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가 장대비 속에 날개를 다친 아기새처럼 느껴졌어요. 비가 그치면 예쁘게 날아오를 아이일 것 같아서, 그 지점을 잘 표현해보고 싶었어요. 주변에 자신을 사랑해주는 사람도 없고 백색 도화지 같아서, 만난 친구가 빨강이면 빨갛게, 파랑이면 파랗게, 많은 인물을 통해 성장하는 친구여서 결말 부분에서는 다양한 모습이 담긴 친구로 그려보고 싶었어요."
정수빈은 슬기가 느낀 재이에 대해 "처음으로 호의, 따뜻함을 느낀 관계"라고 짚었다. 이어 "어떻게 보면 믿음을 주기도 하고 배신을 안기기도 하고,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간극이 있지만 저에게 줬던 따스함, 고마움을 슬기는 끝까지 믿었던 것 같다"면서 "어려움 속에 살았던 슬기는 사람을 분별하는 능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재이의 선의가 이중적인 게 아니라 진심이라 생각하고 따뜻함을 느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두터운 벽이 조금씩 허물어졌을 거라고, 유일하게 믿음을 준 사람이 됐을 거라고.
재이를 연기한 혜리는 정수빈에게 실제로 그런 믿음을 준 사람이었다. 연예계의 대선배인데다 언니지만, 먼저 친근하게 다가와 슬기가 표현하는 대로 재이가 지지해주겠다며 정수빈을 챙겼다.
"언니가 자기가 했던 경험이 있는데 그걸 똑같이 해주고 싶다고 하는 거예요. 뭐든 해도 된다고, 불편하게 생각 안 할 거고, 온전하게 할 수 있게 해줄 테니까, 해보고 나아가라고요. '하고싶은 대로 해'. 그 말이 처음이었어요. 너무 어렵고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컸는데, 겁내지 말고 언니를 믿고 편하게 해도 되겠다. 그런 마음을 다지도록 해 주신 게 정말 감사했어요.
연기와 만난지 7년, 정수빈은 행복을 찾았을까. 그는 "힘듦도 있고 어려움이 있지만 액션 들어가는 순간은 즐겁고 행복하다"면서 "시공간이 바뀌면서 억지로 하지 않아도 새로운 감정이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떄가 있다. 따뜻한 빛이 내려오는 것처럼 편안하고 좋아진다. 자주는 아니지만 1초, 2초 있을까 한 소중한 경험"이라고 했다.
'선의의 경쟁'에서도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정수빈은 마지막 회, 슬기가 상자를 받아든 순간을 언급했다.
"저도 모르게 저의 마음이 차오르는 순간이 있더라고요. 제가 계산하거나 설정한 순간이 아니라. '잠깐만, 이건 뭐지' 아 신기하다 이렇게도 표현이 될 수가 있구나. 그 순간이 그대로 담겼어요. 너무 신기하고 좋은 경험이었어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도 '선의의 경쟁' 슬기가 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많은 이들을 떠올리면서 다시 한 번 고마움 마음을 전했다.
"비중이 큰 인물을 처음으로 하다보니까 많이 도와주시고, 많은 분들이 같이 해주셨어요. 그것이 정말 감사했어요. 그리고, 공주님이라고는 부모님도 안 불러주시는데, 공주님이라 해 주셔서 너무 감사해요. 슬기가 공주 드레스를 입고 미아가 된 터라 사실 트라우마를 건드리는 단어라고 그 시점에는 생각했는데, 너무 예쁘게 둘의 서사를 만들어주셨어요. 너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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