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운) 구류문주둔지ㅅㅍ) 두모의 돈벌이 일기 (구류문제자의 각 문파에 대한 감상)

구류문 주둔지에서 일확천금을 꿈꾸며 자고있는 두모 옆에서 상권을 얻을 수 있고, 이후에 두모 주머니를 털어서 중, 하권을 얻을 수 있음
(그렇게 원덬은 상권읽고 재밌어서 주머니털기로 다음권 빌리다 걸려서 한번 개봉감방 갔다옴)
-----

[ 두모의 돈벌이 일기(상) ]
...젠장, 지난 주 내부 결산을 했는데 나는 또 꼴찌다. 장로님이 나를 보는 눈빛은 변소의 더러운 돌 취급이다. 정말 답답하다. 똑같이 사람을 가지고 노는데, 왜 나만 돈을 못 버는 거지?
나는 처음부터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다.
백성들은 허리띠 졸라매고 힘들게 살잖아. 주머니가 얼굴보다 깨끗한 돈이 얼마나 있겠어? 나는 매일 그들만 노리면 시간만 헛되이 낭비하는 거잖아?
하지만 강호인은 달라! 강호의 각 문파, 여러 기술과 특기를 갖췄으니, 그것이야말로 돈벌이의 비결이야. 돈주머니가 저절로 불룩해지는 거지. 개봉성 안에는 어떤 문파의 사람이라도 다 있지. 왜 진작 그들의 손에서 돈을 벌 생각을 하지 않았을까?
그럼 이렇게 하자. 내일부터 개봉성으로 가서 그들을 만나보는 거야!
[ 청계관 ]
나는 오늘 거리에서 청계관의 의원을 보았다. 진료 상자는 길에 놓여 있고 진료비는 상자 위에 올려놓았는데, 그녀는 쳐다볼 틈도 없이 바빴다. 나는 동전 두 개를 슬쩍 집어 들고 몸을 돌리는데, 누가 묻자 그녀가 하는 말이, 약 한 첩에 겨우 오 문만 받는다고 한다.
나는 듣고서 순간 멍해졌다. 겨우 그 돈을 벌겠다고 그렇게 바쁘게 뛰어다니는구나. 주머니 속의 동전 두 개가 순식간에 부끄러워져서, 나는 재빨리 돈을 내려놓고 돌아왔다.
떳떳하지 않은 돈은 가질 수 없어!
[ 광란문 ]
정말 짜증 나 죽겠네!
광란문의 사람은 찾기 쉽다. 주점에 꼭 하나씩은 있거든. 그 녀석 옆에 붙어 술잔 기울이다가, 슬쩍 술에 약을 좀 탔어. 그가 쓰러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돈주머니를 챙길 심산이었지. 그런데 그 녀석의 주량이 그 모양일 줄 누가 알았겠나! 술을 여러 잔 퍼마셔서 손발을 후들거리며, 내 몸까지 더듬지 뭔가! 제길, 내 돈 훔치기는 대단치 않지만, 정정당당한 손재주는 아무래도 녀석보다 낫지!
결국에는 내가 그 녀석을 발로 차서 쫓아내 버렸다네. 결국 그 녀석한테서 몰래 술 한 단지 훔쳐 팔았더니, 고작 십 문밖에 못 건졌지 뭐야!
[ 취화음 ]
취화음 사람이 모두 세상 물정에 훤하다는 건 진작 알고 있었지만, 두 번 모두 실패했다. 오늘 나는 호랑이를 잡기 위해 호랑이 굴에 들어가려 한다!
아심 사저가 가르쳐 줬다. 취화음에 접근하려는 제자는 옷차림을 꾸미고, 번루로 가서 거물 행세를 하라고. 나는 오 문을 맡기고, 사저에게 멋진 옷을 빌렸다. 그런데 말이지, 막상 입고 보니까 모양새가 꽤나 어울린다. 번루에 들어가니 취화음의 미인이 있었는데, 입에는 꿀을 바른 듯 나를 칭찬하고 떠받들어 정신을 쏙 빼 놓았다. 아아, 부자가 된 기분은 정말 좋구나! 기분이 좋은 나머지 무엇을 하러 갔는지도 잊어버리고 말았다...
술을 다 마시고 미인의 춤도 다 구경하자, 그녀는 나를 밖으로 배웅해 주었다. 이상하게도, 그녀는 나에게 술값을 받지 않았는데?
내가 사실 가난뱅이라는 걸 알아챈 걸까? 그러면 그녀는 대체 왜 나를 그렇게 떠받든 거지? 도무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미인의 몸에서는 정말 좋은 향기가 났다.
[ 이원 ]
번루에서 나와 미인을 계속 생각하다가, 걷다 보니 어느새 이원의 공연 무대까지 왔다. 듣자마자 깜짝 놀랐다! 세상에, 사람의 목이 어떻게 이렇게 단련될 수 있지? 뼛속까지 짜릿해지는 목소리였다. 그녀들에 비하면 내 목은 깨진 징이나 마찬가지다.
