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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11.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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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한효주


그녀에 대해 다 안다고 생각했다. 착각이었다. 묵직한 발렌시아가 롱 코트를 걸치고 컬러 렌즈를 낀 채 낯선 아우라를 발산하며 앵글 안으로 훅 들어온 한효주를 보며 어쩐지 난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독전 2>의 메인 예고편을 봤을 때도 마찬가지다. 부스스한 헤어와 까무잡잡한 주근깨 피부, 차가운 시선과 나지막이 읊조리는 조선족 사투리. 아시아 최대 마약 조직의 보스 이 선생을 추앙하는 수하이자 걸림돌은 가차 없이 처단하는 냉혈한 ‘큰칼(소천)’로 변신한 한효주는 스치는 장면에서도 낯선 아우라를 발산하며 붙잡고 싶은 잔상을 남겼다. 2015년 개봉한 영화 <뷰티 인사이드>에서 한효주를 로맨스 퀸으로 만들었던 백종열 감독은 이번에는 완전히 다른 쓰임으로 한효주를 기용했다. “제가 누군지 아무도 못 알아봤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커다란 금테 안경을 쓰고, 인조 치아도 꼈죠. 완벽하게 새로운 얼굴로 연기하는 희열이 있었어요. 후반부에 ‘락(ㅇㅅㅎ)’ 위에 올라타서 싸우는 장면이 있는데 낮은 앵글에서 올려다본 서늘한 제 얼굴이 마음에 들더군요.”


새롭게 거듭나는 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한효주는 정공법을 택했다. 깡말랐으나 탄탄한 몸을 원한 감독의 주문을 충실히 이행하기 위해 아침부터 낮까지 몸을 만들고, 저녁마다 한강 변을 걸으며 중국어 대사를 외웠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원래 남자로 설정된 큰칼을 백종열 감독과 머리를 맞대고 여자로 재탄생시키는 과정에서 그녀는 정신과 전문의에게 자문까지 구하며 인물의 성격적 특성과 성장 과정을 집요하게 설계해나갔다. “경계선 성격장애를 지닌 사람처럼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모든 관계가 불안정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죠. 거기서부터 시작해 상상을 더하며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만들어갔어요.”


다소 작지만 명료하고 막힘없는 말투에서 부드러운 강단이 감지됐다. ‘충청도 사람’답게 평소에는 느긋하고 온화하지만 한효주는 때로 과감하고 대범하게 움직인다. “드문 일이지만 행동해야 하는 순간이라는 게 직감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어요. 드라마 <동이>를 마치고 완전히 지쳐 있었을 때 우연히 헤어 숍에서 잡지를 보다가 ㅁㅅ 선배님의 이야기를 읽고 기사를 쓰신 기자분께 연락처를 받아내서 직접 연락을 드린 것처럼요.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고 했어요. 우주의 끌림처럼 꼭 그래야만 한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하와이에서 보낸 2주는 엄청난 스포트라이트 속에서 주연배우로 거듭난 20대 중반의 신인 배우에게 호흡을 되찾는 법을 알려주었다.


그 전까지 한효주는 때때로 겁 없는 척을 했다. 화제의 시트콤 <논스톱 5>(2005)로 데뷔한 후 일일 연속극 <하늘만큼 땅만큼>과 시청률 45.2%로 종영한 주말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주연으로 활약하며 나이와 지역을 불문하고 점점 더 많은 이목이 쏟아지던 때였다. “주어지는 역할에 걸맞게 성숙해 보이려고, 말도 조리 있게 잘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사실 <동이> 촬영할 때 겨우 스물네 살이었거든요. 엄마 역할이기도 했는데 말이죠.” 감당할 수 있는 것보다 항상 더 큰일이 주어졌다. “혼나기도 많이 혼났어요. 못하는데 잘하고 싶으니까 분하고, 창피했죠. 원래 눈물이 없는 편인데 그땐 촬영 끝나고 차에만 타면 울었어요.” 그러나 주인공은 남다른 의지와 회복력으로 위기를 돌파하고, 끝내 해피 엔딩을 향해 전진한다. 한효주는 다행히도 건강한 선택을 했다. 자책하기보다 부딪치는 쪽을 택한 것이다. “20대 때 독립 영화를 많이 찾아봤어요. 다른 배우들의 날것 같은 연기를 관찰하면서 ‘저기서는 저렇게 연기할 수도 있구나’ 하나씩 배워갔죠. 힘들었지만 스스로 깨닫기 위해, 부끄럽지 않으려고 항상 눈앞에 주어진 기회에 집중했어요. 그렇게 20년 가까이 쉬지 않고 연기했어요. 이젠 돈 주고도 못 사는 소중한 자산이죠.”


