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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알고있지만 아침부터 마음이 허해서 쓰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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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28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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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완은 갑자기 잠에서 깨어났다. 뭔가 기분 좋은 꿈을 꾸고 있었던 것 같은데. 꿈이란 게 다 그렇듯, 아무리 아쉬워해도 기억을 덩어리 채로 도둑맞은 것처럼 아무것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지완은 잘 떠지지 않는 눈을 꿈뻑이며 몸을 뒤척였다. 아니, 뒤척이려고 했다. 꿈틀거리는 수준의, 아주 미세한 움직임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는 팔이 몸을 꽉 껴안는 바람에 지완은 몸 어딘가가 불편해지는 자세 그대로 멈춰 있어야만 했다. 지완은 그제야 제가 잠에서 깬 이유를 알았다. 한동안은 괜찮더니. 잊을 만하면 이렇게 한 번씩 잠버릇 아닌 잠버릇으로 솔은 지완의 단잠을 깨웠다. 빈틈 한 뼘 용납할 수 없다는 듯 꽉 껴안는 몸짓. 어차피 아침이 오기 전까지, 그래서 솔이 다시 눈을 뜨기 전까진 저를 놓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아서 지완은 그대로 솔의 품에 몸을 기댔다. 뜨끈뜨끈한 체온에 몸이 다시 노곤해지는 게 곧 다시 잠에 들 수 있을 것 같았다.


- ...지완아.


꿈의 세계로 다시 넘어가기 직전. 그 찰나의 순간에 솔의 부름이 지완에게로 와 닿았다. 아주 찰싹 달라붙어 있던 탓에 뒤늦은 솔의 기척은 헤맬 겨를도 없이 아주 곧게, 안정적으로 지완의 귓가에 스며들 수 있었다. 그게 잠꼬대라는 걸 알고 있음에도 어떤 예감이 저를 깨워 지완은 힘겹게 눈꺼풀을 들어 올렸다. 


- ...좋아해.


떨리는 숨소리로 잠깐의 뜸을 들인 뒤에야 겨우 새어 나오는 작은 울림. 아, 진짜 윤솔. 귀 기울이지 않으면 놓칠 법한 목소리로 울먹이며 토해내는 애틋한 고백에 지완은 솔의 허리를 더 꽉 껴안아 제 존재를 한껏 어필했다. 잘 자고 있는 애를 깨울 수는 없고, 그렇다고 모르는 척 외면하는 건 더더욱 안 될 일이라서. 나 여기 있다고, 그러니까 안심해도 된다고. 지완은 제 몸을 더 바짝 붙이며 솔의 몸 여기저기를 쓰다듬었다. 


솔은 담담하고 단단한 사람이었다. 심지가 굳고, 그런 만큼 제 마음에 대한 확신이 분명한 사람이었다. 남들이 볼 때에도 그랬고 솔 자신이 생각하기에도 그러했다. 그래서였을까. 솔의 불안은 이렇듯 솔도 모르는 때를 골라서 찾아왔다. 때문에 그 긴 시간을 친구로, 그것도 제일 친한 친구로 옆에 있었는데도 그 낌새조차 눈치채지 못한 채 여태껏 지나쳐 왔다. 제가 혹여라도 마음 쓸까, 솔은 지완이 아무리 집요하게 따지고 물어도 지난 시간에 대해선 최대한 말을 아꼈다. 늦은 새벽. 가뜩이나 감수성이 예민해질 시간. 가늠조차 쉽게 할 수 없는 그 마음의 깊이에 지완은 저도 모르게 울컥하곤 했다. 변치 않는 마음으로 계속 좋아할 거라 말할 정도라면 아닌 척 조금씩 꼬셔 보기라도 하지. 순해 빠져서 저 위한다고 그런 건 생각조차 못 하고. 잠든 순간에도 솔은 여전히 솔이라서. 속이 상한 마음을 조금이라도 비추면 제가 더 안절부절 할까. 지완은 약간의 눈물과 한숨을 속으로 삼킨 채 솔의 등을 토닥였다.


- 나도 너 좋아해, 윤솔. 그것도 아주 많이 좋아해.


이 세상 아무도 모르는, 솔 본인도 알지 못하는 솔의 버릇. 유일하게 지완만이 알고 있는 솔의 진짜 마음. 아무리 굳세 보여도 저랑 같은 나이의, 아직 어린 여자애라는 걸 지완은 이렇게나마 실감하고 만다. 더 잘해줘야지. 더 많이 사랑해 줘야지. 지완의 미래엔 늘 솔이 함께 있었다. 솔이 그토록 바라왔던, 이제는 지완이 더욱 간절해진 마음의 형태로.


- 좋은 꿈 꿔. 그리고 그 꿈에서 우리 만나.


오늘도 친하게 지낸, 내일이 오면 더욱 친해질 우리 사이. 그 긴 시간 동안의 외로움이 한순간에 사라질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다. 이제 시작이었다. 한 걸음, 한 걸음. 둘이 발맞춰 나아가다 보면 괜찮아질 일이었다. 시간이 좀 더 지나서, 그래서 관계가 좀 더 단단해진다면 차츰 괜찮아질 일이었다. 그러니 그때까지만 혼자 아는 걸로 남겨두자고, 지완은 꿈속에서 만나자는 약속을 지키려 솔의 품에서 솔의 마음을 한껏 느끼며 다시 눈을 감았다.
 








마음이 허하다...허해...


원래는 좀 더 가볍게 설정하고 쓰기 시작한 건데 쓰다 보니 또 이런 식으로 끝이 나네.

언젠가 하루 쯤은 이런 밤도 있지 않았을까 싶어서 쓰게 된..
그저 똥촉에 기반한 상상이므로 많이 엉성해도 그냥 그러려니 해줘...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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