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린드 ‧ 그림자를 밝히는 사냥꾼
결투 대리인
「…형씨, 내 말 잘 들어. 당신이 잘못을 저질렀다는 증거는 명명백백해. 명예를 지키고 싶다면 일단 죗값부터 치르고 선행으로 속죄를 해. 결투는 꿈도 꾸지 마! 당신 상대는 그 클로린드라고! 루키나 분수에 걸고 말하는데, 만약 진짜 결투를 하게 되면 죄를 자백할 힘도 안 남게 될걸?」
——또다시 대리 결투가 벌어지기 전날 밤, 유죄를 인정하지 않은 어떤 거상이 받은 편지
◆ 이름: 클로린드
◆ 호칭: 그림자를 밝히는 사냥꾼
◆ 결투 대리인
◆ 신의 눈: 번개
◆ 운명의 자리: 레이피어자리
떠들썩한 폰타인성에서는 거의 날마다 이런저런 분쟁이 발생한다.
어떤 극작가는 본인의 광팬이 본인의 작품을 표절한 데다 필명까지 비슷한 것을 쓰고 있다고 상대방을 규탄했다. 신문사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직원들도 어느 쪽이 진짜인지 분간하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한 상인은 어떤 동종업계 종사자가 본인을 견제하기 위해 하루가 멀다 하고 가격을 고쳐 매겼을 뿐만 아니라, 일부러 본인의 점포 바로 앞에 새 가게를 열었다며 성토했다….
보통 이런 식의 분쟁은 경비대원 선에서 중재가 이루어지지만, 심보가 고약한 사람들(자기네는 본인이 똑똑하다고 여긴다)은 일부러 일을 키워서 사건을 심판청으로 넘기려 한다. 대리 결투를 신청하면 더 큰 명성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면서 말이다.
이런 경우, 마음씨 좋은 이웃이라면 이렇게 말한다. 「들리는 바에 의하면 요즘 『대리 결투』를 맡고 있는 사람은 클로린드 씨라고 하던데요…」
그러면 그 「똑똑한 사람」은 방금 전까지 기세등등하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마치 목을 딱 잡힌 보라금 갈매기처럼 얼어붙는다.
「최강」 결투 대리인의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정의의 가면을 쓴 비열한 언동도, 기회를 노려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마음도, 클로린드의 검 앞에서는 모두 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대리 결투」에서 그녀는 지금까지 무패를 기록해 왔다.
「…크흠! 아, 아무래도 이 정도로 소란을 피울 만한 일은 아닌 것 같군」
잔꾀를 부리다 하마터면 혼쭐이 날 뻔한 「똑똑한 사람」은 보통 이렇게 중얼거리며 자리를 뜬다.
불순한 의도가 얽혀 있는 분쟁은 이런 식으로 조용히 막을 내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