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youtu.be/WNpD1WvazhQ
관중 :
봐봐. 흑을 잡은 저 녀석. 벌써 스무 판 연승이래.
정석을 전부 무시하는데도, 정신 차리고 보면 이겨 있단 말이지. 이상하지 않나?
대체 어디서 저런 명수가 굴러들어온 거야?
백의 끝자락에서 소리를 노리는 수라니, 저건 거의 미친 짓이지.
어디 보자…
판면만 보면 흑도 그다지 유리해 보이진 않는데.
잠깐만. 저 녀석, 수법이 꽤 흥미로워.
이제 다들 슬슬 다음 한 수를 걸어오기 시작하겠군.
왕 :
인간이 감각으로 헤아리는 만사는
모두 만장(萬丈)의 판 위에 놓여 있으며,
사랑과 형상 또한
모두 바둑판 위의 길에 지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혼탁함은
끝내 ‘주자(主者)’라는 두 글자로 귀결되는 법이지.
바둑돌을 버려 선을 취하고,
형세를 버려 집을 취한다.
바둑돌을 취하려거든
한 착점에 후회를 남겨서는 아니 된다.
태부 :
시에의 수해 또한 오십 일 안에 수습되었지.
내기 약조대로라면, 그대는 수도에 조금 더 머무르게.
이 만장 위에서 그대와 나란히 설 자는 없으나,
만장 너머에 있는 인간의 마음은 보이지 않는 법이다.
그대가 마음에 두고 있는 이 한 판의 종반이로다만,
지금으로서는 그 누구도 풀어내지 못하였다.
허나 다음 국면이 돌아온다면,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지.
설마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지 못하리라 생각하는가?
그렇다면 다시 한 번 내기를 걸어보는 것이 어떻겠느냐.
그렇지.
사람은 하늘에도 맞설 수 있다.
이 말의 진위를, 이 판 위에 올려 심판해 보도록 하자꾸나.
왕 :
시간은 순환하고, 사람은 마음과 뜻을 형세에 맡긴다.
그러나 이 기나긴 꿈이 깨어날 때, 우리는 과연 무엇을 남길 수 있을까.
이 만장의 변화는 이미 모두 읽어냈다.
그럼에도 끝내 그 결말에서 벗어날 수가 없구나.
모든 일에는 대가가 있다.
한 수 한 수마다, 각각의 주자가 있는 법이지.
만장에서 요구되는 것은 배치뿐이지만,
그 해법은 어쩌면 판 밖에 있을지도 모른다.
작은 것을 버리고 큰 것을 취하라.
한 수에 후회는 남기지 않는다.
이 한 판은 너에게 맡기겠다.
대국이 끝나면, 바둑돌, 다시 대국돌아간다.
나는 이곳에서 기다리마.
대국의 저편에서, 다시 나를 만족시킬 상대가 나타날 때까지.
그럼, 다음 한 판에서 다시 만나자.