노래가 끝자자, 그 소녀는 상이라도 달라는 듯 다가왔다. 촉촉한 눈망울을 보자 나는 머리가 띵해져서, 주머니에 남은 오 문을 전부 내놓았다.
좋아, 한 바퀴 돌아서 결국에는 허탕이로군!

[ 두모의 돈벌이 일기 (중) ]
[ 삼경천 ]
사실 삼경천의 돈은 내가 일찍부터 벌고 있었다. 한 삼경천의 염라대왕이 내 오랜 단골이다. 그녀가 나에게 사람을 알아보라고 하면, 나는 바로 달려가서 뒤를 캔다. 오늘 그녀가 또 나를 찾자, 나는 참지 못하고 그녀에게 괴로운 일을 털어놓고, 내 운수가 안 좋다고 말했다. 다른 사람에게서는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그나마 당신들 덕에 돈을 번다고.
아, 그녀는 나에게 과자까지 먹으라고 가져다 주었다.
하지만 이렇게 말하니 그녀는 또 나에게 '구원' 타령 시작하네. 이 세상의 도리를 말하자면 사는 게 바로 고통이며, 일찍 죽을수록 죄에서 빨리 벗어난다나?
나는 그녀가 사준 과자를 먹고 있지만, 나는 그래도 말한다. 그녀의 말은 헛소리라고. 살아 있으면 좋은 거 아닌가? 살아 있으니까 과자도 먹을 수 있잖아! 그렇게 말한다면 나도 참 비참하게 살았네. 왜 나를 구원해 주지 않는 거냐?
이 염라대왕이 진실을 말하는지 누가 알겠나! 그녀의 칼은 아주 빨라서, 갈 때 아무런 느낌도 없을 거라더라.
와! 열이 확 올라오네. 이런 광인이 다 있어! 나는 거래 안 한다고 하니, 그녀는 '다른 사람을 찾겠다'라고 했다.
허허. 정말 몰인정하네. 우리 둘이 조금이나마 친분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하지만 떠나기 전, 그녀는 다시 나에게 과자가 맛있냐고 물었다. 나는 맛있다고 말했다. 그녀는 다음에 나에게 또 이 집 과자를 사다준다고 말했다.
...장사가 망했는데, 다음이 어디 있어? 이 광인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니까.
[ 묵산도 ]
오늘 쓰레기를 뒤지며... 아니, 폐 창고를 뒤지며 뭔가 쓸만한 게 있나 보다가 마침 한 여자 아이가 나무 더미를 줍는 걸 보았다.
나는 한눈에 그 아이가 묵산도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다. 그 아이는 고개를 저으며 인정하지 않았지만, 나무조차 보물로 여기니 털어봤자 빈털터리더라. 됐다, 됐어.
[ 문진관 ]
나는 줄곧 문진관 사람을 두려워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 큰 마음 먹고 한림원에 들어가 어슬렁거리다 문진관의 사람이 모두 그곳에서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며 중얼거리는 걸 보았는데,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었다. 나는 그 자리에 바보처럼 선 채, 온몸이 불편했다.
몰래 빠져나가려던 참에, 한 형씨에게 불러세워졌다. 나는 속으로 말했다. '망했다, 날 쫓아내려는 건가?'
갑자기 그는 나에게 만두 두 개를 쥐여 주고 동전 십 문까지 주며, 내가 오래 서성이는 것을 보았으니 어려운 일이 있으면 입구의 제자에게 말하라고 했다.
만두는 말라 빠져서, 뻣뻣한 게 맛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어차피 공짜 아닌가. 문진관 사람들이 제법 괜찮네.

[ 두모의 돈벌이 일기 (하) ]
[ 고운문 ]
오늘은 일부러 단장까지 하고 거리에 나섰다가, 웬 점쟁이 하나와 마주쳤다. 입을 열자마자 내가 구류문 제자라느니, 몸에 허점이 여섯 군데는 된다느니, 쓰는 수법도 열 가지는 넘을 거라느니 줄줄이 떠벌리는 게 아닌가. 듣고 있자니 속이 슬슬 뒤집혔다. 누가 봐도 대놓고 내 밥줄을 건드리려는 수작이었다. 홧김에 승표를 뽑아 흠씬 혼내주고 말았다.
놈을 혼내준 뒤 곧장 돈주머니부터 뒤졌는데, 열어 보니 안은 텅 비어있었다. 온갖 아는 체는 다하더니 어째 주머니는 이렇게 비었냐고 묻자, 얼굴을 붉히며 '지식인의 사정'이 어쩌고 저쩌고, 별 하나에 이름이 여덟 개나 된다느니 쓸데없는 소리만 늘어놓았다. 이게 다 무슨 소리람.
한바탕 실랑이를 벌이고 나니 더 붙들고 있다고 해결될 일이 아닌지라 우선 그를 일으켜 세웠다. 투덜거리며 늘어놓는 신세 한탄을 듣다 보니 문득 좋은 생각이 하나 떠올랐다. 이정도의 말 재주라면 차라리 둘이 손잡고 점술 노점이나 차리는 게 낫지 않겠냐는 생각이었다. 그는 앞에서 그럴듯하게 떠들고, 나는 손님을 모으면 되지 않겠냐고, 수입은 반반으로 나누자고 했다.
