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분이 지났을까, 이시다의 울음소리가 젖어들었다.
"이시다상, 수분 보충해야하니까 물 좀 들고 올게요."
사야시는 이시다를 품에서 살짝 떼고 가방에서 물통을 가지고 온다.
물을 마시는 이시다를 보면서 사야시가 말한다.
"이시다상, 조금 쉬었다 할까요?"
".......좋아."
사야시는 연습실 벽에 기대어 앉는다.
이시다는 사야시 옆에 앉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결국 조금 떨어져서 앉는다.
침묵이 흐른다.
째깍째각 시계 바늘 소리만 들려온다.
"저기, 사야시군"
"네, 이시다상"
"내 이야기... 들어줄래?"
"물론이죠."
이시다는 말하기 어려운지 조금 망설이다가 입을 뗀다.
"실은 말이지, 나, 층쿠걸즈를 졸업할까, 생각하고 있었어.
내 위치가 좀 애매하잖아. 댄스가 특기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지만 미즈키나 와다상도 잘하고.
노래는 나 이외의 모두가 잘하고...
사진집은....미즈키가 압도적이니까 말이야."
"확실히"
이시다는 순간 사야시의 팔을 때린다.
"어이! 인정하지 마!"
"죄송합니다."
"흠흠.... 여튼 진지한 이야긴데 장난치지 말란 말이지.
토크도 내가 말하면 분위기가 썰렁해지고....
인기도 중위권이니까 뭔가 애매하고.
이대로 어중간하게 아이돌을 할 바에는 지금이라도 그만두고 새로운 길 찾는게 맞지 않나 싶어서 고민하고 있었어."
"그렇군요."
"사실, 댄스가 특기입니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타고난 게 아니라 노력의 결과...라고 해야하나.
춤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했고, 그 결과 잘하게 됐지만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이랑 내 춤을 비교하면
내 자신이 너무 초라해져서...
나 따위가 춤을 잘 춘다고 자신하는게 바보같다는 생각이 들어버린달까.
아마도 열등감이겠지."
"저는 이시다상의 춤은 대단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고마워. 하지만 난 너같이 춤에 타고난 재능이 있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워.
부럽고 질투나고 내 자신이 한심해지고...
아까 전에 네 춤을 보고, 엄청 감탄했어. 동시에 질투심도 들었고.
너한테 화낼게 아니라 나한테 화를 냈어야하는데 괜한 오기에 너한테 못되게 군 거 같아.
이런 속좁은 선배라니, 실망했지?"
사야시는 이시다를 똑바로 바라보며 단호한 말투로 말한다.
"그렇지 않아요, 선배.
확실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춤에 재능이 있다고 주위에서 많이 말했어요.
이시다상은 제가 춤에 재능이 있어서 부럽다고 하시지만 저는 데뷔를 아직 못했고, 이시다상은 데뷔를 하셨어요.
이 차이가 뭐라고 생각하세요?"
"운...?"
"물론 운도 있겠죠.
하지만 제가 생각하기에는 '노력'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노력은 했지만, 저의 재능을 너무 믿었기 때문에 제 자신한테 어리광부린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이시다상은 자신이 좋아하는 걸 어리광 부리지 않고 노력해서 잘 할 수 있게 되셨잖아요.
그 노력을 층쿠상에게 인정받아 결국은 데뷔하셨고요..
저는 '노력'이 가장 큰 재능이라고 생각해요."
"사야시...."
사야시는 자신이 한 말이 갑자기 부끄러워졌는지 얼굴을 붉힌다.
"죄송해요! 너무 만화에 나오는 열혈 주인공 같은 말이었죠?"
이시다는 활짝 웃으며 말한다.
"당연하지. 오그라 들어 죽는 줄 알았어."
"역시...."
"그래도, 사야시 덕분에 힘이 났어.
너 꽤나 괜찮은 녀석이구나?"
"하하...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말이야"
"네?
"이제 반말 써도 괜찮으니까."
"그럴 수는 없어요, 선배님인데..."
"괜찮으니까, 반말 써도."
"네...가 아니라 응!"
"좋아, 사야시! 11시 57분이다!"
"헉! 벌써??? 한번 밖에 연습 못해봤는데..."
"괜찮아 괜찮아! 어떻게든 되겠지.
자, 와다상 연습실에 가자!"
사야시와 이시다는 와다의 연습실로 향한다.
"아, 사야시, 나 잠시 화장실 들렀다 갈테니까 먼저 가있어!"
"오케이"
이시다는 화장실에 가고 사야시는 혼자 연습실1에 간다.
연습실1에 도착한 사야시는 문 틈이 살짝 열려있는 걸 본다.
"응? 문이 열려있네? 노래소리가 들려오는 거 보니까 아직 연습중인거 같은데...
살짝 볼까?"
사야시는 문틈 사이로 바지락 조개 사이즈의 눈을 집어넣는다.
그리고,
바지락 사이즈의 눈이 대왕 조개만큼 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