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릴·추도미로비치·플린스 ‧등불의 그림자
노드크라이 등지기
「플린스 씨는 여기서 멀리 떨어진 등대에서 살고 계세요. 행동력이 뛰어나고, 각종 전술에 통달했다…고 하더라고요. 죄송해요, 사실 저도 아직은 잘 몰라요. 전 꽤 늦게 합류한 편이라 아직 그분과 함께 작전을 수행한 적이 없거든요. 방금 말씀드린 건 전부 등지기장님께 들은 거예요. 아, 제가 보기에는 어떠냐고요? 으음… 뭔가 사연이 많은 분 같아요. 뭣보다, 꽤 놀랍지 않나요? 전사인데도 행동이 굉장히 우아하고, 대화만으로 원하는 것을 손에 넣는 그런 부분이요…」
——일루가
◆ 이름: 키릴·추도미로비치·플린스
◆ 호칭: 등불의 그림자
◆ 노드크라이 등지기
◆ 달의 륜: 번개
◆ 운명의 자리: 밤등불자리
수확철이 되면 생전 아무리 생소한 사람이라도 모임에 나타날 수 있다. 석양빛이 시장 위로 드리우면 여느 때와 같은 광경이 펼쳐진다.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그 신사가 호기심 많은 주민들에게 둘러싸여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말이다.
그 신사는 자신을 소개했다. 이름은 플린스, 「등지기」 소속 전사이며,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보낸 훈장을 받은 적이 있다고. 그것은 그가 소속된 분대가 심연 마물을 격퇴한 공로를 기리기 위한 것이었다. 그것은 수년 전에 일어난 사건이었다. 당시 직접 나서서 그 일을 진행한 사람은 없었지만, 사람들은 그러한 방식으로 조용히 감사의 뜻을 전하는 데 동의했다. 그 묵직한 훈장은 낡은 상자에 담겨 그에게 전달되었다.
그 작전으로 발생한 사상자를 생각하면 훈장이 10개 더 있어도 모자라다고, 플린스는 생각했다. 원래 그의 분대는 일고여덟 명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만이 홀로 남아 등대 근처의 묘지를 지키고 있다.
군중은 잠시 동안 침묵에 휩싸였다. 그의 이야기는 많은 것을 떠올리게 했다. 광란의 사냥과 마물, 그리고 마음을 무겁게 짓누르는 기억들…. 차오르는 슬픔이 그들의 말문을 막았다. 어떤 사람들은 궁금한 것이 있는지 그에게 질문을 했지만 플린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고개를 떨구고 있는 그의 모습은 과거를 회상하는 듯했다.
다른 등지기들과는 달리 플린스는 우아한 말투를 구사했다. 그는 자신의 출신이나 형제자매에 대한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먼 곳에서 일어난 일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선호했다. 그는 어떤 사건을 묘사할 때면 언제나 정확하게 표현했다.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처럼 불필요한 말은 전혀 하지 않았다. 그의 입을 통해 전해 듣는 과거는 듣는 이로 하여금 「와, 정말 잊을래야 잊을 수 없는 이야기네」라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대부분의 청중은 인생 경험이라 할 만한 것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플린스의 이야기를 듣는 이들 중 태반은 단순히 호기심 때문에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플린스의 행동은 그러한 수요를 정확히 충족시켜 주는 것이었다. 그가 선택한 이야기는 전부 군중에게 들려주기 딱 좋은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