가 저 많은 음악가들의 스타일을 카피했는지, 그리고 그가 느끼는 권태로움이 어디에서 오고 있는지에 대해 생각해봐야 한다. 이야기들의 단서는 ‘Indigo Child’라는 곡에서 이어진다. 그렇다. 앞에서 살짝 들여다 본 바 있는 ‘곱하기’가 힌트다. 이 곡에서 노창은 “난 체계가 싫어 사회도 싫고 규칙이 싫어 박자도 싫어 내가 잘해야 하는 것도 싫어 너네가 싫어” 라인으로 벌스의 시작을 연다. 그러곤 차근차근 세어 본다. 담임 수, 12살부터 다닌 학원들의 강사 수, 같은반이었던 동창생들의 수, 이 세대의 정신적 빈사상태인 인구수, 수2로 삶이 성공과 실패가 나뉘어서 공식을 다 외워워왔어도 다 좆까고 사칙연산만 기억하는 내가 여지껏 번 돈까지.
노창이 화나 있는 것은 이러한 ‘공식(규칙)’들 때문이다. 다른 스타일의 곡을 카피하면서 그가 체화한 것은 곡을 만드는 ‘공식’이다. 일상이라는 루틴을 가능하게 하는 것도 ‘공식’이다. 노창에 따르면 카레맛 똥과 똥맛 카레 질문에 대답한다면 그 순간 이미 스스로 결정한 존재방식이 아니라 질문의 구조(규칙 - 어차피 처먹을 일 없는 똥)에 종속된다. 그 사실조차 눈치 못채고 '어차피 고민할 일 없는 일 가지고 고민하는 너네'가 이 사회의 규칙을 재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노창은 자연히 튀어나온 못이 되고, 탈레반 피카소가 될 수 밖에 없는 피곤한 운명의 캐릭터가 되고 여하간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배워왔던, 아니 강제로 외워 왔던 모든 규칙을 전부 벗어던지기로 한다. 딱 돈 세는데 필요한 사칙연산만 빼고. 즉 ‘힙합’ 이나 ‘Indigo Child’ 시점의 노창은 단순히 힙합의 코드를 비트는 것에서 그치고 싶은게 아니라 그걸 보다 사회적인 차원으로 확장하고 싶어하는 것이다.

6. 이런 조짐은 2015년 작 <My New Instagram> EP에서 부터 엿볼 수 있다. 힙합 블로거 ㅇㅇㅇ이 일찍이 이 앨범에서 지적했던, 노창이 탈-힙합적인 문법을 구사하려 했던 대목을 인용하자면 대강 다음과 같다. 하지만 앞서 언급했던 바와 같이 사회적인 대목으로 확장되어 있다기 보다는 그저 힙합이라는 문법을 비틀고 비꼬기 위한 목적에 국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힙합'이라는 포맷 자체의 모순점을 공격하고 있다. 빈지노의 가사처럼 "발라드는 맨날 울고 앉아 있고"라는 가사, 발라드 랩에 대한 공격적인 어조 같은 것들은 어쩌면 발라드에 대한 랩퍼들의 인식을 드러내고 있는 지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노창은 발라드는 슬플 때 맨날 울고 앉아있을 수 있지만 그렇게 하지 못하는 힙합의 불구성을 공격한다.
이후 'CHING CHANG CHONG'부터 '털ㄴ업해야해'까지의 6개의 트랙을 할애해 힙합의 모순을 공격함과 동시에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다시 '다음에 또 봐ㅇ'에서는 이 앨범을 만들게 된 직접적인 계기, 스캔들 기사를 쓴 기자에 대한 공격이 이뤄진다.
옷이 어디 브랜드고 금니 끼고 지랄해도 / 지들끼리 처박고 디스하고 개 지랄해도 / 라면이나 세낄 먹고 개 허슬 하며 지랄해 / 총 쏘는 새낀 어차피 한국엔 없잖아 진짜swag (CHING CHANG CHONG 中)
너의 마지막 카톡을 읽자마자 핸드폰을 던졌지 / 할부금이 많이 남은 건 아예 모른 채 부쉈지 / 너 덕에 아이폰파이브에스 부품들을 보게 됐지 / 넌 절대 내 새 아이폰을 볼 수 없겠지 / 어라 이건 힙합 인걸 (너 中)
확실히 해두자 / 지금부터 쭉 나열한다 다 필기 해두라 / 태어난 동네, 그 동넨 거지촌 이여야만 해 -> 별표 밑줄 쫙 / 빚더미, 총소리, 마약상과 절친한 친구가 총맞아 죽고 울어 봐야 해 -> 별표 밑줄 쫙 (...) 예~그게 힙합 그래 그게 힙합 부정할수있냐 / 왜 그게 힙합 인데 그래 힙합 좆까 (털ㄴ업해야해 中)
그래서 내 질문은 그 규칙이라는 것들을 벗어 던지고 난 다음 노창에게 무엇이 남았는가, 노창이 벗어던진 규칙이라는 것의 실체가 어떤 대상을 뜻하는가 같은 이야기들이다. 그러니까 그가 앞으로 보여주고자 했던 세계관이 궁금한 것이다. 그러나 노창은 개인적인 이유로 기약 없이 입을 다물고 있다.

7. 그러니까 돌아와, 노창.

출처 - http://hiphople.com/index.php?mid=kboard&page=9&document_srl=12798641

며칠전에 올라온 글인데 설명이 좋은 것 같아서 가져왔어 노창도 그립고... 돌아와 노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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