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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 [매거진] 다시 시작된 허훈의 정상 도전기 “ KCC는 꼭 이기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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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0.05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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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최창환 기자] 10월호를 준비하는 과정은 특히 분주하다. 새로운 시즌 개막을 앞두고 있어 다뤄야 할 소식이 어느 때보다도 많아 편집부는 기획안을 짤 때부터 많은 고심에 고심을 거듭한다. 하지만 커버스토리의 주인공만큼은 큰 고민 없이 결정됐다. 수원 KT의 새로운 주장이자 일찌감치 ‘FA 최대어’로 꼽히고 있는 허훈(29, 180cm)이다. 대만 전지훈련을 앞두고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눌 순 없었지만, 올 시즌에 대한 그의 각오만큼은 굵고 짧았던 몇 마디를 통해서도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허훈은 또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을 꿈꾸고 있다. 이번에는 ‘진짜 주인공’이 되겠다는 목표와 함께.

 

※본 기사는 농구전문 매거진 점프볼 10월호에 게재됐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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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흥행카드, 만원 관중 앞에서 발휘된 ‘킹훈 모드’
“표 구하는 게 그렇게 어렵다면서요?” KT와 부산 KCC가 맞붙었던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 기간에 심심치 않게 들었던 말이다. KBL에서 가장 두꺼운 팬층을 지닌 스타들인데다 ‘농구대통령’ 허재의 두 아들이 격돌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특히 부산에서 열렸던 3차전(1만 496명)과 4차전(1만 1217명)에서는 1만 명이 넘는 관중이 입장, 봄 농구의 묘미를 만끽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1만 명 이상의 관중이 입장한 건 무려 13시즌 만의 일이었다. 우승은 KCC의 몫이었지만, 허훈은 시리즈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챔피언결정전에서 국내선수 최초로 2경기 연속 30점 이상을 기록하는 등 해결사 면모를 발휘, ‘슈퍼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몸살에 시달린 가운데에도 2차전부터 4경기 연속 풀타임 출전이라는 괴력도 뽐냈다. 5경기 평균 기록은 36분 36초 동안 26.6점 3점슛 3.6개 2.6리바운드 6어시스트 1.4스틸. 허훈은 이와 같은 활약을 바탕으로 준우승 팀 소속임에도 플레이오프 MVP 투표에서 84표 가운데 21표나 얻기도 했다. 비록 준우승에 그쳤지만, 데뷔 후 처음으로 나선 챔피언결정전 무대는 새 시즌을 준비하는 허훈이 전의를 다지는 또 다른 계기가 됐다.

데뷔 후 첫 챔피언결정전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중압감이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새로운 경험이었잖아요. 중압감보다는 선수로서 더 많은 욕심이 생기게 되더라고요. 6강, 4강을 거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는 과정 자체가 너무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매 시즌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라는 욕심을 갖게 됐어요.

최고의 흥행카드가 성사돼 기대가 컸고, 실제로 챔피언결정전 관중과 관련된 진기록도 많이 쏟아졌습니다. 챔피언결정전의 열기는 어떤 기억으로 남아있나요?
부산은 체육관이 그렇게 큰데도 다 채워졌잖아요. 원정경기였지만 행복하고 즐겁기만 했던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렇게 많은 관중 앞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물론 대학 시절 정기전을 치렀던 경험도 도움이 됐지만, 정기전과 챔피언결정전을 비교하는 건 무리인 것 같아요. 정기전도 정기전만의 매력이 있지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그야말로 최고의 무대에 오른 팀들끼리 붙는 것이잖아요. 일단 올 시즌도 무조건 챔피언결정전에 가겠다는 마음이에요.

최종 결과는 1승 4패였습니다. KT와 KCC의 명암이 갈리게 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이었을까요?
음…. 일단 배스는 너무 훌륭한 선수잖아요. 국내선수들이 조금만 더 잘하면서 뒤를 받쳐줬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골밑에서 계속 밀렸고, 리바운드도 열세였어요. 저희는 골밑에서 제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하)윤기뿐이었잖아요. 그러다 보니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적인 면에서 KCC와의 차이가 생겼던 것 같아요.


비록 준우승이었지만, 허훈 선수의 퍼포먼스는 대단했습니다. 몸살을 안고 뛰면서도 그런 집중력, 경기력을 보여줄 수 있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아무래도 팬들이죠. 덕분에 힘내서 뛸 수 있었어요. 관중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경기장에서 뛰니까 오히려 더 집중하게 되고, 더 신나게 뛸 수 있었어요. 솔직히 몸은 너무 아팠거든요. 시리즈 하는 동안 링거를 맞았는데 생각만큼 좋아지진 않더라고요. 챔피언결정전 다 끝난 후 1주일 정도는 누워있었어요. 몸이 회복된 이후 모처럼 가족들이랑 쉬면서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었죠.

