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신이가 새벽 바다, 현진이가 등대인 걸 생각하면서 읽으니까 72화 바다 관찰하는 부분이 생각보다 더 많은 의미가 있는 것 같아서 조금 긴 후기(주관적인 해석)를 적어봐!
해신은 낮에 보는 바다가 더 낫지 않을까 고민했다. 새벽의 바다는 밑이 보이지 않는 수렁처럼 푹 빠져 버릴 것만 같았다.
-> 새벽 바다가 해신이라 생각하면 이 문장은 해신이의 자혐. 낮의 바다가 더 낫지 않나? 새벽 바다는 해신이 눈에는 어둡고 수렁 같음. 본인이 볼품 없고 부족하다고 느끼는 해신이의 마음이 드러나는 문장 같아. 하지만 푹 빠져 버릴 것만 같다는 부분은 해며든 현진이가 해신이에게서 헤어나올 수 없을거란 말 같아서 좋은 부분.
"저 불빛 끝에 뭐가 보여?"
-> 이 말을 시작으로 해신이가 새벽 바다를 관찰하기 시작해. 배도 있고, 부표도 많고, 파도도 치고, 갈매기와 물고기도 살고 있는 새벽 바다는 해신이 생각과는 많이 달라. 어둡고 수렁 같게만 보였던 바다인데 현진이 말에 의해, 등대 빛에 의지해 자세히 관찰해 본 바다는 생각보다 더 생기가 넘쳐. 앞으로 해신이가 현진이에 의해 자신을 더 좋은 쪽으로 들여다보고 자존감을 많이 회복하게 된다는 암시 같아.
"바닷속도 보여?"
"집중하면... 빛이 바다 안쪽까지 들어와서."
-> 이건 그냥 현진이가 등대고 해신이가 바다라 생각하면 너무 좋은 대사들.
이렇게 새벽 바다를 관찰한 후에 해신이가 새벽 바다를 느끼는 묘사가 다소 달라져. 바다를 좋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지만 지금 들려오는 모래알 쓸려가는 소리는 꽤 마음에 들고, 등대 빛 하나에 의지한 새벽은 도리어 어둠으로 주변을 가려주는 이불 같다고.
이후에 현진이가 자기 과거를 알고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해신이는 다급히 눈을 피해. 그리고 트라우마로 인한 고질병인 목소리가 안 나오는 상황이 다시 발생.
현진의 눈에는 등대가 담겨 있었다. (중략) "네 잘못 아니야."
-> 이 말에 해신이가 겨우 눈을 들어 현진이를 다시 바라봄.
해신은 흔들리는 동공을 겨우겨우 들어 현진의 눈을 마주했다. 기대어 앉은 등대만큼이나 단단한 빛을 품은 눈을.
-> 현진이가 등대라는 걸 대놓고 묘사하는 문장의 연속. 현진이는 더이상 흔들리지 않고 단단한 빛을 품게 됐고, 그동안 길을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해신이도 마침네 제대로 현진이를 따라가기 시작해.
"괜찮아."
"다 괜찮아."
-> 이 말에 해신이는 갑작스럽게 목소리가 트이는 것을 느낌. 트라우마 해소의 시작점. 길잡이인 현진이에 의해 해신이가 올바른 길로 들어선 첫걸음 같아.
새벽 세 시를 알리는 자명종처럼 갑작스럽게 등대는 기댄 등이 온통 울릴 정도로 진동하기 시작했다. 구리 진동관을 공명시키며 등대는 긴 울음을 울었다. 그 소리를 따라서 해신은 무의식적으로 현진을 바라보았다.
-> 등대가 우는데 현진이를 바라본다? 등대=윤현진이란 소리. 등대가 자명종처럼 운다는 건 결국 길잡이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한다는 의미.
뼈를 울리는 진동은 여전히 맥박처럼 온몸을 거세게 관통하고 있었다. 해신은 천천히 눈을 감고 주변의 모든 감각을 느꼈다. 점점 거리를 좁혀오는 온기. 긴장한 목덜미로 침 꼴깍이는 일렁임. 바람을 따라 철썩이는 파도 소리. 서늘한 밤공기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더운 숨결. 그 위로 천천히 덮여오는 입술의 부드러운 감촉까지.
-> 온 감각으로 등대 소리를 따라가던 해신이가 눈을 감고서도 온 감각으로 현진이를 느끼고 있어.
해신은 가슴 속에서 두근거리는 열기를 느꼈다. (중략) 시간이 멈춘 듯한 순간 속에서 해신은 귓가로 드는 등대 소리를 들었다.
-> 가슴 속에서 두근거리는 열기? 빼박 사랑이지. 현진이가 대놓고 사랑한다 말하는 고백이 아직 나오진 않았지만 이미 이 입맞춤으로 현진이 마음을 전달받았다는 느낌이야.
현진이 사랑을 확인한 증거로 고열이 만성통이 되버린 것까지 완벽한 연출. 작가님 필력이 대단하시다고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