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가분 어쩌다보니 도장깨기 하듯 소설을 거의 다 읽었는데(무협물만 빼고) 소재가 주로 IMF나 리먼사태를 기점으로 하는 회귀물이 많음. 대부분 증권사 펀드매니저가 주인공이거나 재벌집에서 찬밥이었다가 회귀해서 복수하는 양산형 기업물의 장인쯤?
지금 카카페에서 연재중인 '복수하는 김에 재벌도 되겠습니다' 도 딱 그런 내용이지만 오픈이벤트할 때 읽다보니 재밌어서 다른 소설도 찾아 읽었고 대체로 내 취향이라 괜찮았음. 그렇다고 전부 다 언급하긴 그렇고 개중 제일 재미있었던 두 펀만.

대충 정주영 살아있을 때의 현대그룹쯤으로 연상되는 재벌집의 손자로 태어났지만 무능한 아버지와 둘이 집안에서 쫓겨나 나중엔 노숙자로 전락해서 쓸쓸히 사망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중학교2학년인가로 돌아와 있음. 시기는 80년대 초. 아직 강동구도 개발이 제대로 안돼서 암사동이 허허벌판이었고 송파가 서울로 편입이 되니마니 하던 시절.
그리고 회귀하면서 이 주인공에게 특별한 능력이 생김. 대소사에 불운이 생길 조짐이 있는 사람이나 사물에 어두운 그림자 같은 게 뜨는데 자기 눈에만 보여.
불쌍한 아버지와 함께 어떻게든 회사 살려보려고 아등바등하며 끌어모았던 정보들과 불행을 예측하는 능력을 무기로 전생의 복수를 하면서 할아버지로 부터 회사를 혼자 물려받겠다는 목표를 세움.
복수물이니까 전개는 쭉쭉 나가고 개발독재 시대부터 IMF까지 당시 기업사를 살펴보기에 충실한 내용.
전플랫폼에 다 있다.

주인공은 대필작가인데 소설을 쓰고 싶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고 대신 기억력이 매우 뛰어나서 대기업 회장님들 자서전을 구술로 받아 정리하는 걸로 먹고사는 사람.
재벌회장 자서전을 하나 쓰고 그게 호평을 받아서 다른 재벌 회장으로부터 요청을 받게 돼서 찾아갔더니 첫눈에 그 회장님이 자기 알던 사람이랑 닮았다고 하는 거.
열 몇 살에 집 나와서 경성 쌀가게 점원으로 일할 때 자기보다 더 똑똑하고 일 잘하던 고참 소년이 있었는데 그 소년이 생각난다나. 동갑이었고 성격도 좋아서 자길 많이 도와줬는데 자전거 타고 배달 가다가 차에 치여 죽었다고 함.
그리고 이 회장님은 집안의 장남으로 가족들 먹여살리느라 일을 하지 않으면 안돼서 화가가 되고싶었던 꿈도 접었다고 언급.
두서없이 이런저런 옛날 얘기를 몇시간씩 하는데 이걸 녹음하거나 받아적을 수도 없음. 어디까지나 자서전이라서 정보가 새 나가면 안된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에 처음부터 끝까지 외워서 자기 방에 돌아가 원고지에 옮겨야 함.
그렇게 몇날 며칠 회장님 회고록을 듣고 원고지에 쓰다보니 어쩐지 자기가 그 회장님의 일생을 대리 체험하는 기분도 들고 하는데 창문도 없는 여관방에서 원고지를 거의 다 쓰고 마감이 코앞인데 여관에 불이 났고 원고 쓰느라 너무 집중하다보니 너무 늦게 그걸 알아챈 주인공은 불길을 빠져나오지 못함.
눈떠보니 1930년대 경성의 어느 시장골목 쌀집에서 열살짜리 소년이 자길 보고 있음. 바로 그 회장님이고 자기는 그 회장님의 곧 죽을 고참 친구로 깨어난 것.
회장님의 기억을 고스란히 갖고 있는 상태로 미래를 바꾸기로 결심. 회장님에게는 소원대로 일본에 가서 그림공부하라고 돈도 보태주고 그 회장님 가족들 찾아가 장차 재벌가의 계열사 사장이 될 회장님 동생들도 거둬서 함께 기업을 일구는 이야기...
일제시대와 광복, 한국전쟁, 이승만, 박정희 시대를 이어가며 대한민국 경제 발전의 발자취를 잘 정리한 소설이자...뭔가 예전 엠비씨 드라마 보는 느낌으로 고전적인 소설 같기도 함.
이 작가분 소설 중에 제일 내 취향이기도 하고 약간 김원일의 마당깊은집 같은 소설 읽는 기분.
여튼 수미쌍관의 마무리까지 아주 흥미진진한 소설이었음.
이건 리디에만 있는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