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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체이서게임 일본 단편 팬픽 번역) 무더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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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4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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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x.com/akiya1238/status/1944003342449226233


숨이 막힐 듯 무더운 밤이다. 초여름은 이미 훌쩍 지나, 해가 져도 시원해지지 않았다. 이른바 열대야였다. 도심에서 조금 떨어진 이 아파트는 주위에 녹음이 우거져, 밤이 되면 벌레와 개구리의 합창이 자주 들린다. 이츠키가 작년까지 할머니와 살던 집에서도 마찬가지로 그들의 대합창을 BGM 삼아 지냈지만, 밤을 보내는 쾌적함은 사뭇 달랐다. 무섭구나, 도쿄……. 그렇게 생각하며 이츠키는 에어컨 스위치를 켰다. 이츠키 혼자였다면 가난한 학생의 표본처럼, 전기세를 걱정해 선풍기만으로 버텼을지도 모른다. 아이스팩을 목에 두르고 아이스크림을 베어 물며 견뎠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런 밤도 있었다. 하지만 오늘은 후유가 있었다. 자신보다 더위에 약한 그녀를 위해, 이츠키는 두말없이 에어컨을 가동했다. 이츠키는 후유에게 무르다. 설령 그녀에게 보답받지 못할 마음을 품고 있더라도……. 


후유에게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대학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접근해 온 그는 이츠키가 보기에도 좋은 청년이었고 두 사람이 사귀기 시작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이미 후유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있던 이츠키였지만, 차마 고백할 수는 없었고, 적어도 후유의 가장 친한 친구로 남으려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해결해 줄 것이라는 이츠키의 생각은 빗나갔고, 후유에게 마음을 전하지 못한 후회는 계속 따라다녔으며, 가장 가까이 있기에 연인과의 일을 상담받는 것도 괴로웠다. 게다가 그 일로 후유가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 이렇게 사랑스러운 그녀를 힘들게 하다니 용서할 수 없다는 분노마저 느끼고 있었다.


이츠키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사이, 어느새 손에 든 스마트폰 화면은 어두워져 있었고, 어느새 후유가 바로 곁에 앉아 있었다. 조금 전까지 '연인과 가고 싶은 데이트 명소 10선' 같은 것을 흥미롭게 보고 있었는데 왜? 라고 생각했다. 말을 걸어와도 잘 맞춰줄 자신이 없어서, 이츠키도 신작 게임 리뷰를 보고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진지한 얼굴을 한 그녀를 조금 의외로 생각하며, 이츠키는 눈빛만으로 물었다. 후유는 잠시 망설이는 기색을 보이더니, 시선을 피하며 이렇게 말했다.


"확인하고 싶은 게 있어."

"확인하고 싶은 거? 뭔데?"


시선을 돌린 그녀는, 하지만 이츠키의 물음에 답하지 않는다. 이츠키는 후유의 살짝 갈색빛이 도는 맑은 눈동자를 바라보며, 이럴 때가 아닐지도 모르지만, 예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반응이 조금 늦었다. 알아차렸을 때는, 이츠키의 눈앞에 후유의 얼굴이 있었다. 말 그대로, 눈앞에. 왜 그렇게 되었는지 알 수 없어서, 어느새 자신이 다가갔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주 잠깐 시선을 헤매다, 후유가 더욱 다가오는 것을 보고 그것이 아니란 걸 깨달았다. 조금만 더 있으면 얼굴 어딘가가 맞닿아 버릴……. 그 순간, 이츠키는 순간적으로 얼굴을 돌렸다. 코와 코가 스치고, 이어서 입술 옆에 부드러운 감촉을 느꼈다. 그곳은 정말로 입술의 맨 끝부분으로, 이츠키가 얼굴을 돌린 만큼 옆으로 비켜난 곳이었다. 금세 떨어진 그곳에, 아무것도 없는데도 반사적으로 손을 가져가 확인해 버린다. 


어, 그럼 그대로 움직이지 않았더라면……?


친구 역사상 가장 가까운 거리에 이츠키의 사고는 멈춘다. 반면 후유는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숨기지 못하는 불만을 내비친다.


"왜 피하는 거야?"

"왜, 왜냐니…… 그야…… 그, 렇, !?……"


이츠키의 말은 가로막혔다. 후유의 입술에 의해. 이츠키의 뺨을 양손으로 감싸 단단히 고정한 후유에게서 이번에는 도망칠 수 없었다. 이츠키는 눈을 뜬 채, 초점이 맞지 않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의 후유를 바라본다. 후유의 얼굴이 다가왔을 때부터 뛰기 시작한 심장은 이미 최고치에 달해 쿵쾅쿵쾅 요동치고 있었다. 육상을 할 때조차 이렇게 괴로워진 적은 없었다. 몸은 움직이지 않고, 눈을 감을 수도 없고, 숨을 쉬어도 되는지조차 알 수 없어, 이츠키는 필사적으로 숨을 참았다. 그저 맞닿아 있는 입술의 부드러움만이 선명해서, 현기증이 나는 듯했다.


영원처럼 느껴졌던 키스는, 실제로는 몇 초였을 것이다. 이츠키에게서 떨어진 후유가 천천히 눈을 뜨는 모습을 보며, 이츠키도 참고 있던 숨을 슬쩍 내쉬었다.


