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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중증 우울증 진단 받고 몇 년간 정신건강의학과 다닌 사람의 일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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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3.3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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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진단은 10년 이상 진행된 중증 우울증(아마 중학생 때부터 이미 우울증이 있었을 거라고 하더라)

걍 핫게에 우울증 환자 일상 글 있길래 2024년 기준 30대 초반 내 하루 사이클 어떤지 나 자신도 곱씹어보고 싶어서 글 남겨

 

기상

기상 후 집에서 나가야 하는 시간 되기 30분 전까지 그냥 침대에 누워있음

그냥 아무것도 안하고 누워있음

30분 전 되면 부랴부랴 씻고, 아침약 먹고 출근

참고로 나는 늦게 출근하는 편임

 

중간 식사시간

따로 안쪽 탕비실 공간 마련되어 있어서 그쪽에서 밥 먹을 수 있음

근데 내가 싫어하는 사람 식사시간이랑 겹치면 그쪽 안 들어가고 밖에서 사먹거나 내 자리에서 걍 감튀/빵 하나/과자 작은 거 하나로 떼움

애초에 매번 뭘 먹어야 하나 식사시간 2시간 전부터 스트레스 받음

먹고 싶은 음식 없음, 땡기는 음식 없음, 최근 꽂힌 음식 없음

 

퇴근

집 도착 전에 마트 들러서 허공에 돈 뿌리고 옴

청국장에 두부 잔뜩 넣어서 먹어야지 > 두부 삼 > 냉장고 넣어두고 상해서 버림

대파 세일하네, 대파 손질해서 냉동실 넣어놔야지 > 손질 전에 잠깐 냉장실 넣어두고 상해서 버림

양파 사다가 음식에 넣어먹어야지 > 제일 작은 망 사서 하나 쓰고 나머지 안 써서 무럭무럭 자라나 결국 버림

떡볶이 해먹어야지 > 떡볶이 만들어서 먹음 > 조금 먹음 > 남음 > 상해서 버림

파스타 해먹고 남았네. 내일도 먹어야지 > 안 먹고 싶어서 안 먹다가 상해서 버림

오랜만에 반찬 만들었으니까 밥 꼬박꼬박 먹어야지 > 밥 자체를 거의 안 먹어서 결국 상함

마트 참치회 > 3점 먹고 식감 때문에 못 먹고 냉동실 > 내일 식감 불편한 부분 손질해서 김말이초밥 만들어야지 > 해동하려고 꺼냈다가 그대로 상해서 버림

결국엔 버리게 될 미래를 알면서도 거의 매일 마트 가서 돈지랄만 함

 

집 도착해서 장본 거 정리도 안 함

습관처럼 예전에 진짜 재미있게 봤던 유튜버 영상 틀어두는데 꽤 오래전부터 그냥 백색소음 되었을 뿐임

들어오자마자 그냥 주저앉아서/옆으로 누워서 아무것도 안하고 눈만 꿈뻑거리다가 폰으로 유튜브 숏츠만 계속 새로고침

그렇게 한참 시간 지나다가 이르면 새벽 1시, 늦으면 새벽 3시 지나서 잠, 자기 직전에 밤에 먹는 약 먹음

 

평일은 이대로 반복

 

주말

일어나서 몇 시간을 아무것도 안 하다가 해 떨어질 즈음 침대에서 일어남

그러고 갑자기 눈물 한참 쏟음

눈 뻑뻑해진 뒤에 울음 그치고 또 뭘 해야 하나 멍하니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함

그렇게 바닥에 웅크리고 누워서 유튜브 숏츠 새로고침만 함

그러다 또 움

먹고 싶은 건 없는데 배가 고파서 집에 굴러다니는 과자나 빵/컵라면/먹다 남은 음식들 좀 주워먹고 더부룩해서 후회함

반복하다가 잠듬

 

청소 > 안 함

빨래 > 일할 때 입고 가야 할 옷만 추려서 빨래함

설거지 > 집에 있는 모든 주방기구, 식기 다 나온지 근 1년이었는데, 보다못한 막내동생이 와서 설거지 싹 해주고 감

문제는 그렇게 해준 설거지를 아직도 그릇정리 안하고 그대로 둠

 

먹고 싶은 거 > 없음

가고 싶은 곳 > 없음

하고 싶은 거 > 없음

좋아하는 거 > 모르겠음

싫어하는 거 > 솔직히 그냥 다 싫은 거 같음

 