정규리그 도중 코뼈를 다쳐서 마스크를 썼던 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불편하긴 했지만 착용하지 않으면 못 뛰잖아요. 별 생각 안 했어요. 그저 경기에 집중하려고 했죠.

잔 부상으로 인해 전 경기에 출전한 적은 없었습니다. 전 경기 출전을 달성하고 싶은 마음도 클 것 같은데?
당연히 전 경기를 치를 수 있다면 좋겠죠. 그런데 경기를 하다 보면 어떤 불가피한 상황이 나올지 모르는 거잖아요. 부상이 없어야겠지만 그런 기록에 대해선 너무 크게 신경쓰지 않으려고 하는 편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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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첫 주장, 그리고 FA까지
KT의 오프시즌은 어느 때보다도 짧았지만, 내부적으로는 큰 변화가 있었다. 지난 시즌 주장을 맡았던 문성곤의 뒤를 이어 허훈이 새로운 주장이 됐다. KT가 어느 팀보다도 젊고 재능 있는 유망주가 많은 팀인 건 분명하지만, 만으로 아직 20대인 허훈으로선 예상보다 빨리 맡게 된 중책이었다. 뿐만 아니라 정상적으로 시즌을 치른다면, 허훈은 데뷔 첫 FA 자격도 얻는다. 팀의 간판인 만큼 KT로선 반드시 잡아야 하는 스타지만, 벌써부터 허훈을 위해 돈보따리를 준비 중인 팀이 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있다. 기량, 스타성 모두 지닌 만큼 FA시장의 블루칩으로 꼽히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다만, 허훈의 마음가짐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FA라는 건 전혀 신경 안 쓰고 있어요. 제가 역할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아버지(허재)도 그렇고, 승부처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배짱은 배운다고 배울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런 기질은 훈련량, 성격 가운데 어느 부분이 더 크게 작용하는 걸까요?
물론 많은 훈련량을 소화해야 자신감도 올라가고, 그게 밑바탕이 돼 경기에서 시도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성격이 더 크게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아시다시피 전 활발하고 재밌는 사람이잖아요. 조용하거나 어색한 건 싫어하기도 하고요. 그런 성격이 중요한 순간 경기력을 발휘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는 것 같아요.

오프시즌에는 어떤 부분에 중점을 두고 훈련을 했나요?
외국선수가 모두 바뀌었잖아요. 어떤 외국선수가 올지 모르는 상황이었을 때는 팀 훈련보다 각자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훈련에 중점을 뒀어요. 각자 웨이트 트레이닝 하면서 부상 방지를 했죠. 개인적으로는 몸 관리하면서 슛 연습을 많이 했고요. 리더로서 어떻게 하면 팀을 잘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고민했어요.

주장은 대학 시절 이후 처음 맡았습니다. 제안받았을 때 기분은 어땠나요?
많이 당황스럽긴 했어요. 제 생각보다 빨리 주장을 맡게 됐거든요. 감독님이 제안하셨을 때 놀랐지만, 생각해 보니 주장이라는 역할이 개인적으로 더 성장하는 데에 밑거름이 될 것 같더라고요. (문)성곤이 형한테는 제가 먼저 얘기했어요. 성곤이 형이 이적하자마자 주장을 했는데 1년 만에 바뀌면 선수 입장에서 기분이 안 좋을 수 있잖아요. 특별한 얘기를 주고받진 않았어요. 잘 생각해 본 후 결정하라고 하더라고요.

주장을 맡아서 달라진 게 있나요?
아무래도 이전까지 혼자 열심히 했다면, 이제는 후배들이 보고 배울 수 있도록 더 나설 때가 많아졌어요. 저희 팀이 다른 팀에 비하면 젊잖아요. 그래서 분위기는 늘 좋아요. 원래 밝은 편이긴 했지만,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어요.

데뷔 첫 FA를 앞두고 있습니다. 의식이 안 될 순 없을 것 같은데?
솔직히 말하면 전혀 의식 안 하고 있어요. 그냥 하던 대로 하고 있거든요. FA가 된다고 해서 갑자기 안 하던 걸 하는 것도 아니고, 똑같은 시즌을 치르는 거라고 생각해요. 제가 역할만 잘하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요?

