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혁'. 화면에 저장된 이름에 지완은 저도 모르게 솔의 팔을 잡고있는 손에 힘을 줬다. 아. 짤막한 솔의 신음이 들리고 곧 손이 내쳐졌다.
"..뭐하는 짓이야."
가라앉은 목소리 만큼이나 차가운 솔의 눈을 마주한다. 제게는 한 번도 보여주지 않았던 그 시선을 기꺼이 감내한다. 스물 아홉의 서지완은, 드디어 윤솔에게 완벽한 타인이 되었다.
"정주혁 그사람. 만나는 중이야?"
"상관할 사이 아니잖아."
"..언제부터 만났어?"
"너 대체 왜이래?"
한껏 짜증나는 표정을 짓더니 허리를 숙여 떨어진 휴대폰을 줍는다. 오빠, 내가 나중에 다시 전화할게. 그 와중에도 마지막 기억과는 다른 솔의 호칭이 지완의 머리속을 어지럽게 했다. 정주혁씨. 라고 했던 것 같은데, 예전에는. 대답을 바란 질문은 아니었던 듯, 솔은 한숨을 내뱉더니 애써 표정관리를 한다.
"영업팀 서지완씨. 이런 일 다시는 없었으면 하네요. 오늘은 옛친구로서 쓸데없는 오지랖이라고 생각할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솔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간다. 그러고보니 윤솔의 뒷모습을 본 적이 있었던가? 지완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되새긴다.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생이 된 후의 과정을. 가장 마지막 회상조차도 눈물이 가득한 윤솔을 두고 돌아선 기억이다. 뒤에 있던 솔의 표정이 궁금한 적은 없었다. 다만 이제서야 깨달을 뿐이다. 아, 그 때 네가 이랬을까.
"..사과를 했었어야 했는데."
결국 마지막 시선이 머문 곳은 붉어진 솔의 팔목이다. 조소과라 흙을 주무르다 보니 악력이 센 편이다. 그런 제가 힘껏 잡았으니 당연히 아플 터였다. 지완은 다시 발걸음을 돌렸다. 동기 때문에 방해받은 소기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눈치없이 같은 자리에 있는 동기 옆에서 담배곽을 꺼내 들었다. 마지막 남은 돛대를 꺼내 불을 붙이고 손 안에 담배곽을 구겼다. 이럴 때마다 후회가 되는 것이다. 그냥 피던 전자담배나 필 걸. 하고.
"지완씨 의외로 독한거 피네요."
"그래요? 의외인가요?"
"네. 그러고보니 윤솔대리님도 이거 피시는 것 같던데."
"...네. 독해서 저도 후회 중이에요. 이제 전담 피던 시절로는 못 돌아갈 것 같아서."
서서히 줄이는게 좋네, 어디 금연껌이 좋네 떠드는 동기를 두고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사실 누가봐도 이기적인건 제 쪽이다. 먼저 도망친 주제에 이제와서 뭘. 후회한다고 해서 뭘. 대체 뭘 어쩌자는 건지 스스로도 의문이다. 그럴 관계 아니고, 그럴 자격 없는 것 잘 알고 있지만, 그런데도 화가 치미는 건 어쩔 수 없다. 불쑥 올라오는 건 오래된 감정과 습관이 되어버린 소유욕 뿐이다.
"서지완씨!"
부르는 목소리에 지완은 고개를 돌린다. 한 손에 샌드위치를 들고 있는 사수가 보인다. 한 손으로는 얼른 오라며 손을 흔드는 통에 지완은 한참 남은 담배를 비벼끈다. 돌아가는 걸음이 점점 무거워지다 솔이 서있던 그 곳에서 멈춘다. 지나온 자리마다 후회가 뚝뚝 떨어진 저와는 다르게 깨끗한 자리를 보다 다시 발걸음을 재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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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완솔 드렸읍니다^^.
원덬이는 이 장면이 보고싶었어...그리고 써서 이제 만족함ㅎㅎ후회지완에 냉솔 존맛이자나.
담배알못이라 실제로 솔이가 피는 담배가 독한건지는 모름 근데 걍 독하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