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일단 증상이
심한 알콜중독(7년 정도 매일 소주 1~2병 마심)
무기력(평일 저녁에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함 방청소 포함 그냥 누워있음, 주말에도 마찬가지고 사람 만나는 건 힘들어서 한달 한번 정도)
심한 불안과 의심, 불면증
이렇게 있었거든...
어떻게 어떻게 일상생활은 하고 있었는데
취미생활이든 뭐든 뭘 할 수 있는 체력이 없다는 게 힘들었고 건강도 걱정되고
마지막으로 헤어진 사람이 진지하게 정신과 가보는 게 좋을 거 같다고 해서 가봄...
내가 생각하는 정신과는
증상이 뭐예요, 네 그럼 이거 약 받아가시고 일주일 뒤에 다시 오세요
이런 식으로 진행될 줄 알았고
좀 걱정도 많이 됐었는데
어떻게 오셨어요? 라고 의사선생님이 먼저 친절하게 말문을 트여주셔서
긴장이 싹 사라지더라구
의외로 이것저것 얘기하게 되더라
잠도 잘 못 자고 술도 매일 먹고
취미는 딱히 없는데 지금은 혼자 살고
언제부터 이런 것 같다 등등등
근데 막 의사선생님이
유튜브 보고 술 혼자 먹고 이러는 시간이
무명씨한테는 소중한 하나의 하루를 보내는 시간이 된 것 같네요
어떻게 보면 술 먹는 게 취미가 되신 것 같아요~
뭐 이렇게 공감해주면서 해주시는 말씀이 너무 좋았어
처음으로 공감받는 느낌ㅋ ㅋㅋ...
지금은 근데 우울증이 너무 심해서
무기력해서 그렇다고
다른 걸 하고 싶어도 그걸 할 '의지'가 없는 상태라고...
그러시더라고...
근데 난 사실
더쿠도 그렇고 같은 팀원들도 그렇고
평일에는 퇴근하면 다 쓰러져 있는다고 다들 그러니깐
내가 엄청 특이한 케이스는 아니라고 생각했어
문제가 있어도 술을 너무 많이 먹어서 체력이 떨어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너무 전형적인 우울증 증상이라고 해서 놀랍더라
물론 나는 알콜중독이나 불안 같은 증상들이 많았지만...
근데 이런 우울증이 생긴 원인이
내부에 깊숙이 있을 것 같다고 말씀을 하시면서
그걸 해결해야될 것 같다고 하시더라.
일단 지금 당장은 불면증이랑 불안을 해결해줄 약을 먼저 처방해주셨고
술을 끊기 위해 필요한 행동 수칙 같은 것도 말해주시더라
먼저 혼자 술 먹는 습관을 없애기 위해서 다음 진료일인 토요일까지는 무조건 외식을 하라고 하시고
지금은 원룸이라 어쩔 수 없는데 일단 침대랑 책상이랑 분리를 해서 잘 때만 침대를 사용하라고 하셨고
나중에는 투룸을 구해서 아예 방을 분리하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식으로 되게 구체적으로 말해주심
약 먹는 방법도 아예 술을 마시고 싶은 생각을 없애주는 약이기 때문에 퇴근하고 나서 집에 들어가기 전에 먹어라 뭐 이런 식으로 ㅋㅋ 진짜 구체적으로 말해주심
그다음에 심리검사가 필요했는지 그냥 간단한 문장완성검사 같은 거 진행하고 나왔어
사실 알콜중독이나 불안은 증상일 뿐이고 원인은 따로 있다 이런 내용은
나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건데
전문가인 제3자가 말해주시니까 뭔가 좀 더 돌아보게 되는?? 그런 느낌이 있더라
그리고 내가 좀 사람들 말을 잘 따르는 편이라
나 혼자 우울한 거 나아지려고 운동하거나 산책하거나 이러는 것보다
옳은 방향을 지시해주는 누군가가 있는 게 훨씬 좋은 것 같더라고
그리고 처음 약을 먹어봤는데
일단 저녁에 먹는 약은 자나팜 인데놀 뭐 이런 거였는데
진짜 신기하게 술 생각이 전혀 1도 안 들어
진짜 신기함 약은 정말 대단한 거라고 느꼈어
그리고 지금 밀린 집 청소도 다 하고 컴퓨터하는 거임...
그전엔 걍 눕기 바빴는데........
약은 정말 신기한 것 같아.............
근데 좀 신기한 게 갑자기 눈물날 것 같고 이런 생각이 들더라
어쨌든...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고...
급 마무리...
빨리 나아져서 취미도 만들고 재밌게 행복하게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