진짜 툭하면 그냥 다 관두고 싶다는 생각만 떠오름

내가 지금까지 안 죽은 건 솔직히 가족들 때문이 아니라 같이 사는 고양이 때문이라고 생각함

 

종종 바쁘거나 피곤해서 약 먹는 거 까먹으면 증상이 더 심해지는데, 그땐 진짜 극단적인 선택에 대한 진행과정을 되게 상세하게 상상하고, 내 사후 장례는 어떻게 될까, 유서는 어떻게 써둬야 고양이를 잘 챙겨줄까 떠올림

 

떠오르는 거 적어보니까 이렇게 되네.

참고로 직장에서는 열심히 웃으면서 일하고 있어, 서비스직이라서.

종종 나 때문에 이용한다는 분들도 있을 정도로 정말 진심을 다 하고, 최선을 다 해서 일 열심히 한다.

 

엄마한테는 내가 힘든 건 별로 얘기 잘 안 하는 편이고, 병원에 약 떨어져서 진료 받으러 갈 때마다

의사선생님은 이렇게 오래, 다양한 약으로 바꿔가면서 복용했어도 차도가 기대치만큼 나오지 않으니 나는 심리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하더라.

지금 상태는 약물은 그냥 도움을 줄 뿐이지, 나는 성격부터 병리적인 부분이 있어서 치료 속도도 많이 더뎌 몇 년은 꾸준하게 심리상담치료를 받아야 괜찮아질거라고 하더라.

그래서 집 근처 심리상담치료 어디가 괜찮을지 알아보는 중이야.

사실 작년 12월까지만 해도 몇 달정도 심리상담치료 했는데, 내가 자취하는 상황인데다가 담당 선생님이 꽤 먼 곳으로 가시게 돼서.....

경제적인 부분도 부담되는데, 교통/거리적인 부분에서 부담이 너무 심해서 선뜻 복귀할 엄두가 안 나는 게 크더라.

병원은 예전부터 다니는 곳이라 그냥 계속 다니고 있고, 심리상담치료는 집 근처로 알아보는 중이야. 언제 다시 시작하게 될진....모르겠지만.

 

 

참고로 종종 약을 2일 이상 못 먹으면 진짜 너무 힘들어지더라.

근데 약에 의존하지 말고 이겨내야지, 병원에서 시키는대로 하는 모습 보고 싶지 않다, 네 의지로 약을 끊고 이겨내야 한다.

이런 얘기 하는 사람 있는데, 그때마다 진짜 개쌍욕 박고 싶은 거 꾹 참고 나는 지금 약이 너무나도 필요한 상태라고 애기함

약 안 먹으면 많이 힘드냐 > 너무 많이 힘들다. 난 지금 일상생활을 하려면 약을 먹어야 한다. 사람들은 겪어보지 않아서 모른다. 이건 내가 아무리 설명해도 공감도, 이해도 안 될거다. 매번 자동 응답기처럼 뱉는 것도 지침....

그래서 최근에는 내가 진짜 눈에 띄게 힘들 때 그 말 하던 사람 앞에서 급할 때 먹으라고 처방받은 안정제 3번 먹을 양을 손 덜덜 떨면서 한번에 먹고 20분 뒤에 차분해진 모습 직접 보여주니까 의지 어쩌고 하는 소리는 안 하더라.

(병원 선생님이 나타나는 증상에 따라서 내가 안정제 양 조절해서 먹으라고 하셨어. 나는 항상 처방대로 먹고 있어. 그땐 진짜 너무 심했고.)

 

 

지금 내 상황은 그래도 과거에 비하면 많이 좋아진 편이야.

그냥 내가 어떻게 지내는지 나도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서 적었는데, 어쩐지 우울 전시가 된 거 같으면 댓 남겨줘 글삭할게.

 

그리고 종종 병원 다니는 걸 죄스럽게 생각하고, 약 처방 받아서 먹는 걸 수치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던데,

진짜 제발 병원 가고, 진심으로 약은 의사 처방대로 먹어...제발.....

 

 

 

글이 너무 심란해졌으니 귀여운 사진 두고 간다

다들 남은 주말 완벽하진 않더라도 조금이라도 즐겁고 행복하다는 기분을 느끼길 기도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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