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유 빠지고 나니 단순히 가장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진 얼굴마담, 토크요원, 미모담당이 빠져버린 정도가 아니라, 멤버들의 정신적 지주가 빠져버리게 된 거야.
절대적 인지도와 절대적 미모로 멤버들의 동경을 한 몸에 사고, 평소엔 별 거 없더라도 방송 등 절대절명의 순간에 확 튀어나와 명분과 존재감을 살려주는 존재로서 신뢰와 안정감, 안심도는 다른 것과 바꿀 수가 없었던 거지.
애들이 어웨이로 방송을 뛰건 뭘 하건 간에 저편 어딘가에서 '미치시게상'이 있는 거랑 없는 거랑 차이가 너무나도 컸던 거야. 이거 층쿠도 알아서 애초 투어 이름까지 '미치시게 일레븐'으로 잡았던 거 아냐, 코하루짱 어쩌고 빼고 역대 최초이자 아마도 최후의 '멤버 이름을 붙인 투어'.
더 중요한 건, 12기 들어오기 직전까지 모닝구의 모든 포맷과 패턴은 '사유가 있다'는 전제로 짜여져 있었다는 거야.
이게 무너지니 '미치시게가 홍보탑으로 기능하는 구조 내에서의 센터이자 에이스'였던 리호부터 자기 역할론이 애매해지다 멘붕 온 거고, 리호 멘붕 오니 다른 애들도 뭔가 조금씩 어긋나기 시작한 거고, 후쿠무라는 마짱까지 "지금은 멤버들이 다 흩어져있다"는 식으로 디스 칠 정도로 리더 역할 차원에서 신뢰를 못 받고 움츠러든 거고, 12기들은 그대로 병풍 요원화 되다 존재감 흐려지고, 사쿠라 같은 마이페이스 계열 애까지도 발전 면모 없이 수그러든 거.
이미 2012년부턴 모닝구가 아니라 미치시게 일레븐, 미치시게 텐이었던 거야.
지금 상황은 뭔가, 후지모토가 스캔들로 휙 날라가버리고, 다카하시가 리더 맡게 됐을 때 분위기, 그러니까 저 악몽과 전율의 플라티나기가 막 시작됐을 무렵의 분위기랑 너무나도 닮았다.
이제 대중적 도약은 멈췄고, 플라티나기처럼 쌓아둔 팬자산으로 공연이나 돌리며 악수회 등등으로 음반이나 더 팔아야 할 때가 돼버린 거.
사실상 남은 건, 기적이라고 생각한다. 사유나 모모치 같은 캐릭터가 팍 튀어나오든가, 꾸준히 안정과 신뢰와 존경을 쌓아 큐트 같은 입지로 만들든가(이게 더 어렵다, 모닝구 체제 내에선).
사유를 2년, 아니 1년 정도라도 '어떤 식으로건' '어떤 조건에서건' 더 잡고 있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전제 하에서 뭔가 전향적인 발상으로 승부했어야 했다.
이상한 소리 나올까봐 그러는데, 애초 사유 팬도 아니다. 굳이 말하자면 리호-사쿠라 팬이고, 그 아이들이 더 잘 될 수 있었던 길은 따로 있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뭐든 간에, 결국 팬질을 멈출 일은 없겠지만서도.
모닝구 같은 팀을 좋아하는 건, 야구팀을 하나 찍어서 응원하는 것과 비슷한 거라고 생각한다. 멤버는 계솓 바뀌고, 그 멤버들의 구성과 특색, 그리고 시기적 흐름에 따라 잘 나가는 팀이 될 수도, 굴욕적인 팀이 될 수도 있지만, 어찌됐건 그렇다고 지지하던 팀을 바꾸진 않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