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루가 ‧ 악몽을 불태우는 심지
「악몽의 밤꾀꼬리」 조사 분대 대원
「이번 전투에서 페보니우스 기사단이 지원해 준 것에 대해 일루가가 굉장히 고마워하더군요. 다만 당장 조사 임무를 떠나야 하는 터라, 출발하기 전에 제게 이 술을 대단장님께 전해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감사의 의미로 말이지요」
「하하핫, 그렇게 신경 쓸 필요는 없는데. 오히려 제일 고생한 건 그 친구였거든요. 이것 참, 당사자가 자리에 없으니 사양할 수도 없고…. 혹시 괜찮다면 같이 한잔 어떠십니까? 그 일루가라는 친구가 얼마나 전도유망한 젊은이인지 직접 들려드리고 싶기도 하고…」
「흐음, 한잔하는 건 괜찮습니다만… 이번 기회에 그 녀석을 빼가려는 건 아니겠죠?」
——등지기장 니키타와 바르카가 만취하기 전에 나눈 대화
◆ 이름: 일루가
◆호칭: 악몽을 불태우는 심지
◆ 「악몽의 밤꾀꼬리」 조사 분대 대원
◆ 신의 눈: 바위
◆ 운명의 자리: 황금꾀꼬리자리
등지기에 새로 합류한 대원에게 있어 일루가 같은 분대장을 만나는 것보다 더 큰 행운은 없다. 등지기들은 광란의 사냥이 남긴 참상을 매일같이 목격하기 때문에, 주둔지의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기 일쑤다. 하지만 일루가는 늘 긍정적인 태도를 유지하면서 모든 임무를 완벽하게 수행한다. 뿐만 아니라 대원들에게 세심한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그와 함께 있으면 손에 든 등불마저 더 따스한 빛을 내는 것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런 사람이 어째서 보급 임무를 담당하지 않고 위험한 전선으로 가려 하는지 의아해하는 이들도 있다. 확고한 의지와 강한 원동력이 없다면 그 낙천적인 미소도 언젠가는 검보랏빛 절망에 물들고 말 것이기에. 하지만 일루가가 굳건한 자세로 등지기의 맹세를 읊는 것을 듣고 나면, 그러한 의구심은 자연스레 사라진다. 그 온화한 겉모습 아래에서는 새빨간 불길이 격렬하게 타오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기 때문이다.
「등지기의 이상과 신념은 무엇인가?」 이것은 신입 대원이 가장 자주 묻는 질문이자, 모든 등지기가 각자 다른 답을 품고 있는 질문이다. 다만 그러한 답에는 공통된 요소가 있다. 바로 수호와 구원, 그리고 굳건한 의지와 주저하지 않는 결단력이 그것이다. 그들의 답은 하나같이 어떤 아름다운 결말이나 숭고한 꿈을 품고 있으며, 전부 웅장하고 거대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일루가는 광란의 사냥을 소멸시키는 것 외에는 바라는 것이 없었다. 지금의 피라미다성이 바로 그 이상이 구현된 장소라는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으니까.
악몽의 밤을 겪어본 자만이 햇빛의 소중함을 이해할 수 있는 법. 그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단순하고 소박했다. 바로 「지금」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