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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알고있지만 솔이 고백 못해서 서른까지 친구였는데 술김에 고백하고 키스하는 거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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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31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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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완."

"윤솔! 솔아, 진짜 보고 싶었어. 내 맘 알지? 응? 그치?"

 

제 품에 안겨 배배 꼬인 혀로 보고 싶다고 말하는 지완을 안고 차에 태웠다. 벨트가 싫다며 떼를 쓰던 지완이 얌전히 잠이 들자 차 안이 새벽처럼 고요해졌다, 핸들 위에서 어쩔 줄을 모르던 손을 느리게 움직여 술이 올라 따끈한 뺨을 한 번 쥐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지, 뺨을 쥐니 입술을 훔치고 싶고 그 뒤엔 더한 것도 하고 싶을 테다. 빠르게 손을 거둔 솔이 색색 거리는 지완의 얼굴 위로 비치는 불빛에 눈을 피했다.

 

지완이 술을 마시고 저를 찾는 건 아주 예전, 아마 첫 술자리부터 든 버릇이었다.

 

처음 술을 입에 댄 건 고등학교 1학년 수학여행. 술자리를 주섬주섬 펼치던 무리에서 빠져 나와 지완을 찾으러 가던 그 날.

 

'솔! 솔아, 솔아아아아.

'무슨, 서지완! 서지완, 술 마셨어?'

 

헤실헤실 웃으며 몸을 가누지도 못하는 지완을 추켜 안고 묻는 말에 지완의 뒤에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먹인 거 아냐, 굳이 지가 먹겠다구.'

 

두 손을 휘저으며 제 억울함을 어필하는 친구들의 말에도 솔의 한숨이 늘었다. 어쩌면 처음 보는 지완의 술버릇이 저를 찾는 것이라는 게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지완을 안은 팔에 힘을 주었다. 여기저기 몰래 술 마시는 무리들이 가득해 빈 방 찾기가 어렵다. 몇 번 빙빙 돈 끝에 까맣게 어둠이 든 방 하나를 찾아냈다, 아무래도 이 방 애들은 다 다른 방에서 노는 모양이다.

 

'지완아, 괜찮아?'

'웅, 솔, 솔아.'

 

제 이름을 삐약삐약 불러 대는 지완의 이마를 조심스럽게 쓸었다. 저만 보는 지완은 정말 좋은데 좋지 않다. 솔이 제 얼굴을 두 손으로 뒤덮고 깊게 숨을 마셨다. 착각하지 말자, 서지완은 그냥 친구인 윤솔이 보고 싶은 거다. 제발 착각하지도 기대하지도 말자. 자기 고문에 가까운 주문이 효과가 있었는지 솔의 심장이 평소처럼 지완을 모른 척 뛰었다.

 

가만가만 지완의 얼굴을 닦아주니 어두운 방 안 지완의 얼굴만 달처럼 빛났다, 아니 어쩌면 솔의 마음 전체에서 빛났을 지도 몰랐다.

 

늘어진 지완의 몸을 안아 올려 집으로 들어섰다. 침대에 눕혀 화장을 지워주고 양말을 벗겨주는데 반쯤 눈을 뜬 지완이 솔의 손을 잡았다. 뜨겁게 오른 체온이 수갑처럼 솔의 손목에 감겼다, 이럴 때면 정말 어쩔 줄을 모르겠어서 차라리 솔은 눈을 잠깐 감았다. 15년을 넘게 봤는데, 어째서 저는 아직도 지완의 눈빛 한 번을 편하게 받아낼 수가 없나.

 

"솔아."

"서지완, 자. 취했어, 지금."

"응, 솔아."

 

대답만 잘하지. 대충 대답한 지완이 꼬물꼬물 몸을 접어 솔의 허벅지에 머리를 턱 걸쳤다. 원피스가 올라가 새하얀 허벅지를 훤하게 드러낸다. 정말, 미치겠다. 치마를 내려 제 시선에서 지완의 다리를 지킨 솔이 다시금 침묵했다.

 

"솔아."

"…왜."

"솔아."

"응."

"솔아."

 

이름만 계속해서 부르는데도 솔은 열이 귀 끝까지 올랐다, 서지완은 술냄새도 달콤했다. 붉게 물든 뺨, 느리게 뜨는 눈, 약간 벌린 입술이 솔의 눈에 아른거렸다. 서지완, 제발 정신 좀 차려봐.

 

느릿느릿 솔의 허벅지 위에서 일어난 지완이 두 팔을 솔의 어깨로 올렸다. 순식간에 가까워진 얼굴 아래, 뜨거운 숨이 입술로 다가왔다. 입술의 온도가 가까워지자 지완이 달뜬 숨소리로 물었다.

 

"솔아. 솔아, 나한테 키스해주면 안돼?"

"……뭐…? 서지완."

"제발. 응? 내가 진짜 미안해, 내가 미안해, 솔아. 솔아, 좋아해서 진짜진짜 미안한데 키스해주면 안돼? 제발, 솔아."

 

네가 뭘 말해도 결국 난 해줬을텐데. 지완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이 솔의 손가락을 적셨다. 빽빽한 속눈썹을 적신 눈물을 천천히 닦아내다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꿈에도 한 번 나오지 않은, 꿈에서도 상상하지 못한 지완의 고백이지만 기대하기엔 아는 게 너무 많다. 일단 취한 지완은 언제나 전날 일을 기억 못하고 말짱하게 이 일을 기억할 저는 내일 눈을 뜨자마자 후회할 게 뻔했다.

 

그걸 알면서도. 

지금까지의 인내심과 모든 고민을 구렁텅이에 밀어 넣고 솔의 입술이 지완을 마셨다. 젖은 속살을 휘감아 몇 번이나 마셔도 지완이 고팠다. 할딱이는 숨소리를 모른 척 몰아붙이다 허벅지를 한 팔에 안고 눕히자 지완의 눈이 처연하게 솔을 담았다.

 

그 순간 덜컥 현실로 돌아오고 말았다, 갑자기 차가운 물을 끼얹은 것처럼 반 걸음 뒤로 물러섰다.

 

결국 저질렀다. 부어오른 자기 입술을 만지는 지완이 손이 저를 거부하는 것 같아 또 반 걸음을 뒤로 물렸다.

 

"미안, 미안해."

 

정처 없이 흔들리던 솔의 눈동자가 침잠했다. 그 모든 날들은 결국 이 정도를 위해 희생되어야 했나, 결국 또 서지완은 기억 못할 텐데. 입술을 즈려 문 솔이 침대에서 몸을 일으켰다. 내팽개친 제 겉옷을 들고 나가려는 솔의 손을 뜨겁고 작은 손이 갈급하게 붙잡았다.

 

"가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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