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로룬 ‧ 깊은 어둠의 연기
믹틀란의 연기박쥐
「녀석은 지금까지 내가 만나 본 그 어떤 까다로운 환자보다도 고집불통이라, 설득하는 건 일찍이 포기하는 게 나을 거야. 하지만 딱히 걱정할 필요는 없어. 또 자기 나름의 논리를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 험난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데에는 문제없을 테니까」
——고개를 숙인 채 진료 기록을 작성하던 이파가
◆ 이름: 올로룬
◆ 호칭: 깊은 어둠의 연기
◆ 믹틀란의 연기박쥐
◆ 신의 눈: 번개
◆ 운명의 자리: 밤박쥐자리
어느 무더운 오후, 한 청년이 집 밖으로 나와 문을 닫는다. 그리고는 고개를 돌려 마당에 심겨 있는 채소 모종에 인사를 건넨다.
「잠깐 나갔다 올 테니까 잘 지내고 있어. 돌아왔을 때는 좀 더 자라나 있었으면 좋겠네. 힘내」
얼마 지나지 않아 친구를 데리고 돌아온 그는, 입구 옆에 있는 큰 나무를 지나면서 친절하게 주의를 준다.
「요즘 들어 큰 솔방울이 뿌리를 너무 제멋대로 뻗어대더라. 걸려서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나타는 신비의 땅이다. 어렸을 때부터 이곳에서 자란 의사 이파는 이제 올로룬의 특이한 발언에 놀라지 않는다. 이전에 작은 솔방울이라 불리는 알파카가 나무에 부딪힌 적이 있기 때문에 올로룬이 그것을 큰 솔방울이라 부른 것이겠거니 할 뿐이었다.
'저거 소나무 아닌데'——하고 이파는 생각했지만, 딱히 별말은 하지 않았다.
앞서 말했듯이, 나타는 신비의 땅이다. 이곳은 순탄하게 자라난 것과 그러지 않은 것… 모든 생명을 포용한다. 모든 것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고, 하나같이 저마다의 쓸모를 지니고 있다. 결함이 있는 존재, 교활한 존재, 고집스러운 존재… 그 모두는 끝내 불살라져, 찬란하게 빛나는 영혼의 불꽃 속으로 녹아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