할리우드 진출작 <트레드스톤>은 터닝 포인트가 돼준 고마운 작품이다. 한효주는 다시 신인으로 돌아가 오디션을 보고 비밀스러운 북한 국적의 피아니스트 ‘박소윤’ 역할을 따냈다. 액션 연기를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시작하며 난생처음으로 몸을 쓰는 희열도 느꼈다. “그 전까지는 타인이 규정한 세상에 갇혀서 의기소침하게 살고 있었어요. 아무도 나를 모르는 환경에서 연기하며 해방감을 느꼈죠. ‘맞다. 나 이런 사람이었지’ 깨닫기도 했어요. 덩달아 겁이 없어졌어요. 최근 드라마 <지배종>을 촬영하면서는 스태프를 따라 덜컥 프리 다이빙에 도전하기도 했죠.“


의미 있는 행보마다 값진 수확이 주어졌다. <오직 그대만>, <반창꼬>, <뷰티 인사이드> 등 로맨스 영화에서는 섬세한 여인의 향기를 풍기며 이야기에 힘을 더했다. “아주 눈에 띄게 예쁜 얼굴은 아닌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조화로워서인지 어디든 잘 스며드는 것 같아요. 부드럽고 심심한 제 얼굴이 마음에 들어요. 덕분에 케미스트리도 잘 나오는 느낌이고요.” 올해 최고 화제작 <무빙>은 다소 얼떨떨한 성과다. “오랜만에 연기 칭찬을 많이 받아서 얼떨떨했죠. 고 3 아들을 둔 엄마 역할을 해냈다는 것에 후한 점수를 주신 것 같더라고요. 여느 때와 같이 새로운 도전을 반기는 마음으로 작품을 선택했을 뿐인데 이제 대중에게 받아들여지는 나이가 된 건가 싶기도 하고. 모르겠어요.” <무빙>은 다양한 세대와 경력의 출연진과 끈끈하게 교류한 현장이었기에 여운이 짙게 남은 작품이기도 하다.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면 힘든데 역시 힘들더라고요. 시간 되는 사람끼리 밥이라도 먹으며 아쉬움을 달래고 있죠.”


실제 삶에서 한효주는 온화한 파장을 지닌 사람들과 궁합이 좋은 편이다. 최근 예능 프로그램 <어쩌다 사장 3>에 출연한 한효주가 애틋한 ‘부부 케미’를 선보인 ㅈㅇㅅ과 주고받는 대화가 보는 이들에게 편안한 에너지를 선사한 것처럼. 선한 사람과의 편안한 관계를 추구하는 ‘I’ 성향이지만 타인의 낯선 에너지에서 신선한 자극을 얻을 때도 많다. <독전 2>는 그런 환경이었다. “(차)승원 선배님은 항상 ‘빨리빨리’를 종용하시지만 뒤에서는 사람을 엄청 챙겨요. (오)승훈이에게는 묘한 매력이 있죠. 앞으로 역할에 따라 어떤 새로운 얼굴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돼요.” 차가운 열정 쪽에 가까운 자신과 달리 뜨거움을 지닌 배우 ㅈㅈㅇ은 부러운 선배다. “사실 저는 뜨겁게 타오르는 사람은 아니거든요. 갖지 못한 색깔을 지닌 사람이 항상 부러운데 진웅 선배가 그랬어요.” 그러나 서로 다른 온도와 속도를 지닌 사람들이 결국 좋은 작품과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그런 환경을 믿고 즐길 수 있을 만큼 어느새 한효주는 지혜로운 배우가 됐다. “현장에서는 그래도 내가 도움이 되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반면 인간 한효주는 서툰 부분이 많죠. 완전히 허당이에요. 항상 주변에서 챙겨줘야 하고…”


시간이 한참 지나서야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 한효주는 최근 ㅁㅅ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이제는 일상의 소중함을 보다 절실하게 느끼는 시기”라고 고백했다. 조깅을 하고, 자전거를 타고, 미술관도 가고,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며 순간의 기쁨을 사수하기 위해 취향을 갈고닦는 한효주의 노력은 현재 진행 중이다. “20대에는 쉴 때 정말 잠만 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시간이 너무 아깝더라고요. 작품 빼면 인상적인 추억도 거의 없죠.” 여전히 앞날은 불투명하고, 흔들릴 때도 많다. 그러나 작은 여유를 누릴 줄 알게 됐으니 걱정은 적어진다. “<독전 2>를 사람들이 어떻게 봐줄지 궁금해요. 과연 좋게 봐줄까 걱정도 되죠. 하지만 뭐든 괜찮을 것 같아요. 다 이겨낼 수 있을 것 같거든요.” 프리 다이빙에서 숨을 오래 참지 못하게 만드는 것은 신체의 한계가 아니라 ‘버티지 못할 것 같다’는 심리적 압박이다. 그걸 이겨내는 순간, 새로운 지평이 펼쳐진다. 한효주는 요즘 낯선 신세계가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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