다른 팀 얘기지만, 지난 시즌 이정현(소노)의 성장세가 대단했습니다. 토종 스코어러들이기 때문에 허훈 선수와의 맞대결이 팬들로부터 많은 관심을 끌기도 했고요. 경쟁자이자 선배로서 이정현의 성장세는 어떻게 지켜봤나요?
너무 훌륭하죠. 제가 대학 졸업한 후 입학해서 같이 운동을 해본 적은 없지만, 농구에 진심이고 항상 성실히 임하는 선수잖아요. 너무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줬고, 저도 그런 선수들을 보면 더 열심히 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돼요. 후배라 해도 배울 게 있다면 배워야 한다는 생각도 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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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KT가 베스트, KCC는 꼭 이기고 싶어요”
마침내 KT를 챔피언결정전 무대로 이끌었지만, 허훈에게 올 시즌은 보다 험난한 도전이 될 것이다. 하위 팀들이 전력을 보강한 가운데 대부분의 중상위권 팀들도 핵심 전력을 유지했지만, KT는 패리스 배스와의 재계약에 실패했다. 주전과 벤치를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했던 정성우도 대구 한국가스공사로 이적했다. 새로운 아시아쿼터 달프 파노피오의 적응력도 아직까진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이다. 물론 공은 둥글고 스포츠의 세계에선 언제든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지난 시즌에 평을 뒤집고 챔피언결정전에 진출한 만큼, 허훈은 또 한 번의 챔피언결정전을 기대했다. “멤버 구성에 만족해요. 현재의 KT가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동료들에 대한 허훈의 믿음을 엿볼 수 있는 한마디였다.

EASL(동아시아 슈퍼리그)도 병행해야 해서 어느 때보다 체력적으로 힘든 시즌이 될 텐데요.
그 부분에 대해선 아직 크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일단 재밌을 것 같아요. 외국선수 2명이 동시에 뛸 수 있는 대회잖아요. 신인 시절에도 2명이 같이 뛰는 쿼터가 있었지만, 그땐 단신 제도가 있을 때였고요. 물론 체력적인 면에서는 당연히 힘들겠지만, EASL은 나가고 싶어도 아무나 나갈 수 있는 대회가 아니잖아요. 기대하고 있어요.

올 시즌에 ‘이 팀만큼은 꼭 이기고 싶다’라는 팀을 꼽는다면?
모든 팀의 전력이 좋아져서 시즌을 시작해 봐야겠지만, 일단 KCC는 이기고 싶죠. 지난 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붙었던 팀이기도 하지만, 워낙 멤버 구성이 좋은 데다 외국선수도 잘 데려왔잖아요. KCC는 꼭 이기고 싶습니다.

가장 기대가 되는 동료를 추천한다면?
모든 선수가 열심히 시즌을 준비하고 있지만, (이)두원이가 더 잘됐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지난해에는 3x3 대표팀에 차출돼 팀과 함께 오프시즌을 치르지 못했지만, 올해는 정말 열심히 훈련했거든요. (문)정현이도 슛 연습을 많이 했고, 연습경기에서 보여준 경기력도 좋았죠. 윤기는 워낙 잘하고 있는 선수니까 그 모습 그대로 보여줄 거고요. 제가 언급한 선수들 모두 기대가 됩니다.

아직 합류한 지 얼마 안 됐지만, 새로운 외국선수들의 성향은 어떤 것 같나요?
이것도 시즌을 시작해 봐야 알겠지만, 지금까지만 봤을 땐 착해요. 성격도 활발한 것 같은데 무엇보다 골밑에서 든든하게 싸워줬으면 좋겠어요. 대부분의 외국선수가 그 역할을 하지만, 우리 팀은 특히 그런 스타일의 외국선수가 필요하잖아요.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외국선수까지 모두 통틀어서 최고의 외국선수로 꼽는 선수는?
타일러 데이비스, 디온테 버튼이요. (공교롭게 모두 올 시즌 KCC에서 뛰게 된 선수들인데?) KCC가 외국선수를 진짜 잘 데려온 것 같아요. 제가 데뷔할 때 봤던 테리코 화이트도 인상적인 외국선수로 남아있어요. 그때 챔피언결정전에서 버튼과의 대결이 너무 재밌었거든요.

그렇다면 ‘은퇴한 국내선수 중 이 선수 데려오면 무조건 우승’이라고 할 수 있는 선수를 꼽는다면?
없습니다. 우리 팀 멤버 구성에 만족해요. 저는 현재의 KT가 베스트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시즌에 우승을 눈앞에서 놓친 만큼, 올 시즌에 대한 목표는 분명할 것 같습니다.
일단 부상 없이 시즌을 치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나 자신을 믿고 매 경기에 최선을 다하면 항상 좋은 결과가 따라올 겁니다. 개인적인 상은 하나도 생각 안 하고 있어요. 우승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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