그러자 도사는 고개를 꼿꼿이 세우고는, 관성술이란 게 천하의 명맥을 짚는 학문이지 점쟁이 같은 삼류 수법은 아니라며 버텼다. 그러니까... 정작 점은 못 치는 거냐고 묻자 "이 몸은 점을 못 치는 게 아니라, 안 치는 거다!" 하고 받아치는 게 아닌가.
그러니까 이리 주머니가 비어있지... 쯧.
헤어질 때 보니 정말 땡전 한 푼 없을 듯해 보여, 안타까운 마음에 몇 닢 쥐여 주며 끼니나 해결하라고 했다.
하아, 젠장. 오늘은 또 왜 내가 남의 밥값까지 대주고 있는 거냐고!!
[ 청천문 ]
문 안에서는 다들 청천문이 재물신이라지만, 그렇다고 그들한테 대놓고 밥을 구걸하는 건 체면이 너무 상하는 일이라 차마 못 하겠더군. 나도 자존심이라는 게 있지... 그런데 오늘 청천문을 따라다니다 보니, 이게 또 제법 그럴듯한 생각이 번뜩이는 게 아닌가!
놈들은 날마다 춘수각으로 몰려가 목욕을 즐기는데, 덩치도 큼직하고 몸도 성한 것이 제법 보기에 좋았다. 이걸 그냥 넘길 이유가 있나 싶어 창문 틈에 바짝 붙어 그림으로 그리면 한 장에 십 문쯤만 받아도 제법 쏠쏠하겠다 싶었다. 허나, 세상일이 언제 뜻대로 흘러가던가. 두 장을 채 그리기도 전에 바로 들켜 버리고 말았다.
그쪽 우두머리가 직접 나와 캐묻는데, 손아귀 힘이 어찌나 센지...
나도 모르게 말이 먼저 튀어나와 버렸고, 그렇게 아는 대로 죄다 불어놓고 나서야 아차 싶었지. 그런데 웬걸, 그 양반이 내 말을 듣더니 눈을 번뜩이며 이러는 게 아닌가.
"그림을 그린다고? 왜 진작 말하지 않은 거야? 내가 벗어 줄 테니 어디 제대로 한번 그려보게!"
아니, 이런 전개가 어디 있나 싶더군. 이래서들 청천문 제자들이 인심 하나는 넉넉하다고 하나 보다 싶었다. 그 형님은 자세까지 바꿔가며 열심히였고, 나는 얼떨결에 붓을 놀려 한 번에 열 장이나 그려냈다. 그걸 들고 거리로 나가니, 생각보다 반응이 엄청난 게 아닌가. 수중에 돈이 들어오고 나니, 아까 맞은 팔도 덜 아픈 것 같았고 말이다.
(다음 장)
오늘은 그 재물신이 또 날 찾더니, 이번엔 눈앞에 보이는 것만 그릴 수 있느냐고 묻더군. 직접 본 적은 없고, 남들한테서 들은 얘기만으로도 가능하겠느냐는 거였다. 된다 하자 말없이 돈주머니 하나를 톡 던져 주며 몇 사람을 그려 달라더라.
문제는 그 양반이 정작 얼굴을 제대로 기억하지도 못한다는 점이었다. 입가에 점이 있었던 것 같다느니, 눈매가 어땠던 것 같다느니, 죄다 흐릿한 말뿐이었지. 그래도 돈을 이만큼이나 받았으니 어쩌겠나. 군말 삼키고 들은 대로 최대한 그려 볼 수밖에 없었다.
처음엔 수배용 초상화를 만드는 줄 알았다. 그런데 완성된 그림을 들고는 뒷마당으로 가더니, 한 장씩 모조리 불태워 버리는 게 아닌가. 이렇게 큰돈을 들여 그린 걸 왜 태우나 싶었는데, 그 양반이 불길 앞에서 울고 있더군.
다 큰 사내가 그렇게 우는 건 처음 봤지. 괜히 가슴이 뭉클해져, 나도 모르게 눈물이 뚝 떨어졌고 말이야. 어쩐지 묘한 하루였다.
[ 무심곡 ]
무심곡 사람들은 보이지도 않았고, 설령 마주쳤다 해도 다가갈 생각은 들지 않았을 것이다. 약 한 첩으로 사람을 잡는다는 소문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니 말이다.
[ 구류문 ]
영심 사저가 내 일기를 보더니 한 마디 했다. 나처럼 양심 있는 사람은 속임수로 돈을 벌 수 없다면서 아예 포기하라는 게 아닌가. 대신 더 쓸 만한 방법이 있다며, 나중에 따로 가르쳐 주겠다고 했다.
그 말이 칭찬인지 놀리는 건지는 알 수 없지만, 듣고 나니 기분은 좋았다.
뭐, 나도 나름대로 생각은 해두었다. 정 안되면, 문진에 가서 그 책벌레들 대신 먹이나 갈아 주면 입에 풀칠을 할 수 있지 않겠나? 강호가 이리 넓은데, 설마 굶어 죽기야 하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