입술이 닿아 있었다…… 후유와 나의…….


방금 떨어진 그곳에는 아직 후유의 감촉과 온기가 남아 있는 것 같았다. 이츠키의 눈은 자연스레 후유의 입가를 쫓았다. 살짝 붉어져 있고, 비교적 얇은 입술의, 그 부드러움을 알게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조금 부끄러워하며 후유가 미소 지었을 때, 이츠키는 자신이 여운에 잠겨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정신을 차리자 단번에 뺨이 뜨거워졌고, 동시에 등골이 서늘해졌다.


이츠키의 머릿속은 혼란의 극치였다. 의문과 당혹감과 죄책감과 아주 약간의 분노, 그리고 억누를 수 없는 기쁨으로. 어질어질하기만 해서 전혀 작동하지 않는 머리로, 그래도 상체를 뒤로 젖혀 최대한 후유에게서 멀어졌다. 이런 때에도 몸 전체로 도망치는 것은 왠지 후유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뭐, 뭐, 왜…… 뭐야, 에? 왜 키스를……"


머릿속의 혼란은 그대로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 제대로 된 문장이 되지 않았지만, 지금의 이츠키에게는 어려운 일이었다.


그런 이츠키에게 후유는 아주 살짝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결심한 듯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츠키, 들어봐."

"……듣고 있어."

"나, 그 애랑 헤어졌어."

"어…… 듣, 들은 적 없는데."

"지금 처음 말했어. 그보다 헤어진 지 얼마 안 됐어."

"그, 그렇구나……"


위로해야 할까? 자신의 혼란은 제쳐두고, 상황에 맞지 않더라도 친구로서 올바른 반응을 해야 할지 고민하게 된다. 다행히 작동하지 않는 머리는 센스 있는 대사를 떠올리지 못하고, 그저 맞장구를 칠 뿐이었다. 덩달아 그에 대해 품고 있던 죄책감도 사라졌다.


"나, 그 애를 좋아한다고 생각했어."

"으, 응……"

"다정하고 좋은 사람이고, 엄마도 찬성하셨고."


엄마…… 후유에게 있어 아마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존재의 등장은, 이츠키의 가슴을 살짝 아프게 했다.


"하지만 아니었던 것 같아."

"……응."

"손을 잡았는데, 두근거리거나 기쁘다거나,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어."

"그렇구나……"

"어깨도 감싸 안겼어. 아주 조금, 싫다는 생각이 들었어."

"……."

"처음으로 끌어안겼을 때, 아 정말 무리구나 싶어서…… 그러자, 이츠키 네가 생각났어."


그리고 후유는 이츠키를 바라본다. 미간이 살짝 찌푸려지고, 그 눈동자는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 수분을 머금고 있는데도, 강한 눈빛으로 이츠키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


들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후유의 말은 분명 두 사람의 관계를 바꿔버릴 것이다. 그것이 자신에게, 우리에게 좋은 일일지, 이츠키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동시에 후유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싶었다. '엄마'의 의견이 들어가지 않은, 후유 자신이 붙잡은 마음을, 후유가 엮어내는 말을 듣고 싶었다. 두 마음은 팽팽히 맞섰지만, 후유의 구체적인 행동과 결의를 품은 눈동자 앞에서는 귀를 막을 수 없었다.


"이츠키라면, 손을 잡는 것도."


후유의 손가락이 이츠키의 손가락에 얽혀든다.


"끌어안는 것도."


이츠키가 힘껏 벌린 거리도 순식간에 0이 된다.


"키스도, 전혀 싫지 않아."


귓가에서 후유가 속삭인다. 평소에는 귀엽다고 생각하는 후유의 목소리도, 지금은 이츠키의 체온을 올릴 뿐이었다. 에어컨 설정 온도를 5도 정도 낮추고 싶다고 절실히 바랐다.


이츠키를 끌어안은 후유의 팔에 살짝 힘이 들어간다.


"나…… 이츠키를, 좋아하는 것 같아."


이 거리가 아니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고백을, 이츠키의 귀는 분명히 들었다. 그리고 침묵이 찾아왔다. 하지만 이츠키가 느끼는 것은 창밖에서 들려오는 여름의 속삭임 같은 것이 아니라, 바보같이 시끄러운 자신의 심장 소리였다. 이츠키의 이마에 땀이 맺힌다.


움직이지 않는 이츠키에게, 무슨 말이라도 해봐…… 라며 후유가 힘없이 중얼거린다. 이츠키를 끌어안은 채, 어깨 부근에서 말하는 탓에 후유의 목소리가 피부를 통해 전해진다. 이츠키는 뜻대로 움직이지 않는 양손을 어떻게든 들어 올린다. 후유의 등에 팔을 두르고, 이 또한 힘겹게 말을 내뱉는다. 온몸이 뜨겁고, 머리는 어질어질해서, 열사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냉방은 정말로 작동하고 있는 걸까. 지독한 열대야가 될 것 같았다.




아 역시 레즈왼 헤녀른은 스테디셀러다 좋아....ㅋㅋㅋ

요즘 어떤 중국애는 모두에게 천대받는 반요 퇴마사 이츠키랑 마을 영주의 딸 후유 연재하던데 그거 수위 낮아서 퍼올까 생각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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